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 공군은 미사일 하나로 유도탄을 장착하고 있는 현대화된 영국 구축함을 침몰시켰다. 서방 군사계에서는 이 사건을 해전의 전통적인 전법에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 평가하고, 아울러 해전 전술의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 전망했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이에 근거하여 “현대 해전은 일종의 ‘숨바꼭질 놀이’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여기서 말하는 ‘숨바꼭질’은 적은 병력과 불규칙한 전술로 공격을 가한 후에 잽싸게 숨고, 숨었다가는 다시 공격하여 적으로 하여 아군의 실력과 의도에 대해 갈피를 못 잡게 함으로써, 적을 속이고 정신을 어지럽히고 유인하는 등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해상 ‘숨바꼭질’도 다른 것과 마찬가지겠지만, 그 나름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공격하는 쪽은 현대화된 유도탄과 전자 제어장치를 보유하고 있어 상대방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치고 달리기’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방어하는 자는 바로 이러한 점을 역이용하여 방어의 기회를 벌 수 있다. 예컨대 공격자는 장거리 레이더로 목표를 찾게 되는데, 이때 상대방이 설치한 가자 목표에 속기 쉽다.
포클랜드 해전에서 영국 함대는 레이더에 나타난 섬들을 아르헨티나의 전투기로 오인하고 섬들을 향해 유도탄을 발사했다. 이러한 사실은 장거리 목표를 수색하는 데 상당한 결함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방어자는 전투 지역 안에다 가짜 목표물을 잔뜩 설치해놓고 공격자를 미로 속으로 끌어들인다. 공격자는 장거리에서 유도탄을 발사할 때 유도탄이 진짜 목표에 명중했는지 파악할 수 없게 된다. 아르헨티나의 비행 조종사 배라카라츠는 슈퍼 에텡다르를 조종하여 영국의 쉐필드 구축함을 공격하고 기지로 돌아온 몇 시간 뒤에야 신문 보도를 통해 자신이 쉐필드 호를 격침 시켰다는 엄청난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자는 전투지의 전체 형세에 대해 정확한 분석과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으며, 적의 허실을 판별하기도 쉽지 않다.
또 이런, 경우도 있었다. 아르헨티나 공군이 영국군의 ‘무적’호 항공모함을 공격하기 위해 출격했다. 조종사는 레이더에 나타난 목표물을 향해 유도탄을 발사한 후 득의양양하게 귀환했다. 아르헨티나 공군 조종사들은 목표물을 명중시켰다고 만족스러워하며 이 사실을 언론에까지 자랑스럽게 알렸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유도탄은 영국군의 방어용 무기에 의해 목표에 이르기 전에 공중 폭파되었다. 만약 방어자가 이런 상황을 잘 파악하여 ‘적의 계략에 따라 계략을 구사하는’ ‘장계취계’를 활용한다면 상대방에게 속수무책의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장계취계(將計就計) 참조)
‘숨바꼭질’은 열세에 놓인 방어자 쪽에서 보면 ‘피차간에 보이지 않는’ 상황을 적절히 이용하여 ‘치고 빠질 수 있는’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를 ‘교란시키고’ 잘 ‘숨어야’ 한다. 갖은 방법으로 적의 정찰을 혼란 시켜야 하는데, 전자파를 이용하여 적기의 레이더와 유도탄을 식별하는 각종 레이더를 교란시키는 방법을 그 한 예로 들 수 있다. ‘숨기’는 치밀한 위장을 통해 가짜로 진짜를 가릴 수 있는 ‘숨기’가 되어야 한다. ‘교란’과 ‘숨기’의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이 두 가지가 교묘하게 이루어져야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널’ 수 있다.
‘숨바꼭질’ 전법은 공수 양쪽 모두에게 ‘잡기’와 ‘숨기’라는 문제를 던져준다. 잘 교란하고 꼭꼭 숨는 것 외에도 방어자는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로 상대방을 ‘잡아서’ 수세를 공세로 전환 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해상 작전에서 공격자를 ‘잡기’ 위해서는 적은 병력을 상대의 비행장이나 항구 등으로 밀파하여 비행기와 함대를 감시하거나, 소형 잠수함을 이용하여 해상 유격을 가하는 외선작전(外線作戰)을 실행할 수도 있고, 특공대를 보내 상대의 기지‧중계소‧레이더 기지 등을 습격할 수도 있다. 또 상대방 후방의 해상 보급 라인을 공격할 수도 있다. 이렇게 주도권을 쟁취하면 상대에게 ‘잡히지’ 않고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