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예상대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맡게 됐다. 상임선대위원직도 이미 거론됐던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가 함께 맡는다. 윤석열 후보의 '책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김한길 전 의원도 예상대로 요직에 임명됐다.
윤석열 대선후보는 21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김한길 전 의원의 사무실에서 양자 회동 후 이같은 인선을 발표했다. 김한길 전 의원은 선대위와 별도 조직인 '새시대준비위원회'라는 조직의 위원장으로 합류한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후보가 지난 3월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이후로, 김한길 전 의원이 그를 돕고 있다는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게다가 김한길 전 의원의 경우 정치권의 대표적인 '철새'인데다가, 문재인 대통령을 수년 간 수없이 비방해왔기에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는 김한길 전 의원 영입에 대해 “제가 한국 정치사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판단하기에 국민의힘에 당장 함께하기가 조금 주저되는 분들을 모시는데, 그리고 또 좀 더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진보를 포용할 수 있는 분으로는 이분이 적임자가 아닌가 했다”며 이유를 밝혔다. 이른바 '중도층' 공략 등을 김한길 전 의원에 책임지고 맡기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김병준 전 위원장에 대해선 "우리 당이 어려울 때 비대위원장을 맡아서 호흡했던 분”이라며 “김종인 전 위원장과 함께 정권교체를 크게 추진해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앞서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들의 합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윤석열 후보는 “이분들이 서로 다 가까우신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든지 소통하는 그런 관계로 안다”고 부인했다. 윤석열 후보는 공동선대위원장과 본부장급 인선도 추후 조금씩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한길 전 의원은 "결론은 정권교체다. 정권교체야말로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이고 저도 새 시대를 여는데 힘을 보태겠다"라며 "아직도 국민의힘과 함께 하기는 주저된다고 말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런 분들과 중도, 합리적 진보인 분들과 함께 어우러져 정권교체에 기여하겠다"고 합류 소감을 밝혔다.
이같은 인선 발표에 대해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 "윤석열 선대위의 후3김 시대: 김종인-김병준-김한길. 윤석열은 왜 그리 병풍이 필요한가?"라며 "잔뜩 줄 세워 놓고, 자신의 부끄러운 언행을 숨기고 싶어서겠지요. 자신이 없으니까"라고 힐난했다. 과거 '3김'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를 호칭하는 정치용어였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지난해 총선 당시에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그 이후 1년 이상 비대위원장직을 맡았다. 김병준 전 위원장도 자유한국당 시절 반년 이상 비대위원장직을 맡았고, 지난해 총선에선 세종시을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윤석열 후보 선대위 구성은 현재 이변이나 신선함 없이, 언론에 예고됐던 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 3인방 모두 진영을 옮겨 다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80년대 초 이후 비례대표로만 5선 의원을 한 전후무후한 기록을 갖고 있으며, 지난 40년간 진영을 수시로 옮겨 다녔다. 김병준 전 위원장도 참여정부 시절 오랜 기간 노무현 전 대통령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등 지근거리에 있었으며, 당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임명되기도 했었다.
김한길 전 의원은 '당깨기 전문가' '정당 분쇄기' 등으로 불리는 '역대급 철새'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는 2007년 참여정부 말기 자신을 따르던 의원들과 함께 6개월 사이에 탈당 2번과 합당 1번을 통해 4개의 당적(열린우리당→중도개혁통합신당→중도통합민주당→대통합민주신당) 보유라는 역시 전후무후한 기록을 세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과연 이들 3인방이 심각한 '본부장(본인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씨, 장모 최은순씨) 리스크'를 안고 있는 윤석열 후보를 어떻게 보좌하고 현안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무슨 결과를 낳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