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 논란이 됐던 권리당원 게시판 운영을 1일부로 잠정 중단했다. 공론의 장을 위해 만들어놓은 게시판이 각종 비난·혐오글로 도배되어 '무용론'이 제기돼왔었다. 특히 해당 게시판은 이재명 대선후보 관련 각종 비난글들이 쏟아진 것으로도 유명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홈페이지 공지문을 통해 "지난 경선 기간 동안 당원게시판은 당원 간 분쟁 자중, 분위기를 환기를 위해 ‘잠시 멈춤’ 기간을 운영한 바 있다. 문제가 개선되는 것으로 보였으나, 최근 게시판 내 당원간의 분쟁이 또 다시 과열되고 있다"며 "권리당원 게시판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갈수록 과열되는 분쟁과 추가로 발생하는 법적갈등 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알렸다. 게시판 재오픈 시기는 추후 안내하겠다고 했으며, 실명제 도입이나 운영기준 강화 등을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즉 현재 익명으로 게시판이 운영되면서 악성글이 도배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에, 실명제 도입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게시판 운영 중단은 최근 민주당이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선대위 쇄신 및 재구성 관련 권한을 위임하기로 하면서 진행된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지난 24일 윤관석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들이 물러난 뒤, 바로 다음 날 김영진 의원이 후임 사무총장으로 임명되는 등 당내 인사가 개편됐다.
당원게시판에서의 악성글 도배는 3년여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년째 이재명 후보에 대한 각종 비방과 음해를 주도하는 소위 '똥파리'라고 호칭되는 세력의 대표적 무대가 당원게시판이라는 지적이 파다했었다.
그들을 대변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수나 조회수가 낮은 것을 보면 실제 숫자는 적은 것으로 보이나, 트위터나 각종 커뮤니티 등지에서 익명성을 방패삼아 활발하게 활동하며 세력이 엄청 커보이는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세력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문파)임을 자처하면서도, 정작 이재명 후보나 그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인사들에게는 무차별적 욕설까지 쓰면서 비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해찬 전 대표에게는 '해골찬', 추미애 전 대표에겐 '애미추'라는 일베식 표현을 서슴없이 SNS 상에서 써왔다. 이재명 후보를 자신들처럼 비난하지 않는 인사에겐 '찢 묻었다'는 식으로 멸칭을 써왔다.
이들은 이재명 후보에 비판적인 민주당 내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미는 것은 물론, 야당 인사의 발언이나 '조선일보'류 수구언론의 악성 기사라고 하더라도 '이재명 비난'만 하면 적극 환영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아닌 이재명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되고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회동하자, 이들 중 일부는 "문재인 대통령도 '문파'에서 제명한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즉 이들을 '친문' 성향의 단체라고 부를 수 있을지조차 큰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에게 '똥파리'라는 호칭을 붙였던 '이동형TV'의 이동형 미르미디어 대표는 이들 세력의 핵심은 '댓글조작' 사건으로 구속됐던 '드루킹'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그 구체적 사례들도 제시한 바 있다.
이들 세력이 부각되면서 여권 내 내분 양상이 언론에 노출됐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이미지에도 흠집이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는 과거 박근혜를 두고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벌어졌던 '진박(진실한 친박)' 논쟁과 유사하게 비춰진 것으로 "너희도 똑같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게 된 셈이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20일 충북 진천군에서 진행한 '명심캠핑'에서 엉망 상태로 방치된 권리당원 게시판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공론의 장에 들어오면 예의를 갖추고 존중해야 한다"며 "명백한 거짓말로 선동하거나 가짜뉴스 퍼뜨리지 말아야 하고 (판명된 가짜뉴스라고)지적하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 바 있다.
이재명 후보는 "그래야 공론의 장에 들어올 자격이 있다"며 "빈정거리고 가짜뉴스 막 쓰고, 그런 경우엔 방출하는 것이 공론의 장을 보호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후보는 "당내에도 비슷한 게 있다"며 "해당행위를 용인하는 것은 의견수용과 다르다. 최대한 허용범위를 넓히되 어길 경우엔 제재를 중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