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뒷받침할 선대위가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5일 대선후보 선출 이후 17일이나 경과됐는데도 가장 기본적인 선대위 조차 구성못하고 있다. 경쟁상대였던 홍준표·유승민 후보는 손을 잡기는커녕 노골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명락대전’으로 불릴만큼 갈등이 치열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경선 일주일 이후 대외적으로 원팀을 이루며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경선 이후 윤석열 선대위 핵심은 이른바 ‘킹메이커’로 불리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준석 당대표 3인의 역할분담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김종인 전 위원장 합류없이 경선을 치르고 승리한 윤 후보로서는 비대해진 캠프를 추스르면서도 외연확장을 도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선대위를 확실히 장악하려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상왕’의 권한까지 주지 않으려는 윤 후보측은 지리한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한편 당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해 사무총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와 갈등이 불거졌다. 선대위 구성 핵심인 3인의 관계는 초반부터 삐걱거릴 수 밖에 없다.
경선 이후 대선후보가 정해지면 그 다음부터는 ‘후보의 시간’이다. 윤 후보측은 당헌당규에 규정된 ‘당무우선권’을 내세워 사무총장을 권성동 의원으로 교체하고, 외연확장을 위해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과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를 영입했다. 윤 후보로서는 대선국면에서 한사람의 표가 아쉬운 상황, 중도와 진보진영까지 외연을 넓히려는 전략은 가장 기본으로 사람을 줄이기 보다는 늘리는 것이 당연하고, 정치신인 윤 후보로서는 매력적인 방법이다.
이같은 윤 후보의 움직임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지속적으로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다. 김 전 위원장은 “구시대적, 하류 인물로는 득표에 도움이 안된다”는 경고신호를 보냈지만, 몸집을 불리고 다양한 인물을 영입해 대세론을 부각시킬려는 윤 후보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이기도 하다.
김 전 위원장이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이나 김한길 전 대표와의 악연이 있어 선대위 합류를 반대한다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대선후보가 정해지면 모든 것이 후보 중심이지 선대위원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이 반발하는 것은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대선을 진두지휘해야 하는데 권한이 분산되면 효율적 대응이 어려워지는등 역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미 경선과정에서 윤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 이후 ‘개 사과’ 논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캠프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라는 측면에서 강력한 권한없이 선대위를 끌고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시 됐던 김종인 전 위원장의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이 흔들리는 것은 윤 후보측 캠프의 반감, 김병준과 김한길 등의 중도 외연확대 기대감 등이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김종인’ 그 자체가 대선승리를 보증하지 않는다는 회의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효과를 알 수 없는 ‘김종인’ 보다 경선 이후 윤 후보에 대한 고공 지지율, 상대인 이재명 후보를 압도하는 지지율이 나오다 보니 ‘김종인 원톱’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현실적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와 김종인 전 위원장의 입장 차이는 결국 22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당대표와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선거대책위원회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인사안만 통과시켰다.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를 위원장으로 한 새시대준비위원회는 후보 직속으로 구성, 반쪽자리 선대위를 구성했다. 이준석 대표는 당대표이기에 본인이 강조하듯 당연직 ‘선대위원장’임을 감안하면 경선 이후 17일 동안 이룬 것은 김병준과 김한길 두 사람 영입에 불과하다.
문제는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과의 갈등이 오래갈 구조라는 것이다.
