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가운데, 29일 바티칸 교황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교황님께서 기회가 되어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들을 돕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라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바티칸 교황청을 공식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 면담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분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이지 않느냐, 기꺼이 가겠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며, 임기 말까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흔들림없이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교황과의 면담을 계기로 남북-북미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인데, 교황이 "초청장 보내주면 기꺼이 가겠다"고 적극 화답하며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전세계인들 앞에 또 알린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종전선언'에 다가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3년만에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면담에서 비무장지대(DMZ) 철조망으로 만든 십자가를 프란치스코 교황에 선물로 건네며 "우리 한국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군사분계선이 250km에 달한다"며 "그 철조망을 수거해서 이렇게 십자가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서에 창을 녹여서 보석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거기에 더해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한 이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황의 지속적인 지지를 확인했고,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등 세계 인류가 당면한 글로벌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역대 어느 교황보다 파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 평화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8년 1월 교황청 외교단 신년하례식에서 “남북 대화 노력을 지지하며 국제사회가 협조해달라”고 당부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한 단일팀을 지지하며 대화 노력을 격려하며 “내 마음에 머릿속에는 항상 한국이 있다”며 한반도 평화를 기원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같은 해 4월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정상회담 결과를 지지하고 축복하는 메시지를 냈으며, 그해 6월에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기원하기도 했다. 그는 이처럼 한반도 주요 국면 때마다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10월 프란치스코 교황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황의 방북 문제를 논의했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의 공식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고 밝힌바 있다. 

북한은 3년 전 '교황이 오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했으나,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아직 초청장을 보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교황의 메시지 재확인으로, 북에서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반도 종전선언이 이뤄질 경우, 남북 모두 경제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톨릭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세례명 티모테오)과 김정숙(골룸바) 여사의 교황청 방문에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몰타기사단 한국 대표인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명예회장 등이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