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국민의힘 대선주자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시절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자신과 부인, 장모의 비위 정황을 집중 비판하던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와 'P채널'을 모니터링한 정황을 포착했다.
25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특히 공수처는 모니터링 대상 유튜브 채널들이 지난해 4월 3일 국민의힘 측에 전달된 고발장에 포함된 사실을 파악하고, 대검 차원의 조직적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매체는 이날 보도에서 공수처는 최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을 잇따라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유튜브 S채널 등에 대한 모니터링 업무를 한 적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유튜브 S채널이 '서울의소리'로 확신하는 것은 지난해 초 윤석열 후보의 장모 최은순 씨와 부인 김건희 씨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사업가 정대택 씨가 해당 유튜브에 나와 백은종 대표와 함께 응징방송 형식으로 이들의 비위 정황을 집중적으로 제기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해 3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안양동안갑) 의원이 서울의소리에 직접 출연해 발언한 내용을 보면 본 매체에 확실히 부합한다.
세칭 '제보자X'의 변호인으로 있었던 민변 변호사 출신 민병덕 의원은 지난해 3월 6일 서울의소리에 출연했다. 민 의원은 2019년 12월 '공수처법 쪽집게 과외' 출연에 이어 두번째로 서울의소리에 직접 나와 방송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4월 3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조성은씨에게 전달한 고발장에 S채널(서울의소리)이 등장하는 점을 주목하고 모니터링 목적과 윗선의 존재를 캐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고발장엔 민병덕 의원이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인 지모 씨(제보자X)를 변호한 적이 있었다는 내용과 함께 "민병덕 스스로 2020년 3월 6월 유튜브 S채널 등에 출연해 자신이 제보자X의 변호인이라고 설명함"이라고 적혀 있다.
공수처는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S채널(서울의소리)을 모니터링하며 수집한 정보가 그대로 고발장에 옮겨졌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실 관계자들은 유튜브 모니터링에 대해 '검찰 관련 뉴스 스크랩 차원'이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일부 유튜브 채널을 정해두고 실시간 모니터링한 것이 아니라, 각종 사건 관련 내용이나 윤석열 전 총장을 비롯해 검찰을 공격하는 내용들을 두루 찾아봤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김웅 의원이 전달한 고발장에 서울의소리 외에도 지난해 4월 2일 P채널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출연해 발언한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는 점에서, 단순 뉴스 스크랩 업무는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특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누가 해당 방송들을 챙겨보고 내용을 취합하도록 주문했는지, 취합한 내용이 어떤 식으로 사용됐는지 밝히는 게 수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병덕 의원은 지난해 3월6일 서울의소리에 직접 나와 "작년 12월 공수처법 쪽집게 과외 출연에 이어 오늘 제보자X의 변호인으로 유튜브 서울의소리에 다시 한 번 출연하게 되었다"라며 "제보자 지씨는 남부구치소 수감 중인 상태에서 제 지인으로 부터 전확가 와서 제보자를 도와달라고해 남부구치소에서 접견하고 돕기 시작했다"라고 당시 성황을 설명했다.
제보자 지씨는 지난 20여년간 M&A 시장에서 활동한 전문가로 본인이 연루된 사건으로 수감이 됐다가 본인의 전문지식을 활용하기 원하는 검찰을 도와서 수감기간 동안 특별한 전문지식으로 검찰에 조력했다가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에 회의를 느끼고 '검찰의 비리를 제보하는 사람'으로 바뀐 인물로 전해진다. 민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제보자 지씨가 BBK사건도 파헤치면서 피해를 많이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발사주' 키맨 김웅 "민병덕, 황희석이 배후"
지난 18일 민주당 '고발사주 국기문란 진상조사 TF'는 윤석열 후보를 검찰권 사유화 등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민주당 고발사주 국기문란 진상조사 TF' 부단장인 민병덕 의원은 지난 10월 21일 <김웅 의원이 말한 '놈', 민병덕>이란 제목으로 이번 여권인사 청부고발 핵심인물인 김웅 의원과 제보자 조성은씨 대화 내용을 자신의 블로그에 상세히 기술해 올렸다.
민 의원은 "그간 정의를 위해서 많은 일들을 해 왔지만 참담하다"라며 "어제(10월20일) 방영된 [MBC PD수첩 고발사주] 에서 '윤석열 죽이기' 배후로 지목된 놈이 저다"라고 했다.
이어 "제가 그간 민변활동을 하면서 '검찰의 자기 식구 감싸기' 등 비판을 했던 부분이 이렇게 보복으로 돌아오는가 싶어서 참담하다"라며 "김웅 의원은 제 절친한 정치학과 선배다. 제가 국회에 들어와서 식사하자고 약속을 청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거절을 하시더니 이유가 '배후의 그놈'인가 싶어서 이 또한 씁쓸하다"라고 거듭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 없다. 검찰의 이러한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그렇기에 저는 '더불어민주당 고발사주 국기문란 진상조사 TF' 부단장으로써 끝까지 진실을 위해 싸우고 앞장서겠다"라고 다짐했다.
공수처가 '고발장에 언급된 유튜브 채널을 모니터링했다'는 진술을 확보함에 따라 당시 대검이 고발장 작성과 전달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웅 의원의 텔레그램 메시지에 달린 '손준성(당시 수사정보정책관) 보냄' 문구가 조작되지 않은 점 △제보자X의 실명 판결문을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열람했던 점은 이미 확인된 상태다.
'유튜브 모니터링' 업무와 관련해 "고발사주 의혹과 별개라고 하더라도 문제의 소지는가 다분하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사 정보 수집에 국한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업무 범위를 뛰어넘어 언론의 자유를 기만한 '윤석열 검찰'이 윤 전 총장에게 비판적인 유튜브까지 사찰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는 국정감사가 끝난 만큼 고발사주 핵심 관계자로 꼽히는 김웅 의원과 손준성 당시 수사정보정책관 등을 불러 조사한 뒤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