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겸 이재명 대선캠프 사회대전환위원장)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을 겨냥해 "구시대 명망가는 퇴장하라"고 일갈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번에도 윤석열 대선캠프 총괄선대위원장에 거론되고 있으며, 반기문 전 총장은 '원전 없이 탄소중립 불가'라는 입장을 앞세우고 있다.
추미애 전 장관은 12일 페이스북에서 "다음 5년은 기후위기와 기술 대전환에 대응해야하는 시기다. 시대 전환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선진국에서 다시 밀려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대한민국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법에 공감하고 하나씩 실천하면서 함께 나아가지 않으면 국민 모두가 행복한 정의로운 대전환을 할 수 없다"며 "그런데 미래로 가는 길에 발목잡는 세력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발목잡는' 세력으로 "정치검찰을 전면에 내세우고 배후에 똬리를 튼 기득권 세력"이라고 지목한 뒤, "그들은 과거에 정치군인에게 머리를 빌려주고 잔꾀를 내주었다"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김종인 전 위원장에 대해 "1980년대 노조가 기업 안에 있으면 안된다는 주장을 펼쳐 전두환의 환심을 샀다"며 "산별노조가 잘 작동되는 독일노조를 산별이 안 되는 한국에 끌어와 개별기업의 노조를 쫓아내도록 하는 잔꾀를 제공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과거 전두환 정권 수립 직전 만들어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참여한 바 있으며, 이를 배경으로 해서 당시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의 전국구(현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두 번(11, 12대)이나 지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자신의 비망록인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를 통해, 지난 1980년 9월 전두환씨에게 대면보고하는 자리에서 "기업에 노조 지부가 있어서는 안 된다. 기업은 생산하는 곳이다. 기업 내에서 파업을 할 경우 생산시설을 보호하는데 위협을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전두환씨가 "내가 생각한 거랑 똑같다"며 김종인 전 위원장을 극찬했다고 한다.
당시 한국에서 '임금 인상, 처우 개선' 등을 조금이라도 외칠 경우 무시무시한 탄압을 받았다. 재벌과 막대한 정치자금을 수시로 주고 받는 유착관계였던 군사독재정권도 공권력을 동원해 이들을 짓밟는데 앞장섰다. 그럼에도 기업 내에 노조를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독일 유학파'라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앞장서 제시한 셈이라서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이제 그가 정치판을 흔들 국사처럼 전면에 등장할 모양"이라며 김종인 전 위원장을 직격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90년대 초반 동화은행장으로부터 2억1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가 약 2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한 비리 정치인이기도 하다. 당시 2억원이면 지금 시세로는 10억원 이상 될 막대한 금액이다.
추미애 전 장관은 반기문 전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철지난 원전 만능 논리도 혼란만 부추긴다"며 "세계무대에서 선 경력자답지 않게 사고 자체가 매우 올드 패션하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원전 없이 탄소중립 달성이 어렵다는 그의 주장은 선진국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탈탄소 기술 전환을 일찍이 준비하고 신재생에너지 의존도를 확 높인 유럽 등 선진국은 탈원전을 하고 있다"며 "원전은 기후위기에 안전성에 있어서 취약할뿐만 아니라 발전비용면에서도 재생에너지 대비 4배나 비싸다는 것이 이미 공인됐다"고 설명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재생에너지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과거의 원전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이미 세계에서 선진국으로 호명받은 대한민국 입장에선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지난 10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빛가람 국제전력기술 엑스포 기조연설에서 "저는 원전없이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참여정부에서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장관을 지내다 UN사무총장에 임명, 10년동안 두 차례 임기를 보냈다. 그의 사무총장 임명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향이 컸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한국에선 반기문 전 총장을 '세계의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연일 극찬하고 그와 관련한 저서들을 무수히 쏟아냈지만, 많은 외신에선 그를 향해 무슨 사안이 있을 때마다 '우려'만 한다며 '투명인간' 등의 혹평을 줄곧 가해왔다.
반기문 전 총장이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귀국했을 당시엔 '박근혜 탄핵' 국면이었다. 반기문 전 총장은 귀국 직후부터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정치행보를 시작했으나 그와 관련한 각종 구설들이 연일 이어지며 지지율이 급락했고, 결국 정치활동 3주만에 대선 출마 포기의사를 밝혔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이런 구시대 명망가들이 국민들을 혼란하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며 김종인 전 위원장과 반기문 전 사무총장을 직격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선진국으로서 국민도 함께 잘사는 나라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고 올드한 명망가가 아니라 새로운 전문가 그룹이 전면에 나서야 할 때다. 대선은 미래 담론이 형성되는 주요시기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