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당 상임고문)이 27일 이재명 대선캠프 선대위 명예선대위원장을 맡게 됐다. 명예선대위원장은 상임선대위원장과 공동선대위원장 사이의 직책이다. 이밖에도 추미애 전 장관이 경선기간 내내 강조한 '사회대전환'은 후보 직속 '사회대전환위원회' 창설로 반영됨과 동시에, 위원장직도 겸할 예정이다.
과거 당대표를 맡으면서 문재인 정부로의 정권교체를 이뤄내고, 이듬해 지방선거 초유의 대압승까지 일궈내는 데 많은 기여를 했던 추미애 전 장관이 이번에도 큰 역할을 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선후보와 추미애 전 장관은 27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회동한 뒤 해당 내용을 발표했다. 추미애 전 장관 측 강희용 정무실장은 회동 직후 취재진에 추미애 전 장관이 선대위 명예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으며, 후보 직속 사회대전환위원회 구성 사실을 전했다. 해당 위원회 위원장도 추미애 전 장관이 겸임하게 될 거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재명 후보 측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명예선대위원장은 상임선대위원장과 공동선대위원장의 사이에 위치한다"라고 밝혔다. 즉 공동선대위원장보다는 위에 있으며, 송영길 대표 등이 맡게 될 상임선대위원장 직보다는 아래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강희용 실장은 "상임고문과 공동선대위원장 제안도 있었지만, 추미애 전 장관이 어떤 자리든 마다 않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전 장관의 실질적 역할은 맡게 될 것이 확실시되는 '사회대전환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일 것으로 전망된다.
추미애 전 장관은 대선경선 내내 '지대개혁'이라는 핵심과제를 앞장서 제시한 바 있다. 이승만 정부 당시 농림부 장관을 맡았던 죽산 조봉암 선생이 주도한 '토지개혁' 만큼이나 혁신적인 현안 제시로 주목 받았다.
실제 토지개혁은 봉건시대 지주 중심의 사회를 개편하여, 사회에 평등 의식이 자리잡게 했고 높은 교육열을 자극하는 등 경제발전의 큰 원동력이 됐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토지개혁을 하지 못해 지금도 엄청난 빈부격차에 발목 잡히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적절한 조치였다.
현재 자산의 불평등은 '부동산' 보유 금액에서 상당부분 비롯된다. 그러므로 추미애 전 장관이 제시한 '지대개혁'이라는 과제가 다시 이슈로 떠올랐던 것이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이밖에도 △기후위기에 맞선 에코정치 △시민들에게 3회 안식년 및 '사높세' 수당 지급을 골자로 하는 더블복지국가 △사람 중심의 창의융합 교육혁명 등을 혁신적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날 이재명 대선후보와 추미애 전 장관 간 회동은 약 2시간 정도 진행되며, 예정 시간을 한 시간 가량 훌쩍 넘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이재명 후보를 최선 다해 돕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이번 경선에 대해 "약간 자화자찬같지만, 제가 참여 안 했으면 개혁이 실종될 뻔했다"고 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개혁 말씀 많이 해주셔서 제가 안해도 되는 상황이 됐다"고 화답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 우리 시대가 그런 듯하다"며 "모든 걸 진영 논리와 기세 싸움으로 치부하더라. 이번 대선엔 발목 잡는 개혁방해세력을 뛰어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후보님의 역할이 대단히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제가 다 감당할 수 있을 지 걱정되니 많이 도와주시라"고 호소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용광로 선대위라는 통합·포용의 이미지 참 잘하시더라"며 "대통령 만나서도 지난 대선 얘기하시며 유연성, 위트와 마음의 넉넉함을 다 함축적으로 표현하셨다"라고 극찬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지지층이 가장 뜨거울 때 항상 이겼다"라며 "지지자들은 화끈 달아올라서 간절하다. 후보보다 지지자들이 더 절실할 때 이긴다"라고 당부했다. 이재명 후보는 "응원하는 국민들을 대신하는 대표 선수들이라 그 뜻에 따라야 한다"며 "작은 고개를 같이 넘었으니 이제 더 큰 고개도 같이 넘어야 한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