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기자]= 청와대 생활비에 대한 뉴스 하나가 17일 올라왔다. 국민의힘에서 생활비로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 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됐지만 정작 문 대통령의 약속이 철통같이 이행된 것만 고스란히 입증됐다.
청와대 비서실은 이날 청와대 관저에 거주하는 문 대통령 가족의 생활비용 충당 내역과 이에 관한 규칙·내규 여부 등 자료를 요구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에게 “대통령과 가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의 경호 안전상 구체적으로 확인해드리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라며 “다만 대통령 가족의 경호 및 거주와 관련해 법령을 위반하거나 부적절한 사항은 없다”라고 밝혔다.
동물 애호가로 알려진 문 대통령은 이제 임기가 몇달 남지 않았다. 과연 약속대로 '개와 고양이 사료값과 가족 식비 등 개인 생활비를 지불했을까?'라는 궁금증을 국힘이 풀어줬다.
공교롭게도 이날 곽상도 전 국힘 의원이 50억 뇌물수수혐의로 주거지와 그의 사무실이 압수수색 당했다. 문 대통령 가족의 작은 일에도 침소봉대해 스토커처럼 달라붙어 비방하던 국힘의 '최애' 공격수 곽 전 의원이 사퇴하면서 추경호 의원이 들어와 청와대에 흠집을 찾으려 했지만 전직 대통령들의 처세와는 다른 문 대통령의 철두철미한 점만 부각되고 말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이후 보름 정도 지나 첫 수석보좌관 회의를 하면서 “현재 대통령 관저 운영비나 생활비도 특수활동비로 처리하는데, 가족생활비는 대통령의 봉급으로 처리하겠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적어도 우리 부부 식대와 개. 고양이 사료값 등 명확히 구분 가능한 것은 별도로 내가 부담하는 것이 맞고, 그래도 주거비는 들지 않으니 감사하지 않냐”라고 밝혔다. 국민의 세금인 예산으로 비용을 지급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경우를 명확히 구분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였다.
당시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5월 25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청와대에 전세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어리둥절해 하는 기자들에게 설명까지 해줬다. 그는 "앞으로 대통령의 공식행사를 제외한 가족 식사비용, 사적 비품 구입 등은 예산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 대통령은 앞으로 공식회의를 위한 식사 이외에 개인적인 가족 식사 등을 위한 비용은 사비로 결제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전 정권에서 대통령의 ‘식생활비’는 ‘통치 행위’의 일환으로 여겨져 그간 제대로 밝힌 적도, 밝히려 애쓴 적도 없었다. 대통령경호법이나 국유재산법에는 명시적으로 대통령 가족의 식비에 대한 규정은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였던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역대 대통령들이 일가족과 함께 청와대에 거주하는 동안 드는 생활비에 대해 논란이 벌어진 적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국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언급 조차 꺼렸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그 브리핑(이정도 비서관) 후 4년 6개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생활비를 아예 공제한 월급을 대통령이 받고 있다”라며 “그런 부분을 칼같이 하려고 인연이 없는 이 비서관을 총무비서관으로 앉힌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주말의 식사라도 청와대 직원 등과 함께한 식사는 예산으로 쓰고 가족과 함께 먹은 경우 문 대통령의 월급에서 차감하는 식이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그간 관례를 깬 만큼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나와 내 가족 밥값은 내가 낸다는 게 새로운 관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일가가 청와대 생활비를 얼마나 부담하는지, 국가가 얼마나 지원하는지, 법적인 근거는 마련돼 있는지 등 아무 정보가 그동안 공개돼지 않고 있었다.
국민들 가운데에서도 "국가를 대표하는 지도자인데다 국정 수행의 노고가 큰 데 그 정도도 지원 못하냐"라는 의견이 적잖았다.
박근혜 정부 때는 비선으로 꼽히는 최순실씨가 수시로 청와대에 머물렀고 별미는 요리사에게 만들어 달래서 싸서 가는 공사 구분이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수리비와 거울방 꾸밈비, 멀쩡한 변기, 의자 교체비 등 억대의 물품비를 상시로 지급했다. MB는 아들과 거주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의 딸 다혜씨가 친정에 와 있다고 야권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선 대통령 일가가 취임 후 백악관 관저에 입주하더라도 공과금과 공식 만찬비용 등을 제외한 생활비 일체를 자비로 부담하는 등 투명화돼 있다. 공사 구분이 철저한 사회 전통과 민주주의의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세부 생활비 지출 내역까지는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