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국민의힘 대선경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옹호' '개 사과' 파문과 관련, 11월초 최종후보 결정 직전 광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50%가 반영되는 당원투표는 다음달 1일부터 4일까지 모바일과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인데, 이 기간 중에 광주를 찾겠다는 셈이다.
이를 두고 일부러 광주에서 '봉변'당하는 모습을 연출, 당원들의 표심을 쏠리게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재 최종 후보가 윤석열 전 총장이 될지, 홍준표 의원이 될지 주목하고 있어서다. 즉 망언을 하고서는 이른바 '피해자 코스프레'로 여론을 어떻게든 반전시키려는 속내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진혜원 수원지검 안산지청 부부장검사는 지난 23일 페이스북에서 30년전의 한 사례를 들었다. 지난 91년 노태우 정권 당시 국무총리로 내정됐던 정원식 전 총리가 강의를 마치고 돌아가다 한국외대 학생들에게 봉변당한 사건이었다.
진혜원 부부장검사는 "1990년대 초반은 6공화국 말기로, 실질적 민주화 요구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매우 거셌다"라며 "1991년 명지대학교 재학생인 강경대 학생이 학교에 상주하던 백골단에 구타당해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고, 성균관대학교 재학생 김귀정은 시위 도중 쫓기다가 압살당했으며,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으로 학생 시위와 전교조 탄압 금지를 주장하는 움직임이 매우 거세게 벌어졌다"라고 소개했다. 해당 시기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많은 열사들이 세상을 떠났다.
정원식 전 총리는 그 이전에 문교부 장관으로 재직한 바 있는데, 당시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탄압의 중심에 서 있었다. 전교조를 불법단체를 규정하고 수많은 교사들을 해직·파면시킨 바 있어, 그는 학생운동가들에겐 굉장히 이미지가 나쁜 상황이었다. 여기에 민주화를 요구하다가 많은 열사들이 숨지자, 그에 대한 분노는 극에 달해 있었다.
91년 5월 국무총리 서리로 임명된 정원식 전 총리는 그해 6월 3일 한국외대 교육대학원에서 마지막 강의를 마치고 나오다가 학생들에게 계란·밀가루 등이 가득 섞인 세례와 함께 집단폭행을 당했다. 그러자 당일 저녁 방송과 다음 날 오전 신문에선 일제히 밀가루·계란·페인트를 뒤집어쓴 정원식 전 총리의 모습을 상세히 내보냈다.
당시 해당 사건을 계기로 학생운동권은 '감히 스승을 공격한' 패륜세력으로 낙인이 찍히며 엄청난 역풍을 맞았고, 전국적으로 일어나던 '노태우 정권 퇴진' 시위는 사그라들게 됐다.
진혜원 부부장검사는 "일을 당하신 분께는 힘들고 괴로운 일이지만, 수많은 사진이 지면과 방송 화면을 도배하여 민주화시위 주도자들이 주사파와 패륜범으로 매도됐으며, 바로 두 주 뒤에 치러진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여당이 대승했다"라며 "그리고, 이후 학생운동은 도매급으로 매도되고 궤멸됐다"라고 소개했다.
진혜원 부부장검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우연히도 선거 때만 되면 어떤 집단이 수세에 몰릴 때 항상 극우분자(테러주의자들)들이 날뛰면서 극단적인 폭력을 자행함으로써 여론을 반전시키고 선거에서 이기려는 시도가 재미를 보아왔었다"라고 꼬집었다.
진혜원 부부장검사는 "최근 어떤 분이 광주에 내려가겠다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며 윤석열 전 총장의 행보를 지적했다.
진혜원 부부장검사는 "광주는 일제강점기 학생운동과 5.18 민주화항쟁을 비롯하여 항상 우리나라 시민정신의 기준이 되는, 차분하고도 조용한 곳이었다"라며 "2002년 대통령선거 경선에서 PK출신 노무현 대통령을 1위로 뽑아 준 저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번 경선에서도 TK출신 이재명 도지사를 1위로 뽑아준 지역이기도 하다"라고 소개했다.
진혜원 부부장검사는 "지역감정보다 시민정신이 앞서는 지역이라는 의미"라며 "극우주의자가 proxy(프락치)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미리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윤석열 전 총장이 광주에 계란 맞으러 온다"고 전망할 정도로, 이른바 '스포일러'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예측된 행동을 그대로 할 경우, 물론 효과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