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가 내년도 TBS교통방송 예산을 3분의 1 가량이나 삭감한 방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하며,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알러지 반응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는 서울시가 삭감한 예산을 복원하는 것을 넘어 더 증액하며 오세훈 시장을 가로막았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30일 서울시의 내년 TBS교통방송 출연금을 136억 증액하는 안으로 수정 가결했다. 앞서 서울시는 TBS교통방송 출연금을 올해 375억원에서 내년 252억원으로 123억원 삭감했지만, 시의회에서 이를 389억원까지 14억 더 늘리기로 한 것이다.
수정안을 발의한 경만선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 8월 시의회 출연동의안 389억 원을 제출할 당시 금액대로 예산을 복원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서울시의회는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다수(전체 110석 중 99석)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시장의 활동은 제약될 수 밖에 없다.
지난 봄 재보궐선거 당시부터 국민의힘 경선후보들은 경쟁적으로 '김어준의 뉴스공장' 폐지는 물론,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에 대한 구속수사까지 외치는 이까지 있었다.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방송에 출연해 김어준 총수를 향해 '하차'를 압박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TBS교통방송 측에선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주는 김어준 총수를 버릴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서울‧수도권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지난 2018년 2라운드 이후 15분기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것도 2위 그룹과는 차이가 크다.
김어준 총수의 방송 진행 전에는 인지도가 낮았던 TBS교통방송의 위상이 상당히 올라갔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수는 117만여명에 달한다. 청취율과 구독자수, 인지도가 올라가니 다른 시사프로나 오락프로들까지도 자연스럽게 탄력을 받는 셈이다.
국민의힘이나 수구언론 등은 김어준 총수가 받는 출연료를 문제삼고 있다. 그러나 TBS 측은 TV·유튜브·팟캐스트 광고와 라디오 협찬을 통해 연간 70억원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다며, '뉴스공장' 제작비는 총수익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김어준 총수 출연료를 대폭 올려줘도 한참 남는, 가성비가 매우 높은 장사라는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오세훈 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사업들에 대해서도 삭감했다. 오세훈 시장의 역점 사업인 ‘지천 르네상스’와 관련된 수변중심 도시공간 혁신 예산 32억원은 전액 삭감했고, 다른 역점사업인 장기전세주택 건설 추진 출자금은 40억원 감액했다.
12월 3일 시작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상임위 예비심사 결과가 회부되면 본심사를 한 뒤 예산안을 조정해 16일 예정된 본회의에 상정한다.
예결위의 증액 요구와 서울시 집행부의 부동의가 부닥치면 시의회 의장(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민주당 소속)이 서울시장에게 동의 여부를 묻는다. 오세훈 시장이 부동의하더라도 여전히 서울시의회는 민주당이 압도적이기에, 오세훈 시장이 별다른 수를 쓰기는 어려워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