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기자]= 전국 1090개 시민단체와 주민 모임으로 결성된 시민운동연합체가 출범해 민·관협치 예산 대폭삭감과 일방적인 인력 감축 등을 추진하는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에 반대하는 발족식을 30일 열었다.
이날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오!시민행동)은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 발족식에서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 사유화를 멈추겠다”라며 감사원에 서울시 행정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등 향후 대응계획을 공개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운영기관별로 예산을 차별 편성하면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고, 오 시장은 민간보조·위탁사업 감사 시작 전부터 감사 결과를 예단한 ‘서울시 바로세우기’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 행정을 과도하게 정치화했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감사영역이라고 한다. 감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감사결과를 예단한 ‘서울시 바로세우기’ 기자회견(9월13·16일)을 하는가 하면 감사결과를 수시로 언론에 흘린 것으로 의심되고, 개방직이 임명되던 감사위원장에 ‘내부 3급 공무원’을 임명한 것 등이 그 근거로 제시됐다.
시민행동은 이날 “과거에서 온 오세훈 시장은 미래의 서울시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전쟁을 선포했다”라며 “그는 지금의 예산삭감, 인력감축 등을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고 부르며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향해 사실 왜곡, 비방을 자행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 시장의 기자회견 등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를 진행하고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13일 ‘서울시 바로세우기’ 기자회견을 열어 "(박원순 시장이 재임한) 지난 10년간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의 ATM기(현금인출기)가 됐다. 그 규모가 1조원에 달한다”라며 시민단체들에게 주로 배정되는 시민참여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선언했다.
시민행동은 이날 오 시장이 근거로 내놓은 주장들을 ‘팩트 체크’해 발언들을 분석해 ‘오세훈의 5대 거짓말’을 발표했다.
이들이 지목한 첫번째 거짓말은 ‘1조원의 세금이 시민단체로 흘러들어 갔다’는 발언이다. 1조원이 마치 특정 시민단체에 모두 지원된 것처럼 호도했다는 주장인데, 다만 오 시장은 이후 시의회 질의답변 과정에서 “모든 시민단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오! 시민행동은 시민사회 관련 12개 분야 민간위탁·민간보조금만을 문제삼은 게 '정치적인 공격'이라고 밝혔다. 또 ‘미흡’ 평가를 받은 ‘금융활성화’ 등 사업 대신 ‘매우우수’ 평가를 받은 시민사회 관련 사업들은 예산이 삭감돼 평가나 기준의 공정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서울시가 민간위탁한 예산은 26조 7000억 원에 달하는데, 이중 3%를 문제삼고 있다"라며 "1조 원에 달하는 액수도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학교 법인과 중소기업이 받은 예산까지 포함한 수치"라고 항변했다.
두번째는 ‘민간위탁·보조금지급 수탁기관이 바뀌어도 80% 고용을 승계하는 것은 전임시장이 박아놓은 대못’이라는 발언이 꼽혔다. 이들은 “(고용승계는) 전문역량 전수를 위한 연결고리이자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는 기본권”이라며 “민관협치 영역에서 역량을 축적해 온 전문 활동인력의 경력이 단절되거나 폐기되는 건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갈 뿐”이라고 반박했다.
세번째 거짓말은 ‘현재 서울시가 특정 민간위탁·보조기관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감사가 서울시 바로세우기’라는 발언은 “부당한 표적 감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식 감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 알 권리’라며 언론에 알렸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통해 ‘시민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는 발언 역시 네번째 거짓말로 규정했다. 청년주거상담센터의 경우처럼 예산전액 삭감으로 (주거) 상담중단 등 시민피해 사례가 예상되고, 시민으로서는 서비스 개선이 아니라 일방적인 사업 폐기로 인한 개악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 ‘(민간위탁 대신) 서울시나 공공기관이 직접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은 민간위탁제도를 제대로 이해 못한 상황에서 나온 엉터리 주장으로 지목했다.
오! 시민행동은 "우리는 아직 '오세훈 무상급식 파동'의 결과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라며 "오 시장의 서울시정 사유화는 법률적 문제는 물론 정치적 파국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한솔 ‘오!시민행동’ 상임공동대표는 “전임시장 지우기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 개인의 정치적 복수나 야망을 위한 무대가 된 것 같다”라며 “오 시장과 낡은 관료주의자들에게 반드시 사회적·법적 책임을 묻겠다”라고 강조했다.
'뉴스1'은 29일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오세훈 이해 안가..내년 예산은 선거용"> 제목으로 유덕열 동대문구청장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16년간 구청장을 지내고 임기를 7개월여 남겨둔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이해가 안 가는 측면이 더 많다"라고 평가했다.
유 구청장은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인 주민자치 사업을 전임시장이 했다고 다 손질해버렸다"며 "오 시장의 지금 예산은 순전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위한 예산 편성"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도 임기를 마치면 예산을 짤 때 새롭게 뭘 벌리지 않는다"라며 "조용히 연착륙하도록, 새로운 구청장이 와서 잘하도록 예산을 편성하는 게 맞다"라고 오 시장의 정치적 서울 시정을 힐난했다.
서울시가 지난 11월 1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2022년도 예산안에는 올해 4월 재보궐 선거를 통해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 방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예산 규모는 올해 예산보다 4조원 가까이 늘어났지만 시민단체 위탁사업 관련 예산은 크게 줄였다.
하지만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오 시장의 주요 지지층이었던 청년지원 예산은 무려 1조원에 달한다. ‘박원순 지우기’라는 시민사회의 반발도 아랑곳없이 내년 지방선거 재선의 기틀을 닦겠다는 의도가 보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