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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오징어게임' '기생충' 논할 자격 없는 이유..
정치

국민의힘이 '오징어게임' '기생충' 논할 자격 없는 이유

고승은 기자 merrybosal@hotmail.com 입력 2021/11/21 16:30 수정 2021.11.21 23:28
황동혁 감독 '도가니'로 '이명박근혜 블랙리스트' 올라, '설국열차' '괴물' 봉준호 감독도 마찬가지

[ 고승은 기자 ] = 최근 세계적인 신드롬을 이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관련,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회는 지난 14일 이를 패러디하는 영상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오징어게임'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과거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오른 영화 '도가니'를 만든 바 있다. 이밖에도 당시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품을 만든 감독 중에는 '기생충' 신드롬을 일으킨 봉준호 감독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전세계에 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한 패러디물도 쏟아지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할로윈데이를 맞아 '오징어게임' 복장을 한 시민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전세계에 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한 패러디물도 쏟아지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할로윈데이를 맞아 '오징어게임' 복장을 한 시민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재 한류 신드롬을 이끌고 있는 이들을 그만큼 '이명박근혜' 정부가 배척했다는 것으로, 이들 정권이 이어졌을 경우 과연 한류가 세계적으로 퍼질 수 있었을지 큰 의문이 드는 이유다. 국민의힘에서도 자신들을 뿌리로 한 정권들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라는 최악의 사건을 일으켰음에도, 공개사과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다. 

지난 14일 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에 올라온 "ㄷㅈㅇ 게임 : 비단주머니 속 명함의 정체는?"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선 이준석 대표와 이영 의원이 출연하며, 이준석 대표는 이영 의원을 만나 분홍색 비단주머니와 'ㄷㅈㅇ'라고 적힌 명함을 쥐어주며 "디지털 전문가를 찾아달라"고 요청한다. 여기서 'ㄷㅈㅇ'는 디지털정당위를 축약한 '디정위'의 초성이다.

이영 의원은 오징어게임 등장인물처럼 지하철역에서 시민과 딱지치기 게임을 벌여서 이긴 사람들에게 'ㄷㅈㅇ' 명함을 건네고, 이들은 '정권교체'를 암호로 외치며 승합차에 올라탄다. 이후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한 이들은 "어떻게 해야 대선판을 뒤집을 수 있냐"고 묻는다. 

이에 '프런트맨' 가면을 쓴 이준석 대표가 등장해 "제가 설명해드리겠다"라고 답하며 가면을 벗고 미소를 짓는다. 이어 '디지털 대선을 위한 최강의 디지털 전문가들이 모였다'는 자막이 나오며 영상은 끝이 난다. 

최근 세계적인 신드롬을 이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관련,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회는 지난 14일 이를 패러디하는 영상을 올린 바 있다. 해당 영상은 국민의힘이 대선을 앞두고 온라인 공간에서의 댓글 조작을 막기 위한 '크라켄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사진=오른소리 유튜브 영상
최근 세계적인 신드롬을 이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관련,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회는 지난 14일 이를 패러디하는 영상을 올린 바 있다. 해당 영상은 국민의힘이 대선을 앞두고 온라인 공간에서의 댓글 조작을 막기 위한 '크라켄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사진=오른소리 유튜브 영상
최근 세계적인 신드롬을 이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관련,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회는 지난 14일 이를 패러디하는 영상을 올린 바 있다. 영상엔 '프런트맨' 가면을 쓴 이준석 대표가 등장한다. 사진=오른소리 유튜브 영상
최근 세계적인 신드롬을 이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관련,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회는 지난 14일 이를 패러디하는 영상을 올린 바 있다. 영상엔 '프런트맨' 가면을 쓴 이준석 대표가 등장한다. 사진=오른소리 유튜브 영상

해당 영상은 국민의힘이 대선을 앞두고 온라인 공간에서의 댓글 조작을 막기 위한 '크라켄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것이며, 해당 건은 이준석 대표가 강조하는 비책인 '비단주머니' 1호 프로젝트라고 한다. '크라켄' 명칭은 과거 드루킹 일당의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에서 착안한 것이며, 킹크랩의 천적이 전설 속의 동물인 대왕 문어 크라켄이라는 이유에서다.

해당 영상은 21일 현재 '좋아요'는 1100여개, 싫어요는 3800여개로 부정적 반응이 3배 이상 많다. 보통 이용자가 유튜브에 업로드한 영상 대부분이 '좋아요'가 훨씬 많은 것을 감안하면, 완벽한 '혹평'을 받은 셈이다. 

지난 2019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낸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국정원의 문서로부터 총 15편의 상업영화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나와 있다. 이들 영화들은 대부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스트에 따르면 과거 정권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영화는 괴물(봉준호, 2006),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2000), 효자동 이발사(임친상, 2012), 26년(조근현 2012), 남영동 1985(정지영, 2012), 살인의 추억(봉준호, 2003), 공공의 적(강우석, 2002), 도가니(황동혁, 2011), 베를린(류승완, 2012), 설국열차(봉준호, 2013), 광해(추창민, 2012), 변호인(양우석, 2013), 부러진 화살(정지영, 2011), 화려한 휴가(김지훈, 2007) 등이다.

지난해 전세계에 '기생충' 신드롬을 일으킨 봉준호 감독, 그는 앞서 '괴물' '살인의 추억' '설국열차' 등을 감독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전세계에 '기생충' 신드롬을 일으킨 봉준호 감독, 그는 앞서 '괴물' '살인의 추억' '설국열차' 등을 감독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생충'을 감독한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무려 3건(괴물, 살인의 추억, 설국열차)이나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오징어게임'을 감독한 황동혁 감독의 작품 '도가니' 역시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괴물'은 "반미 및 정부의 무능을 부각한 국민의식 좌경화"라는 이유(2008년 8월 이명박 청와대)에서, '살인의 추억'과 '도가니'는 "공무원·경찰을 부패·무능한 비리집단으로 묘사, 국민에게 부정적 인식을 주입한다"는 이유(2013년 8월, 박근혜 국정원)로, '설국열차'는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사회 저항 운동을 부추긴다"는 이유(2013년 8월, 박근혜 국정원)로 블랙리스트에 수록됐다. 

그만큼 이명박근혜 정권은 과거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처럼 문화예술에 '검열'을 시도하고,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작품을 발표하는 문화예술인들을 철저하게 배척하곤 했다. 이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 작품들마저도 배척한 것으로, 이들이 얼마나 문화예술을 보는 눈이 없는지를 인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계적인 신드롬을 이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 앞서 그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을 감독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세계적인 신드롬을 이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 앞서 그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을 감독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 정권으로 인해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생계에도 큰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명박근혜 정권과 기조가 같은 정권이 계속 이어졌더라면 '기생충'도 '오징어게임'도 결코 등장할 수 없었고, 한류도 침체에 빠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을 거라는 점에서다. 

국민의힘에선 이런 블랙리스트 '만행'에 대해 아직까지 사과한 적이 없다. 과연 이들이 한류와 이를 이끄는 작품들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물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게다가 대선후보인 윤석열 후보가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는 것만 보더라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수구적인 속내를 여과없이 드러내 더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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