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옹호'와 '개 사과' 파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길거리에 '현수막'을 걸었다. 그러나 브랜드 전문가인 손혜원 전 의원은 문구나 표현의 방식, 시기 모두 부적절하다며 거센 혹평을 가했다.
손혜원 전 의원은 25일 밤 자신의 유튜브 방송 '손혜원TV'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이 내건 '전두환 찬양 망언자. 전국민이 규탄한다'는 제목의 현수막에 대해 "돈 들여서 '전국민이 규탄한다 더불어민주당'으로 읽히는 현수막 달았다는 게 너무 어이가 없다"고 질타했다.
손혜원 전 의원은 현수막에 대해 "소비자인 국민을 향한 메시지로 상대가 듣고 싶어하는 얘기를 해야하는 것"이라며 "상대가 잘 몰랐지만 먼저 우리가 이야기했을 때 쉽게 손잡고 따라올 수 있는 얘기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기승전결을 만들어가느냐가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노하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이 건 홍보물은 단 한 가지도 찾아볼 수 없다는 일갈이다.
"'전두환 찬양 망언자' 대신, 알고 싶지 않은 문구를 강조하다니"
현재 선거법 위반 건 때문에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현수막에 직접 쓸 수는 없는 상태다. 그래서 현수막엔 누구를 저격하는 내용인지 시민들이 유추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정확히 표현해야 한다.
손혜원 전 의원은 우선 '전국민'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깃발을 내가 들어줄테니 너희들도 다 같이 이 사람을 규탄한다고 생각하지?'라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오만한 사고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손혜원 전 의원은 '전두환 찬양 망언자'가 아닌 '전국민이 규탄한다'는 문구만 크게 내보인 점도 지적했다.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핵심인 '전두환 찬양 망언자'는 왼쪽 위 작은 글씨로만 써 있을 뿐이라서, 굳이 현수막을 쓰려면 둘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손혜원 전 의원은 특히 '전 국민이 규탄한다' 바로 뒤에 현수막을 단 '더불어민주당' 글자가 이어지면서 마치 민주당을 규탄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오독의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손혜원 전 의원은 또 현수막 오른쪽에 적혀 있는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당' 표현방식에 대해서도 문제삼았다. 파란색 배경에 '민주당'은 짙은 하늘색, '더불어'는 연한 하늘색, 서울특별시당은 하얀색으로 표현돼 있다. 이 중 당연히 잘 보이는 것은 파란색과 가장 대비되는 '서울특별시당'이라는 하얀색 글자다. 시민들이 가장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글자가 눈에 제일 잘 보인다는 점에서다.
손혜원 전 의원은 "더불어와 민주당은 이런 식으로 두 색으로 쓰는 게 아니다"라며 "굳이 다르게 쓰려면 민주당이 잘 보이고 더불어가 덜 보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서울특별시당이라는 알고 싶지도 않고 듣고 싶지도 않은, 이걸 왜 강조하나"라고 질타했다.
손혜원 전 의원은 지금 상황에 대해 2015년 7월 이전, 자신이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홍보위원장으로 영입되기 전의 상황에 비유했다.
"코로나 방역-대처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 멋지게 알려라"
손혜원 전 의원은 "누가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걸 만들라고 한 인간이나, 컨펌(승인)한 인간들이나 너무나 한심하다는 것"이라며 "이러니 수박(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소리 듣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무슨 소리인지 알 수도 없는, 말도 안 되는 오해까지 불러오는 이런 현수막을 돈 들여 달고 있다. 민주당이 지금 이럴 때냐"라고 질타했다.
손혜원 전 의원은 "지금 만약에 현수막을 단다면, 제가 보기에는 지금 우리가 백신 늦게 시작했지만 전세계에서 몇 번째로(백신 접종률이 높다) 우리 국민 중 몇%가 백신 맞았다는 것을 멋지게 만들어서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코로나 방역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 대처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를 멋지게 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가 제안한 문구는 '지금 (백신접종률)몇%지만 곧 100% 향해 간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같은 문구다.
즉 OECD 국가 중에서 세 번째로 백신 접종률이 높은 상황이며 위드 코로나(일상적 단계회복)으로 곧 전환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이같은 성과를 제대로 알리는 언론이 거의 없으며 여전히 언론들은 문재인 정부 폄훼를 위해 전력을 퍼붓고 있다는 점에서다.
손혜원 전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다시는 이런 거 달지 말라는 얘기"라며 "전문가한테 제대로 시켜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내용은 어떤 거라는 것을 외부에 커뮤니케이션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일 시켜라. 그래서 그 사람들이 가져온 내용들을 보고 어떻게 할지 정해서 결정하면 된다. 그러면 이런 짓은 안 벌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손혜원 전 의원은 "당이 지금같이 세상 돌아가는 데 무심하게 있다간 선거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당시에도 민주당을 향해 후보 홍보 방식이 엉망진창임을 직격한 바 있다.
손혜원 전 의원은 현재 자신이 속해 있는 열린민주당에 '현수막' 작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즉 당의 예산을 들여 열흘에 한 번 꼴로 전국 시민들에 알리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것이다.
손혜원 전 의원은 국내 최고의 '브랜드 전문가'로 꼽힌다. 그가 만든 제품 작명들은 '참이슬' '처음처럼' '트롬' '이니스프리' '정관장' '힐스테이트' '식물나라' '딤채' 등 다양한 분야에 셀 수도 없이 많으며, 대부분 우리 실생활과도 매우 밀접하다.
손혜원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7월 더불어민주당 전신 새정치민주연합의 홍보위원장에 영입됐다. 당시 그는 '현수막 개편'부터 시작해 더불어민주당 당명 개정까지, 예전 당의 우중충한 이미지를 산뜻한 이미지로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다.
손혜원 전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정청래 의원이 컷오프된 서울 마포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고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나전칠기 박물관' 건설용으로 구입한 목포 구도심 땅을 가지고 언론이 대대적으로 '투기'라고 집중공격하면서 결국 당을 탈당했다. 그는 21대 총선 떈 정봉주 전 의원 등과 함께 열린민주당을 창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