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대장동 개발의 종잣돈이 된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건'을 몰랐다"라고 했지만 25일 '검찰 공소장'에 버젓이 자신이 결재까지 한게 드러났다.
검찰 공소장에는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주임검사의 이름과 도장이 선명하게 적혀 있다. 아울러 윤 후보가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의 범죄 혐의를 인식했음을 보여준다.
조우형씨는 지난 2009년 화천대유에 앞서 대장동 개발을 추진한 시행사 씨세븐이 부산저축은행에서 사업 자금 천백억 원을 끌어오는 걸 알선했는데,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당시 처벌을 피했다. 조씨는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의 대학 후배로 대장동 민영개발 추진 당시 시행사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천백억여 원을 불법대출 받도록 알선하고 10억여 원을 챙긴 인물이다.
한겨레 출신 허재현 기자는 이날 '리포액트' 기사에서 입수한 검찰 공소장을 올리고 윤 후보의 불법대출 방조혐의를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SNS를 통해 "검찰은 윤석열을 대장동 뇌물 사건의 피의자로 소환 하라!"며 널리 퍼뜨려 달라고 당부했다. 당시 윤석열 주임검사가 조우형씨의 변호인이었던 박영수 변호사의 청탁을 받고 봐주기한 의혹이 짙다는 것이다.
허 기자는 "제가 직접 검찰 공소장을 살펴보니, 브로커 조우형(대장동 브로커, 박영수가 변호)씨 관련 회사(세움)의 범죄 행위가 공소장에 버젓이 써 있고 윤석열이 결재까지 한 게 있었다. 그런데 조우형만 기소를 안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왜 그랬을까. 윤석열이 조우형을 봐준 덕에, 대장동 개발업자들은 부산저축은행 대출금을 2015년까지 독촉도 안받고(검찰이 회수를 안했으니까) 쌈짓돈처럼 쓸 수 있었다"라며 "10년 뒤 박영수와 최재경은 '50억 클럽'에 들어갔고, 윤석열 아버지는 김만배 누나에게 집을 팔았다"라고 윤 후보의 피의자 소환을 촉구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24일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를 지난 18일에 이어, 다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조씨를 상대로 부산저축은행 대출과 관련한 대장동 개발 초기 자금 흐름은 물론, 대검 중앙수사부의 부실수사 의혹까지 전반적인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장동 관련 불법 대출 정황을 포착하고도 조씨를 기소하지 않았는데, 당시 주임검사가 윤석열 후보, 조씨의 변호인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라서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허 기자가 확인한 '부산저축은행 사건' 검찰 공소장 등을 보면, 당시 대검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 계열사가 시행사 세움에 2010년 6월께 29억 7800만원을 무담보로 불법 대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세움은 조씨에게 부산저축은행 대출 알선 대가로 2010년 말 10억1500만원을 주었던 회사였다. 또 조씨는 부산저축은행이 세움에 대출해주기로 약속한 700억원 중 70억을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 벨리타하우스에서 세움으로 이체해주기도 했다. 조씨는 각각 알선수재와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대검 중수 2과장은 부산저축은행이 세움에 불법 대출한 사실을 확인한 공소장에 직접 서명까지 해놓고도 조씨에 대한 수사는 물론 기소도 안했다.
당시 '윤석열 대검'에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조씨가 4년 뒤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2015년 수원지금 특수부 수사과정에서야 밝혀져 뒤늦게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윤 후보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씨의 범죄 혐의는 몰랐다는 취지로 "저축은행 돈을 받아 은행 고위 간부에게 돈을 전달한 내부 돈 심부름을 한 것으로 기소 대상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씨는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친인척으로 당시 참고인으로 불려와 조사까지 받았다. 중수부가 박 회장을 수사하면서 조씨와 연관된 세움에 불법대출 한 사실까지 확인해 놓고 대출브로커 조씨의 역할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건 상식에도 맞지 않고 직무유기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 중수부가 조씨의 범죄 혐의를 인식하고도 봐준 흔적은 또 있다. 대검은 조씨가 연루된 부산저축은행 캄보디아 부실대출 사건도 들여다 보았다.
공소장과 판결문 등을 보면, 2011년 당시 수사팀은 캄보디아 개발사업 부실대출 부분을 들여다보았다. 캄보디아 부실대출은 △프놈펜 신도시 개발 △씨엠립 신공항 건설 △프놈펜-시아누크빌 고속도로 건설 △깜뽕솜 특별경제구역 개발 등 4개 사업에서 총 5196억 원 규모로 이뤄졌다. 씨엠립 신공항 부실PF(1710억 원) 조사 과정에서도 조씨가 운영한 벨리타하우스가 또 등장한다. 대검은 이 회사를 통해 10억 원이 대출된 사실을 확인해 박연호·김양 등 경영진의 배임 혐의에 포함했다. 법원에서도 이 부분은 유죄로 인정됐다.
벨리타하우스는 4년 뒤 수원지검 특수부 수사에서 조씨가 실경영한 회사로 밝졌다. 결과적으로 2011년 대검 중수부가 조 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벨리타하우스가 불법 대출한 사실을 수사 과정에서 확인해놓고도 회사의 실권을 쥔 조씨를 입건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윤석열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불법대출건'은 작정하고 봐주기로 한 듯 보인다. 지난 22일 노컷 뉴스'에 따르면 윤 후보가 주임검사로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사건을 수사할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는 대장동 부실 대출 관련 자료를 확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이 보고서는 중수부의 2차 기소 이전에 만들어졌지만, 중수부는 마지막까지 대장동 대출 관련 문제를 수사하지 않았다.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 후보의 부실수사 책임을 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대장동 대출건'은 아예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다. 당시 부실대출은 부산저축은행 파산의 원인으로 지목돼 수사의 중점 사항이었지만 유독 대장동만 빠져 윤 후보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허 기자는 특히 윤 후보의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의혹보다 되레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의혹은 물증까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화천대유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병욱 의원은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제를 실시하게 되면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민간이 대장동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을 밝히려면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와 SK그룹 관계설 등을 규명해야 하는데 전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돈이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갔는지'에 관해서도 "일명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곽상도 전 의원, 박영수 전 특검, 이경재 변호사를 한 번도 소환하지 않았다"라고 검찰의 늑장 수사를 비판했다.
김 의원은 22일 기소된 대장동 3인방의 공소장에 이재명 후보의 이름이 없다며 "이재명 후보와의 관련성은 전혀 없다"라며 "국민의힘 등에서 이 후보에게 덮어씌우기 시도를 했으나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공직자의 불법행위를 막지 못한 것엔 이재명 후보도 죄송하게 생각하고 사과드린다고 말씀드린 건 분명하다"라며 '질책과 충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엔 변함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