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외교과제인 '한반도 종전 선언'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무려 68년동안 이어진 휴전선을 허무는 '종전 선언'은 일본 정도를 제외하곤 세계 많은 국가들이 반대할 이유도 명분도 없는 상황인데, 정작 세계평화를 주도하고 국제분쟁을 예방·조정하는 핵심 자리에 10년 동안 있던 인사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반기문 전 총장은 30일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가 개최한 ‘한미동맹 미래평화 콘퍼런스’에서 “종전 선언은 안보태세를 이완시키고 북한에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까지 주장하게 될 빌미를 주게 될 것”이라며 종전 선언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기문 전 총장은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남북간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지고 지켜지게 될 것”이라며 오랫동안 진전이 없는 '북한 비핵화' 선행만 강조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면 미국이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해줘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북미간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종전 선언'으로 이를 어떻게든 타개해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와중에 유명인사가 방해를 하고 있는 격이다.
반면 현 유엔사무총장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 8월 '2021 한반도 국제평화포럼'에서 특별메시지를 통해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매우 고무적인 발상"이라고 극찬했었다. 그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만들기 위한 조처를 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반기문 전 총장이 유엔사무총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그의 능력이라기보다는 그를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기용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적으로 공을 들인 덕이었다.
지난 2006년 초 반기문 당시 장관의 유엔사무총장 출마가 기정사실화되자,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각국의 정상들을 찾아다녔으며 '반기문 지지'를 우선적으로 요청했었다. 그해 야당 등에서 숱한 장관직 경질 요구가 있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가 임기를 지킬 수 있도록 방어해줬다.
반기문 전 총장은 이런 도움을 통해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무려 10년 동안 있었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국내에선 그를 '세계의 대통령'이라 부를 정도로 연일 극찬했었다. '워렌 버핏처럼 부자되고 반기문처럼 성공하라'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등이 그를 극찬한 저서 제목들이다.
이처럼 국내에선 반기문 전 총장을 대부분 극찬하다시피 했지만, 반대로 많은 외신에선 그를 향해 무슨 사안이 있을 때마다 '우려'만 한다며 '투명인간' 등의 혹평을 줄곧 가해왔었다. 반기문 전 총장의 귀국 후 행보들을 볼 때, 국내보다 외신의 평가가 보다 정확했음을 알려주는 모습이다.
반기문 전 총장은 최근 전두환씨 사망 당시 그의 빈소를 조문하기도 해 논란이 있었다. 전두환씨 빈소를 찾은 인사들은 전두환-노태우씨의 측근들이거나, 혹은 국민의힘 소속 일부 정치인들뿐이었는데 반기문 전 총장도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세계평화를 주도하는 위치에 10년동안 있던 인사가 자국민을 대량 학살한 자를 조문하는 것이 말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까지 일었던 것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더불어민주당 비례정당) 공동대표를 맡았던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국인이면서 미국, 일본에 붙어 자국보다는 그들 이익을 더 챙겨주는 행보를 하던 대표적 외교관이었고, 그런 짓거리를 통해 미국 지지를 배경으로 UN 사무총장을 했다"고 반기문 전 총장을 지목했다.
우희종 교수는 "공직을 개인 영달을 위해 활용했다는 점에 가깝게는 이명박근혜, 멀리는 매국노와 이어져 있다"며 "남북이 하나 되어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기 위한 고민보다는 미군 주둔이 최우선 관심사다. 이런 말 하는 이가 ‘세계 평화를 위한’ UN의 사무총장이었다고?"라고 공개 저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