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폭력 조직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장이자 코마트레이드 직원이었다는 박철민씨(현재 수감중)로부터 제공받은 자필 진술서와 '돈다발' 사진을 꺼내들며, 이재명 경기지사와 폭력 조직 간 '유착' 증거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만에 결국 '돈다발' 사진은 박씨가 전혀 다른 곳에 쓴 사진이라는 것이 네티즌들의 추적으로 확인되며, 국정감사 당일 '망신'을 당했다. 김용판 의원이 밝힌 '제보자'는 박철민씨를 수시로 접견하고 있는 장영하 변호사다.
김용판 의원이 이처럼 '대망신'을 당했지만 이는 단순 해프닝으로 넘길 수 없다는 게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다. 여전히 국민의힘과 수구언론들은 여전히 '조폭 유착설'을 꺼내들며 이재명 지사를 '가짜뉴스'까지 써가며 공격하고 있어서다. 이 와중에 박철민씨의 지인 2명이 "이재명 지사를 본적도 없고, 본 적도 없다"고 말한 육성 파일이 공개되며, 이른바 이재명 지사를 조폭과 엮기 위한 '정치공작' 정황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박철민씨의 지인 2명이 장영학 변호사에게 해당 사실을 부인하는 녹취를 공개했다.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철민씨는 장영학 변호사와의 접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돈을 준 친구들을 만나보라고 했고, 장영학 변호사는 19일 지인 A씨와 B씨를 만나 ‘돈 전달’ 여부를 물었고 이 내용이 김남국 의원실에 제보된 것이다. 다음은 김남국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녹취파일 전문이다.
A: 은수미란 사람하고 이재명이란 사람 아예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저는.
장영하: 그런데 왜 (박철민은 돈을) 직접 전달했다고 그럴까?
A: 그니까. 전달을 했으면 솔직히 전달을 했다고 하는데 이게 나중에 제가 여기서 뭐 누굴 도와준다고 거짓말 치면 나중에 제가 잘못되잖아요. 있는 사실만 말씀드리는 거예요.
장영하: 그런데 왜 박철민은 'A씨가 수차례 돈을 줬다'고 그럴까?
A: 아니 저는 진짜 저는 은수미씨나 이재명씨 얼굴을 본 적이 없어요. 만난 적이 없고, 저는 오로지 창고만 관리하고 배송하는 그런 것만 했어요.
장영하: 근데 왜 박철민이가 그런 제보를 저거 할라 그럴까?
A: 그거 안 물어보셨어요? 아까 접견하신 것 같던데.
장영하: 했는데 말이 앞뒤가 안 맞는 건 아니고 좀 이게 좀. 때로 약간 저거로 해 가지고 좀 넘겼다가 냈다가 말이 약간 왔다 갔다하고. 많이 왔다 갔다 한 건 아닌데 좀 왔다갔다 하고 그래가지고.
장영하: 혹시 이거 지금 박철민이가 돈이 생각나서 뭐 이렇게 저렇게 작전하는 것 아닌가?
A: 저도 그걸 진짜 모르겠어요. 이거를 아무리 저도. 엊그제부턴가 기사가 나왔잖아요. 보고 나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지.
장영하: 객관적으로 지금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봅시다. 혹시 이재명이 측근에게 직접 돈을 심부름해준 적 있어요?
B: 아니요. 없어요.
장영하: 없어요?
B: 네.
장영하: 근데 왜 박철민은 B씨가 심부름했다고 그래. 나한테.
김남국 의원은 "박철민을 접견한 정영하 변호사도 박철민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고 말이 왔다갔다 한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데 진술을 검증없이 (김용판 의원이)국감장에서 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영하 변호사가 '박철민이 돈 때문에 그런 거 아닌가'라며 제보의 순수성이나 목적을 의심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부분을 국민의힘이 검증없이 정치공작으로 공세하려고 하는 의심이 든다"고 직격했다.
