[ 고승은 기자 ]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9일 전두환 씨에 대해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해 또 구설수에 올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격앙된 반응이 적잖다.
국민의힘의 전신이 아무리 전두환 신군부가 창당한 민주정의당이라지만, 국민의힘 내에서 전두환씨를 두둔하는 이들은 '5.18 북한군 개입' 유언비어에 동조하는 일부 극성세력 정도만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전두환씨의 사위였던 윤상현 의원도 전씨를 언급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서다.
윤석열 전 총장의 이런 '전두환 두둔' 발언에 대해 '청부 고발(고발 사주)'건의 피해자로 꼽히는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신이 나가도 완전히 나간 망언 중의 망언"이라며 "삼청교육대는? 형제복지원 사건은? 수많은 학생의 강제징집은? 김근태 등 숱한 인사들에 대한 고문과 박종철의 고문치사는? 본인과 동생, 장인과 마누라를 내세운 부정축재는? 호헌과 장기집권 공작은? 노태우 대통령 만들기용 KAL기 폭파의혹은?"이라고 따져물었다.
황희석 최고위원은 윤석열 전 총장을 향해 "그러고도 뻔뻔하게 '내 전 재산은 29만원 뿐'이라 하여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도 잘하는 정치였다고?"라며 "당신은 지금 전두환을 통해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대통령은커녕 군부정권 때 앞잡이나 할 만한 사람"이라고 꾸짖었다.
전두환 집권 직전 만들어진 기구인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수립한 '삼청계획'에는 삼청교육대가 포함됐고, 수만 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각종 이유로 군부대에 끌려갔으며 각종 가혹행위들로 인해 고통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사상자가 수없이 발생했다.
부산의 자칭 사회복지시설인 형제복지원에서도 강제노역과 각종 가혹행위 등으로 군사정권 기간 동안 최소 500여명이 살해당했다. 적잖은 사람들은 그냥 지나가던 일반인이었는데 납치되어 수용당했고, 지금도 고통받는 피해자 수가 적잖다.
전두환 정권 당시 학생운동을 와해시키기 위해 행한 악명 높은 수법이 이른바 '녹화사업'이다. 학생운동하는 대학생들을 강제징집해 각종 가혹행위 등을 일삼은 뒤, 휴가를 내보내어 해당 학교에 있는 총학생회나 학생운동 조직 내부의 기밀 정보를 캐오라고 강요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의문사를 당한 이들도 존재한다.
또 '고문기술자'로 악명 높은 이근안에게 고 김근태 전 의원 등 당시 민주인사들이 고문당한 것도 잘 알려져 있다. 또 87년 6월 항쟁의 배경이 됐던, 즉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발표해 공분을 일으켰던 고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도 매우 악명 높다.
전두환씨가 부정축재한 금액은 최소 알려진 것만 2천억원대이며, 실제로는 조 단위를 훌쩍 넘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원조격인 '일해재단'도 부정축재의 대표적 사례다. 물론 그의 일가와 측근 인사들의 비리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또 6월 항쟁이 없었다면 직선제 개헌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고, 대통령 자리를 임의적으로 후계자에게 물려주는 장기집권 체제가 이어졌을 것이다. 우리 국민 100여명이 숨진 87년 KAL기 폭파사건 관련해서도 여전히 수많은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국정원 과거사위원회는 안기부가 해당 사건을 87년 대선 당시 여당 후보 노태우의 승리를 위해 활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안기부가 작성한 이른바 '무지개 공작' 문건인데, '폭파범' 김현희를 대선 직전에 국내로 압송하자는 것이다.
실제 대선을 단 하루 앞둔 12월 15일에 김현희가 김포공항에 입국했고, 투표 당일 일간지 1면은 다 이 기사로 도배됐다. 대선 직전 북풍을 자극, 시민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겨 대역전을 일궈내자는 것이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돕고 있는 최배근 건국대 교수도 페이스북에서 "처음부터 윤석열은 '검사 전두환'이라 했는데 스스로 인정하는군"이라며 "그런데 '조직'을 너무 사랑하는군. 정치군인=정치검찰=모피아=조폭의 공통점"이라고 꼬집었다.
'SBS 비디오머그'가 이날 공개한 영상을 보면 윤석열 전 총장은 부산 해운대갑 국민의힘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가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며 "그건 호남분들도 그런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강변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이 분은 군에 있으면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맡긴 거다. 경제는 돌아오신 김재익(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그 당시 정치했던 사람들 그런 이야기 하시더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국회 일은 더 잘 아는 너희들이 해라. 웬만한 건 다 넘기고 그랬기 때문에 그 당시에 무슨 삼저현상(이른바 3저 호황) 이런 게 있었다고 하지만, 그렇게 맡겨놨기 때문에 잘 돌아간 것"이라며 "실제로 국정이란 건 그런 모양이다. 해보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경제 전문가도 경제를 다 모른다. 금융 있고 예산 있고 뭐 경제도 여러 분야가 있다"며 "다 그 분야의 최고 고수들, 사심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내세워야 그게 국민에게 제대로 도움 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저도 경제권력, 정치권력 수사를 하면서 뭐 일반 국민들 못지 않게 많이 익혔지만 조금 아는 거 가지고 할 수는 없다. 최고의 전문가들 뽑아서 하여튼 무슨 지역이고 출신이고 따질 거 없이 하여튼 최고라고 다 남들이 인정하는 분들 적재적소에 딱 임명해 놓고 저는 좀 이렇게 시스템 관리나 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총장은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챙겨야 될 어젠다만 챙길 생각"이라며 "하여튼 이 법과 상식이 짓밟힌 이것만 제가 바로 딱 잡겠다. 저는 이거 전문가잖나? 아시잖나?"라며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이에 한 당원이 환호하며 '다 잡아넣어야 한다'고 말하자, 윤석열 전 총장은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놓으면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그걸 뭐 제가 굳이 안 해도 된다. 그거 할 시간이 어딨느냐?"라며 '시스템' 이야기를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