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언급하자 야권과 수구언론 등에선 기사는 물론 사설까지 통해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3년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국정감사 발언 영상이다. 이미 유명 방송인으로서, 또 프랜차이즈 업계의 큰 손으로서 자리잡고 있는 백종원 대표의 국회 출연은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됐었다.
화제가 되는 영상을 보면, 지난 2018년 10월 백종원 대표는 백재현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외식업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동의하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인구당 매장 수가 너무 많다고 본다"고 답했다.
백종원 대표는 '향후 외식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느냐'는 질의에 "감히 말씀드리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외식업을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등 외국같은 경우는 새로운 자리에다 매장을 열려면 최소한 1~2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백종원 대표는 "(미국에선)왜냐하면 인스펙션(inspection, 허가)이 잘 안 나오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식당을 함부로 못하는데 저희 같은 경우는 신고만 하면 바로 할 수 있는 게 문제다. 사실은 식당을 준비하는 분들이 쉽게 오픈할 수 있다 보니까 너무 준비성 없이 겁없이 뛰어드신다"라고 지적했다.
백종원 대표는 "제 생각엔 여러가지 상황이 있겠지만, 이렇게 쉽게 식당을 열면 안 되겠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제가 골목식당이라는 방송을 하지만 오해하시는 게 식당을 하라고 부추기는 거라고 오해하시는데 그게 아니라, 준비가 없으면 하지 마세요라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식업계의 전문가이자 큰 손인 백종원 대표의 문제인식과 이재명 후보의 문제인식은 결이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고만 하면 바로 뛰어들 수 있는, 즉 진입장벽이 없다는 데 대해 지적하고 있는 거라서다.
자영업에 진입장벽이 없으니 매장 수는 지나치게 많아지고, 출혈 경쟁이 이어지면서 수익을 벌어들이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쉽게 창업했다가 단기간에 폐업하는 업체가 많아지고, 결국 많은 돈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 이전에도 흔히 있던 일이다.
물론 이같은 과도한 '출혈 경쟁'은 음식점에만 국한된 일도 아니며, 편의점이나 커피숍, PC방, 노래방 등 광범위한 업종에서 일어난다. IMF 외환위기 이후 '평생 고용'이 사라지고 퇴직자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 중 하나다.
이재명 대선후보 박찬대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서울에는 약 8만7천 치킨집이 있는데 이는 전 세계에 있는 맥도날드 체인점 수와 맞먹는 숫자"라며 "기회형 창업이 아닌 생계형 창업에 몰린 소상공인들은 평균적으로 임금 노동자보다 영세하다"고 현실을 짚었다.
박찬대 대변인은 "현 상황은 개인의 잘못이 아닌 한국 경제의 취약성의 결과다. 돌이켜 보면, 소상공인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급격히 늘어났다"라며 "산업 부문에서 퇴출된 실직자들이, 사회 안전망이 약한 경제 구조에서, 진입장벽이 낮은 소규모 서비스업 창업에 뛰어들어 과잉경쟁 속에서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는 코로나19, 프렌차이즈 갑질과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찬대 대변인은 "자유시장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미국 조차도 소상공인의 과잉 경쟁을 막는 여러 규제들을 두고 있는데, 한국에서 소상공인 진입장벽 얘기를 하면 '반 시장주의자' 소리를 듣는다"라며 "이재명 후보가 음식점 총량 허가제까지 고민한 것은 소상공인이 직면한 문제들이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강조했다.
박찬대 대변인은 "또한 이재명 후보가 소상공인이 처한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경기도지사로 일하는 동안에도 경기도 공공 플랫폼 등 소상공인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만방의 노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박찬대 대변인은 이재명 후보가 소상공인 문제 해결의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는 전환적 공정 성장 공약을 발표하며, 혁신 산업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라며 "동시에, 사회 안정망 강화와 함께 자영업자들의 권리 보호 방안들도 제시했고 또한 지역화폐 예산을 늘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손실보상 하한선을 올리는 방안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정식 공모 절차를 거쳐 내정됐다가 여야 정치권의 공격으로 자진사퇴한 황교익 맛칼럼리스트도 28일 페이스북에서 "한국의 모든 언론이 똑같이 보도한 것이 있다. 기획과 심층 취재도 많았다. 과포화 상태의 외식시장 문제에 대한 보도"라며 "식당 주인들이 다 죽게 생겼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그때에 한결같이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고 짚었다.
황교익 맛칼럼리스트는 "어떻든 그 덕에 과포화 상태의 외식시장 문제를 정책 화두로 꺼내어졌다"라며 "나는 이번 대선에서 외식시장 문제의 해결에 대해 구체적 공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평시에는 이를 화두로 꺼내어도 주목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황교익 맛칼럼리스트는 언론을 향해 "예전에 썼던 외식시장 문제에 대한 기사를 다시 꺼내어 들어야 한다"며 "각 당의 대선 후보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물어야 한다. 정책 대결을 유도하는 언론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열린 전국 소상공인·자영업자 간담회에서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차라리 (면허를) 200~300만원 받고 팔 수 있게 할 수 있다"며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못 하기는 했는데 총량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 마구 식당을 열어서 망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좋은 규제는 필요하다"고 화두를 꺼낸 바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음식점 허가총량제'는 현재 공약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 행사를 둘러본 뒤 취재진에게 “우리는 규제 철폐가 만능이라는 잘못된 사고를 갖고 있다. 아무거나 선택해 망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라며 "과거 주유소 거래 제한도 있었고 요즘은 담배가게 거리 제한도 있다. 연간 수만 개가 폐업하고 생겨나는 문제가 있어 성남시장 때 그 고민(허가총량제)을 잠깐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