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처음에는 조건 없는 특검을 주장하더니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서는 특검의 대상이 될 수 없다"라며 갑자기 조건을 내걸었다. 윤 후보가 되려 특검에서 발을 빼려는 이유가 드러났다.
아울러 '천화동인'을 나란히 소유한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는 부산저축은행 대출을 통해 대장동 사업자금을 마련했고 어김없이 박영수 전 특검이 등장하고 여기에 윤석열 중수부가 봐준 정황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22일 '노컷 뉴스'에 따르면 윤 후보가 주임검사로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사건을 수사할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는 대장동 부실 대출 관련 자료를 확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 중수부의 압수수색이 끝난 이후 돌려 받은 자료를 토대로 부산저축은행의 실사를 했던 '삼정회계법인'에서는 대장동 개발 관련 부실 대출 문제를 지적했다.
심지어 이 보고서는 중수부의 2차 기소 이전에 만들어졌지만, 중수부는 마지막까지 대장동 대출 관련 문제를 수사하지 않았다.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 후보의 부실수사 책임을 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대장동 대출건'은 아예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다.
당시 부실 대출은 부산저축은행 파산의 원인으로 지목돼 수사의 중점 사항이었지만 유독 대장동만 빠져 봐주기 수사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란 게 매체의 지적이다.
삼정회계법인은 지난 2011년 10월 '부산저축은행 부실원인 분석보고서'를 제작했다. 검찰이 부산저축은행 사건 관련 2차 기소(2011년 11월 2일)를 하기 이전이다.
그해 초 부산저축은행과 그 계열사들이 자금 부족 등을 이유로 예금지급이 불가능해지자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예보)의 공동검사가 실시됐고, 삼정회계법인은 예보에 의뢰를 받아 부실원인 분석에 참고자료를 제공할 목적으로 실사를 하게 된 것이다.
삼정회계법인은 부산저축은행 부실의 원인으로 부실 대출을 지적하면서 신용위험을 관리하는 내부통제 절차가 미비했던 대출과 자금이 회수되지 못한 일반PF(Project Financing) 대출 등을 문제로 봤다.
신용위험을 관리하는 내부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이 이뤄진 사례로는 나인하우스가 명시돼 있다. 나인하우스는 2010년 초 대장동이 민간 개발로 추진될 당시 그 일대 토지를 매입했던 부동산 회사로 '남욱 변호사'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나인하우스를 포함해 '신용위험 내부통제 절차 미비'로 대출이 이뤄진 회사들은 총 11개. 나인하우스는 대출액이 세 번째(약 140억원)로 많았고, 회수되지 않은 돈도 80여억원이나 됐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 관련 대출은 '윤석열 대검'의 수사에서 빠져 있었다. 심지어 중수부는 2011년 3월 부산저축은행그룹 5곳을 압수수색하면서 내부 자료들을 모두 확보했지만, 대장동 대출 건은 수사하지 않았다. 다분히 고의성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중수부의 압수수색 이후 돌려 받은 자료를 토대로 실사를 했던 것을 감안하면, 같은 자료를 놓고 중수부에서는 수사되지 않은 대장동 대출 건이 삼정회계법인에서는 부산저축은행의 부실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는 얘기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관련 3387명을 불러 조사했고, 두 차례에 걸쳐 117명을 기소했다. 이때 인천 효성동 도시 개발 사업, 경기도 용인 수지 상현동 아파트 시행 사업, 전남 순천 왕지동 아파트 시행 사업 등과 관련한 수천·수백억원의 대출 건도 수사했고, 시행사 대표들과 브로커, 공무원 등이 기소했다. 그러나 대장동 대출 관련 건은 손을 대지 않았고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화천대유의 시작이 윤석열·박영수·김만배"
삼정회계법인의 분석보고서에는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의 친인척이자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의 대학 후배인 조우형씨가 연관된 회사도 등장한다.
분석보고서에는 "회사의 주요 부실대출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불법 PF대출'로 인한 부실"이라고 명시하면서 세움과 이솔트라는 회사를 언급했다.
세움은 2010년 수원 망포동 사업과 관련해 부산저축은행 계열사로부터 29억 7800만원을 무담보 불법 대출을 받았는데, 이때 대출을 알선해준 사람이 조씨다.
또 이솔트도 같은 해 벨리타하우스로부터 10억원을 무담보로 대여 받았는데, 이때 이 돈을 대여해주기로 결정한 사람 역시 조씨다. 그는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의 부탁을 받아 자신의 회사인 벨리타하우스에서 이솔트로 돈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중수부는 당시 조씨를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범행은 2015년에 가서야 수원지검의 수사로 드러나게 됐다. 조씨는 배임·알선수재·범죄재산은닉 등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조씨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을 당시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를 통해 중수부장 출신의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변호사로 선임했었다.
윤 후보 측은 "저축은행이 차명법인 120여 개를 세워 직접 지분을 투자한 것이 부산저축은행 당시 수사 때의 핵심이었고, 구체적인 범죄 단서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라며 "당시 수사팀에서 대장동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파악하고 있었는지는 현 시점에서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김만배 누나 윤석열 부친 자택 매수 '사후뇌물수뢰죄' 의심돼"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일 논평을 내고 "대장동 특검의 성역은 없다"라며 "부산저축은행 수사는 화천대유의 진실을 밝힐 출발선으로 회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특검을 받아 떳떳하게 평가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이날 민주당은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과 관련해 당시 검찰 수사책임자였던 윤석열 후보를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이 성남 대장동과 고양 풍동에 대한 공영개발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민간개발이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민간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거액을 대출했다며 부산저축은행의 불법대출 과정에서 알선수재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됐던 조우형 변호사를 당시 윤 후보가 입건조차 하지 않는 등 검사로서의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 후보는 친분 관계인 박영수 전 특검이 당시 조 변호사의 변호인이었단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민주당은 고발장에서 “윤 후보가 당시 조 변호사의 변호인이었던 전 중수부장 박영수 전 특검에게 수사 정보를 알려준 사실이 조우형과 박영수의 진술을 통해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조 변호사가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를 통해 박 전 특검을 소개받았는데, 김씨의 누나가 지난 2019년 윤 후보 부친 소유의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19억원에 매수하는 등 뇌물사후수뢰죄가 의심된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들 혐의 외에도 알선수재 혐의와 특수직무유기죄 혐의가 같이 있다고 판단하고 고발장에 이를 함께 명시했다.
김용민 의원은 "화천대유가 가능하게 했던 수사가 바로 부산저축은행 대출 부실수사였고, 그 담당검사가 바로 윤석열이었다"라며 "화천대유의 시작이 윤석열과 박영수, 김만배였던 셈인데 이를 제대로 수사하라고 오늘 민주당에서 고발했다. 기득권카르텔을 지켜온 검사 윤석열의 민낯을 확인 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으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