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국민의힘 대선후보 자리를 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간의 혈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마지막 표심 구애는 국정농단으로 파면돼 중형을 선고받은 박근혜씨의 열혈 지지층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골수 친박세력들에게 평이 좋을 리 없다.
윤석열 전 총장은 박근혜 국정농단을 수사하던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활약한 바 있어, 박근혜 탄핵과 구속에 한 몫했다는 평을 듣는다. 윤석열 전 총장이 '특검'에서 활약하지 않았다면, 절대 서울중앙지검장이나 검찰총장 자리엔 오를 수 없었기에 그는 박근혜 지지층에게는 '최대 정적'이나 다름없었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대선부터 '박근혜 지우기'에 본격 나섰으며, 박근혜 정권이 강행한 한일 '위안부' 합의 즉각 파기까지 외친 바 있다. 아울러 친박계의 반발을 뚫고 박근혜씨를 당에서 '제명' 조치한 것도 홍준표 의원이다.
과거 자신들이 했던 일들까지 모조리 부정하면서, 골수친박세력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국민의힘 지지층이 박근혜씨의 부친을 '정신적 지주' 격으로 삼으며 '박정희 신화'를 매우 신성시하는 만큼, 한편으로는 이들 지지층을 부정할 수는 없는 셈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30일 국민의힘 텃밭이자 박근혜의 고향인 대구를 찾아 막판 지지를 호소했고, 31일에는 '박사모' 회장단이 윤석열 전 총장 공개지지 선언을 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30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당원간담회에서 “정말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TK(대구·경북) 정치인과 당원 여러분들이 물불 안 가리고 지지해주고 격려해줘 앞을 향해 뚜벅뚜벅 갈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사모' 회장단은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윤석열 후보는 무너진 법과 원칙을 다시 세우기 위해 국민의힘에 입당, 대선후보가 되어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우리는 무너진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울 수 있는 후보는 윤석열 후보 뿐이라 생각한다"며 '윤석열 지지' 선언을 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박근혜에 대한 법적 처분의 정당성을 부인하지 않았던 만큼, 박근혜의 국정농단 탄핵-구속 등을 모조리 부정하는 '박사모'의 지지선언은 매우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 '박사모' 회장단은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선 당원투표를 하루 앞두고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강요했다.
'박사모' 회장단은 홍준표 의원에 대해 "불법 탄핵을 당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있는 박 대통령을 강제 출당시킨 두 번의 상처를 준 탄핵 세력보다 더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했고,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선 "박 대통령의 불법 탄핵의 주범이라 국민의힘 후보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에 정광용 '박사모' 중앙회장은 "윤석열 후보를 지지선언한 짝퉁 박사모에 대하여 법적 조치에 들어가기로 했다. 2004년에 창립된 박사모는 하나뿐이다"라며 '윤석열 지지' 선언을 한 '박사모'는 소위 가짜라고 주장했다. 결국 '박근혜 골수지지' 세력들끼리의 싸움으로도 번질 전망이다.
홍준표 의원의 경우도 '박근혜 골수 지지층'에게 '박근혜 제명' 조치에 대해 고개를 숙이는 등, 자신의 과거 행동마저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대선 이후 친박세력을 겨냥해 '바퀴벌레'라고 깔아뭉개는 독설을 퍼붓기도 했었는데, 정작 그들에게 지금은 구애하는 격이다.
홍준표 의원은 31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국민·당원 호소 기자회견에서 과거 '박근혜 제명' 조치에 대해 “당원 여러분의 마음을 아프게 한 데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홍준표 의원은 자신이 대통령이 될 시 즉시 특별사면권을 행사해 '이명박근혜' 사면에 나설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홍준표 의원은 대표적 '골수 친박'인 홍문종 친박신당 대표를 선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박근혜 골수 지지층'에 적극 러브콜을 보내는 모습이다. 과거 자신의 '친박 바퀴벌레' 발언을 180도 부정하는 격이다.
결국 윤석열 전 총장이나 홍준표 의원이나 최소한의 소신도 줏대도 없이 과거 자신이 했던 행동들을 모조리 부정하고 있는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