윤 후보에게 김 전 위원장과 관계가 꼬인 이유에 대해 "여러분이 취재 해봐라. 저도 정확하게 모르겠다"며 김 전 위원장을 향한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표출했다. 김 전 위원장 역시 선대위 인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더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잘랐다. 말을 아낀다는 것은 윤 후보의 선대위 구성과 주도에 대한 '강한 불만' 표시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과 갈등은 이준석 대표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당 대표로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가교 역할을 하며 삼각편대를 구성하면 ‘최강의 조합’임을 강조했지만 윤 후보와 캠프는 이를 전혀 존중하지 않고 있다. 단적인 예로 대표가 임명한 당 사무총장을 대표에 대한 상의나 예우도 없이 흔들어 사퇴시키고 권성동 의원으로 대체한 것에 대해 캠프 인사들을 ‘하이에나떼’로 표현하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윤 후보측에서 이 대표에게 ‘2030세대 지지층 규합’을 요구하자 “당 대표가 할 일이 아니다”며 차갑게 선을 그었다. 무엇보다 최근 당원 게시판에서 이준석 대표에 대한 ‘탄핵 소동’도 윤 캠프측이 배후라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6·11 취임 이후 내내 강조한 것이 “대선은 진영간 대립으로, 박빙으로 흐를 것이다. 국민의힘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2030세대의 지지를 받으면 대선에 승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윤 후보측 선대위 구성이나 전략은 이같은 이 대표의 기대와는 거꾸로 가는 퇴행적인 모습일 수 있다.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지난 4·7 서울부산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주역이다. 이 대표는 2030세대, 특히 젠더갈등을 촉발시켜 이대남(20대 남성)의 전폭적인 지지를 유도했고, 김 전 위원장은 당 자강론을 설파, 오세훈 후보를 뚝심으로 밀어부쳐 결국 당선시켰다. 이후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미래를 위해 호남에 대한 사과와 화해를 제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홀로 광주5.18민주묘역을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까지 했다.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이 대표와의 갈등은 대선전략 뿐 아니라 국민의힘 미래까지도 연결되어 있다. 이미 비대해진 윤 캠프는 당을 장악, 대선 이후까지 생각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한 인사는 “윤 캠프는 이미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선대위 논란에 가려졌지만 홍준표 유승민 후보의 외면은 윤 후보나 캠프로서는 뼈아픈 대목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이나 보수언론이 그토록 비아냥 거리고 대서특필한 ‘명락대전의 앙금’ 보다 더 큰 갈등임에도 윤 후보나 캠프에서 홍준표 후보나 유승민 후보에 대해 손을 내미고 ‘원팀’으로 끌어 안을려는 모습을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윤 후보나 캠프에서 당내 화합 보다 자신들 입맛대로 선대위 구성을 밀어 부친 것은 후보 확정 이후 높은 지지율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한동안 두자릿수 까지 벌어진 지지율 차이는 이제 근소하게 좁혀졌다.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윤석열 후보 40.0%, 이재명 후보 39.5%로 집계됐다. 지난 주 대비 윤 후보는 5.6%P 하락한 반면, 이 후보는 7.1%P 상승하면서 둘 간의 격차는 13.2%P에서 불과 05%P로 좁혀졌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5∼17일 전국 성인 1004명을 상대로 대선후보 지지도를 물은 결과 윤 후보 36%, 이 후보 35%,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5%, 심상정 정의당 후보 4%를 기록했다. 지난주보다 윤 후보는 3%포인트 떨어지고, 이 후보는 3%포인트 오르면서 두 후보 간 격차는 지난주 오차범위 밖(7%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줄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고)
후보 확정 이후 윤 후보의 고공 지지율은 ‘컨벤션 효과’도 있지만 여권의 이재명 후보와 달리, 야권의 분산된 후보들이 윤 후보에게 집중되면서 지지율이 올라간 효과가 컸다. 그러나 이후 원팀을 이루고 선대위 구성 등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지지율이 급락했다는 것은 선대위 논란을 둘러싸고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아울러 2030세대에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준석 대표 ‘탄핵논란’, 홍준표 후보와의 갈등은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대선이 백 여일 남았다. 섣부른 김종인·김한길·김병준 '3김(金)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은 안하니만 못하게 됐다. 이준석 대표부터 당내 유력 주자였던 홍준표·유승민은 외면하고 있다. 후보 확정 이후 높은 지지율은 급락하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여기에 윤석열 본인, 부인 김건희, 장모 최 아무개의 이른바 ‘본부장 리스크’는 별개다.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다급하고 아쉬운 쪽은 윤 후보다. 그때는 김 전 위원장에게 어떤 손을 내밀지, 이준석 대표는 어떤 ‘비단주머니’를 내밀지 궁금하다. 조금 더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