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45년동안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외길'을 걸었던 박창달 전 의원이 전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박창달 전 의원은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홍준표 의원 캠프 대구경북 총괄본부장 겸 공동선대위원장이라는 요직에 있었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와 박창달 전 의원은 25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만나 "성공적인 차기 민주 정부 수립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라며 뜻을 모았다고 한다.
박창달 전 의원은 “이재명 후보야말로 진영 논리를 떠나 ‘실용의 가치’ 실천을 통해 국가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라고 극찬했다. 박창달 전 의원은 이재명 대선캠프의 대구경북 미래발전위원장 겸 대구경북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다.
박창달 전 의원은 지난 19일 “이 사람 저 사람 영입을 이해 못하는 상황이 됐다. 정권 교체를 핑계로 당이 정체성마저 잃었다”며 국민의힘을 전격 탈당한 바 있다.
박창달 전 의원은 지난 1975년 민주공화당을 시작으로 정치생활을 시작, 줄곧 대구지역에서 활동해왔다. 민주공화당을 거쳐 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 등을 거쳐왔다. 박근혜 탄핵 직후 잠시 이재오 전 의원이 이끌던 늘푸른한국당에 몸담았다가 합당 이후 다시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줄곧 몸담고 있다가 최근 탈당한 것이다.
박창달 전 의원은 15·16대 국회에선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17대 총선에선 대구 동을에 출마해 당선됐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년여만에 의원직을 잃었다. 그는 이후 2007년 제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특보단장과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을 거쳐 한국자유총연맹 회장 등을 역임했었다.
박창달 전 의원은 그간 당에서 '조직부장' '사무처장' 등을 오랜 시간 해오면서, 이른바 '조직의 달인'이라는 호칭도 얻었다. 그만큼 선거와 조직관리에 있어 상당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로도 불린다.
과거 '신동아' 보도에 따르면, 박창달 전 의원은 이명박-박근혜가 치열하게 붙었던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 승리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당내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명박 후보가 대의원 표를 박근혜 후보와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얻을 수 있도록 탄탄한 조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분명 실력을 인정 받는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40여년동안 국민의힘의 절대 텃밭에서 '외길'을 걸어왔던 정치인이 이재명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은 정가에선 꽤 파장이 클 전망이다.
윤석열 후보가 요직으로 영입한 김한길 전 의원(새시대준비위원장)이 정치권의 대표적 '당깨기 전문가' '철새'로 불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라서다.
홍준표 의원의 경선 탈락 이후 국민의힘에선 젊은 당원들이 대거 탈당한 데 이어,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윤석열 후보와 '거리두기'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오랜 '외길'을 걸어온 인사까지 탈당해 이재명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을 보면 국민의힘 내부경선 후유증도 엄청난 모습이다.
한편 홍준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당의 구분이 모호해져 가는 대선 판"이라며 "골수 민주당 출신이 우리당에 오는 것이 참 놀라왔는데 우리당에서 45년 헌신한 분은 민주당으로 넘어가고 여야를 넘나드는 80넘은 노정객을 두고 여야가 쟁탈전을 벌이는 웃지 못할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홍준표 의원은 "정권교체를 하자는 것인지 정권교대를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대선판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