김남국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박철민씨의 출정기록이 102회라고 했다. 2019년부터 최근까지 변호인 접견 횟수는 무려 426회라고 밝혔다. 그는 "김용판 의원이 여러가지 의심되는 정황이 있음에도, 박철민의 제보를 그냥 검증 없이 국정감사장에서 틀었던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남국 의원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진위여부를 수사해야 한다. 출장기록을 보면 여러 차례 출정해서 강압수사가 의심되고 강압수사 정황과 관련해서 김용판 의원도 윤석열 수사팀의 강압수사라는 발언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까지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저도 국회에서 녹음파일 틀기도 한 경험도 있지만, 아주 흥미로운 녹음파일이다. 대단히 흥미롭다.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답했다.
화제가 된 녹음파일에 대해 김남국 의원은 22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장영하 변호사가 직접 만나서 얘기한 내용을 녹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화 총 시간은 A씨가 30여 분, B씨가 10여분 된다”고 밝혔다.
김남국 의원은 제보 경위에 대해 "그 제보자가 (김용판 의원의)폭로가 있자마자 이건 사실이 아니라는 그런 제보를 해 왔었는데 그 당시에는 이게 진술밖에 없었고 간접적으로 목격하신 분의 말씀밖에 없어서 그걸 가지고 반박하기는 어려웠던 상황"이라며 "다른 신뢰할 수 있는 어떤 분이 또 이걸 제보해 준 것"이라고 밝혔다.
김남국 의원은 "실제 30분 분량에서 한 번만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라며 "여러 번 한 세 번 이상 반복해서 확실하게 아니라고 명확하게 아니라는 것을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녹취파일의 신뢰성을 강조했다. 또 추가로 공개된 녹취파일에는 A씨가 "철민이한테 다시 한번 물어보셔야 되는 게 왜냐하면 제가 코마를 다니면서 철민이를 본 적이 진짜로 없다. 저는 철민이를 아예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김남국 의원은 특히 장영하 변호사 본인도 ‘작전하는 것 아니냐’며 박철민씨의 제보를 의심하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이게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된다"며 "폭로를 하면 가장 기본이 검증 절차를 거치는 건데 처음에 장영하 변호사가 이 제보를 받았다고 하는 시점이 9월 16일이다. 그러면 폭로를 할 시점까지 한 달 이상의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김남국 의원은 "돈 전달받았다고 하는 지목자를 이제서야 만났다고 하는 것 자체가 그 검증이라고 하는 것을 거꾸로 폭로하고 나중에 후검증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라고 일갈했다.
김남국 의원은 "장영하 변호사가 그(박철민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본인도 약간은 뭔가 앞뒤가 안 맞고 신빙성이 없고 일관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는 건데, 그러면서도 폭로를 계속 이어 갔다고 하는 것이 이게 정치 공작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 장영하 변호사는 성남에서 활동하며 수차례 시장·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그는 국민의힘에 당적을 두고 있으며 이재명 지사와는 오랜 대립관계에 있다.
앞서 김용판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이른바 이재명 지사에게 전달됐다는 '돈다발' 사진은 박철민씨가 지난 2018년 11월 페이스북에 렌터카 사업 등을 홍보하면서 '이만큼 돈 벌었다'고 자랑한 내용이 담긴 사진이었다. 명함에는 '박철민'이라는 이름이 박혀 있다. 2018년 11월 당시 이재명 지사는 경기지사였고, 성남시장은 그의 후임인 은수미 현 시장이다.
그럼에도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사진을 찍은 날짜는 나오지 않았다"며 "사진은 과거에 찍어놨다가 페이스북에는 뒤에 올릴 수 있다”고 강변했다. 즉 수년 전에 찍어놓은 '돈다발' 사진을 나중에 페이스북에 올렸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진에 함께 찍힌 명함의 XX스카이라운지는 2018년 8월 박철민씨가 오픈했다고 홍보한 곳으로, 즉 이재명 지사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