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전두환 찬양' '개 사과' 파문에 휩싸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당초 이달 2~3일 경 광주를 찾으려 했으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확정될 이달 5일 이후로 일정을 변경했다. 이는 '일부러 계란 맞으러, 봉변 당하러 온다'는 속내를 분석한 '스포일러'가 수없이 터지자 황급히 일정을 변경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3일 페이스북에서 "역시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사과는 진정성을 의심받기 마련"이라며 "말로 사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과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그에 걸맞은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재명 후보가 직격한 대상은 국민의힘 내부 '5.18 망언 3인방'으로, 국민의힘이 이들에 대한 내부 정리가 있지 않고서는 사과의 진정성은 전혀 없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 3인방은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전 의원이다.
대표적 '골수친박'이며 "세월호 인양하지 말자.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것" "촛불은 바람에 꺼진다" 등 각종 망언으로 구설을 일으켰던 김진태 전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국민검증특별위원회 위원장직에 임명되는 등 여전히 국민의힘에서 중용받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정치는 말보다 실천이다. 우리 국민은 학살자 전두환을 잊지 않았고, 윤석열 후보가 전 씨를 옹호했던 발언도 용서가 안된다"라며 "일말의 진정성을 가지려면 윤 후보 본인을 포함해 국민의힘 전현직 5.18 망언 인사들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직격했다.
김진태·이종명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019년 2월 국회에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를 열었고, 이들은 발표자로 지만원씨를 초청했다. 김순례 당시 의원은 그 자리에서 축사발언을 했다.
지만원씨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광주에 투입됐다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지난 2002년 이후 끊임없이 강변하고 있다. 그는 이미 5.18 관련 단체들과 5.18 유공자들로부터 수차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으며, 이미 수억원을 배상한 바 있다. 그런 허위사실을 마구잡이로 유포한 이를 국회에 초청한 것도 문제였지만, 이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은 지만원 못지 않았다.
김진태 당시 의원은 축사 영상에서 “5.18 문제에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선 안된다”며 “전대에 많은 후보 나왔지만 5.18 문제만 나오면 다 꼬리를 내린다. 이래서는 싸울 수 없다"고 강변했다. 이종명 당시 의원은 공청회 축사에서 "5.18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5.18 폭동'이라고 했는데 10년, 20년 후에 그게 '5.18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고 역시 강변했다.
김순례 당시 의원도 "종북좌파들이 지금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내면서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막말을 했다.
이들은 이미 수없이 드러난 역사적 사실들마저 부정하며 망언을 쏟아냈고, 전두환 일당을 적극 두둔한 셈이다.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지만원씨의 주장대로 북한군이 휴전선에서 수백km나 떨어진 광주까지 몰래 들어왔다고 하면, 이것도 역시 군사반란을 일으킨 전두환-노태우 일당의 책임이 된다.
당시 전국엔 '계엄령'이 선포된 상황이었는데, 수백에 달하는 북한군이 그 먼 곳까지 삼엄한 경계를 뚫고 들어왔다면 이것은 고의로 방치한 것이 분명해서다. 결국 어떻게 하든, 광주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무고하게 학살당한 것은 전두환 일당의 책임이 된다.
그러나 당시 자유한국당에선 이들 3인방에 대해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을 뿐이다. 이종명 전 의원만 제명 처분을 하고 김순례 전 의원에게는 ‘당원권 정지 3개월', 김진태 의원에게는 가장 수준 낮은 '경고 처분'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제명' 처분도 결국 유야무야되면서, 사실상 처벌 하나 없이 마무리됐을 뿐이다.
결국 '전두환'이라는 그림자에서 국민의힘은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윤석열 전 총장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또 5.18 망언 인사들에 대한 '솜방망이' 조치에 있어서도 확인되는 것이다.
또 국민의힘 대선경선 주자 중 한 명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과거 전두환을 새해벽두부터 찾아가 '큰 절'까지 올려 파장을 일으켰던 인사다. 국민의힘 인사들의 사고방식이 전두환이 집권하던 80년대 초와 과연 차이가 있을지 따져물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