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종이신문'을 발간하는 주요 일간지들이 부수를 고의로 부풀리기해서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매년 높은 광고비를 챙겼다는 구설수에 휩싸여 있다.
즉 발행된 부수 중 상당수가 포장이 뜯기기도 전에 '계란판' 공장으로 직행한다거나 혹은 동남아 등 해외에 포장지용으로 수출된다는 것은 이미 MBC '스트레이트' 탐사보도 등을 통해 확인된 바 있는데, 이런 읽히지도 않는 신문을 매일같이 찍어내 막대한 혈세를 받아챙겼다는 것이다. 즉 종이 낭비, 잉크 낭비, 인건비 낭비, 윤전기 돌리는 전기세 낭비 등을 신문사들이 매일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수 부풀리기 조작 파문과 관련 경찰이 지난 22일 '조선일보'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고발을 주도했던 범여권 의원들이 26일 철저한 사실규명을 촉구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명의 의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번 수사는 간단하다. 조선일보의 매월 구독료가 1만5천원이므로 100만부인 150억원 가량이 매달 조선일보 지국을 통해 조선일보 본사 계좌에 입금되는지 확인만 해보면 그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거대언론사와 ABC협회의 유가부수 조작은 수십년 동안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만큼, 조작의 정황들은 차고도 넘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 의원 30여명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조선일보'와 ABC협회를 국가보조금법 위반, 사기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조선일보는 매년 수억원의 신문유통 보조금을 지급받았고, 100만부가 넘는 조작된 유가 부수로 100억원에 가까운 정부 광고비를 수령했다”며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신문의 발행과 유가부수를 조사해 발표하는 ABC협회는 2019년 기준으로 '조선일보'의 유료부수는 116만부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조선일보'의 성실률(신문사가 보고한 유료부수 대비 실제 유료부수 비율)은 55.36%에 그쳤다. 실제 유료부수는 당초 발표의 절반을 조금 넘기는 60만부 가량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는 '조선일보'는 물론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다른 언론사들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다. ABC협회가 당초 발표한 '한겨레'와 '동아일보'의 성실률은 각각 94.68%, 82.92%였으나 문체부 조사 결과 50.07%, 62.73%에 그친 것으로 발표됐다. 문체부는 지난 7월 ABC협회 유료부수의 정책적 활용을 중단한 바 있다.
이번 경찰의 압수수색은 고발장이 접수된지 8개월만에 진행되는 것이다. 이들 의원들은 “고발 이후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던 8개월 공백의 시간 동안, 조선일보가 각 신문지국에 있는 자료를 파기하고 허위‧조작정보로 교체했다는 제보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조선일보의 증거인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경찰을 향해 신문지국 하드디스크에 대한 포렌식 수사 △허위‧조작정보 존재여부 △누구의 지시로 어떤 과정을 거쳐 조작이 이루어졌는지 여부 등을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과거에도 부수조작 관련 증거와 정황들은 내부 제보자에 의해 폭로됐었으나, 유아무야 넘어간 바 있다. 특히 '조선일보'와 같은 족벌언론사 관련 범죄 혐의들이 쏟아져 나와도, 검찰은 눈감으며 면죄부를 주다시피했다.
실제 부수를 고의로 부풀릴 경우 막대한 배상금을 무는 사례가 해외에선 존재한다. 2004년 미국의 '댈러스모닝뉴스'의 경우 독자수 4만명을 속여 발표했다가 광고주들에게 276억원을 환불했었다. 이는 전체부수의 1.5~5% 가량을 부풀린 결과였는데, '조선일보' 등은 부수를 무려 두 배 가량이나 부풀린 셈이기에 미국 기준이라면 수천억원대를 뱉어내야 할 것이다.
이들은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경찰은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통해 국민을 위한 경찰로 거듭나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승원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김남국‧김용민‧민형배‧유정주‧윤영덕‧이수진(동작을)‧이탄희‧장경태‧최혜영‧황운하 의원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뜻을 같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