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진에 "국민의 세금은 집권 여당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곶감 빼먹듯 쓰는 꿀단지가 아니다"라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심 후보는 지난 10월 31일 전국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의료인력과 공공의료 확충, 손실보상과 상병수당 등 위드 코로나 시대를 성공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공공의료 및 방역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심 후보는 지난해 3월 29일에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까지 열고 "전 국민에게 100만원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후 4월에도 같은 발언을 냈다.

당시 정의당 대표였던 심 후보는 "전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씩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라며 "코로나라는 거대한 해일이 경제를 삼키기 전에 정부가 민생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방파제를 세워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후보는 31일 경기 고양시 상암농구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난지원금이 그동안 지급된 것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턱없이 적다면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인당 100만원은 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현재 48만~50만원 지급됐다"라며 "코로나19 국면에서 최소한 30만~50만원 정도는 더 지급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라고 전국민 100만원 재난지원금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국가 능력이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닌 재정 판단의 오류"라며 "금액이나 시기는 당, 재정 당국과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후보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하한액(10만원)을 늘리고 보상액을 증액해야 한다고 당에 요청했다. 자영업자들의 보상금 액수가 피해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곳간지기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나라 살림이 악화된 만큼 점차 재정 지원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이라는 진보적 의제를 두고 이재명 후보에게 선점당하니 재무관료 홍 부총리와 똑같아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보도 아니고 노동자를 위한 당도 아니고, 정의당의 색깔이 없어지고 있다는 우려다. 심 후보의 발언은 본인의 신념과 대중적 요구, 당론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입지의 발판으로만 생각해 '조령모개'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재명 캠프' 이경 대변인은 1일 SNS 논평에서 심 후보를 향해 "지난 3월과 달리 말을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에는 '찔끔 지원'하자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기억할 것이다. 본인의 말이었으니. 심 후보는 바꾼 본인의 주장에 대해, 국민과 지지자분들께 명확하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라며 "국가는 초과세수가 쌓여 다행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늘어나는 개인의 빚에 대해, 국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가?"라며 이렇게 말했다.

현근택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작년 3~4월, 심 후보는 '재난기본소득으로 전 국민에게 1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라며 "당시에도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주장이었는가? 당시에는 꿀단지에서 곶감을 빼먹어도 되었다는 것인가? 당시에 비하여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나아졌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 대기업 영업이익은 100조를 돌파하여 작년에 비하여 2배 이상 증가했다"라며 "올해 상반기 5대 은행의 이자수입은 20조에 달하고, 3분기까지는 31조에 달하고 있다. 올해 정부의 초과세수는 40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라고 대기업과 은행의 영업이익에 따른 정부의 초과세수를 조목조목 짚었다.

이어 "이에 반하여 가계는 어떨까?"라며 "올해 상반기 가계부채는 1,800조가 넘었고, 이는 작년에 비하여 1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00%에 육박하여 대단히 높은 편이지만, 국가채무비율은 40% 후반대로 비교적 양호한 상태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대기업과 은행은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가계살림은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타당한가?"라며 "국가는 초과세수가 쌓이고 있지만 개인은 빚이 늘어나는 것이 타당한가?"라고 심 후보를 향해 거듭 따져 물었다.

그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이러한 고민속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는 대선후보가 되고서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관되게 주장해온 바다. 야당이야 말로 정치적이 유불리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지성용 신부도 SNS를 통해 "한 입 가지고 두 말 하는 심상정, 진보의 가치를 잃어버린 심상정"이라며 "누가봐도 대장동 돈 받은 사람들 모두 국힘 인사들이고 돈빼먹을 설계는 국힘당이 했는데도 이재명을 구렁으로 밀어넣던 심상정. 지금 정의당의 이러한 사달의 중심에 당신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 확신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조국을 모셔다가 강연을 하면서 당의 입지를 높이려 했던 당신이 정작 조국이 풍전등화에 놓였을때 침묵으로 방관하며 공범이 되었던 역사를 우리 모두 기억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제 그나마 진보정당에 희망을 가지고 정의당을 지지했던 사람들 빠져나가면 당신들은 1%득표도 어려울 것"이라며 "냉정하게 2% 안에 갇힐 것이다.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다시 처음부터. 허물고 다시 처음부터"라고 강조했다.

한편 심상정 후보는 기자들에게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 여부에 대해서 "'단일화'는 역사적 시효가 끝났고, 양자 대결 구도는 양당 독재의 또 다른 이름"이라며 선을 그어 끝까지 완주할 것 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