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지난 3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울산에서 '술자리' 회동을 갖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수락 등에 합의했다. 언론에선 마치 '극적 화해'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이미 많은 이들이 예측하고 있던 올드한 정치쇼를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는 비아냥도 쏟아진다.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는 지난 4일 이준석 대표가 준비한 ‘사진 찍고 싶으면 말씀주세요’ ‘셀카모드가 편합니다’라는 노란색 문구가 적힌 빨간색 후드티를 맞춰 입고 부산의 최대 번화가인 서면을 지나며 유세를 벌였다.
촌스럽게 비춰지는 '후드티'까지 사전에 준비했다는 것은, 이준석 대표가 지난 수일간 잠행했다는 것은 사전에 계획한 '정치쇼'임을 증명한 것이자, 스스로 공언했던 '비단주머니' 하나를 오픈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여기에 후드티에 적힌 문구는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쪽이 도리어 자신들임을 '셀프 고백'한 것이다. 그저 언론에 내보낼 '사진'을 구걸하는 것으로도 비춰질 법하다. 또 유세 시점이 토요일 오후인데다 부산의 최대 번화가를 찾은 것도 '사진'이 절실하게 필요했음을 추측케 한다.
당시 일부 영상을 보면, 대선후보가 윤석열인지 이준석인지 알 수가 없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유세의 주인공은 대선후보이며 당대표는 그의 옆에서 '서포트' 역할을 해주는 것이 맞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준석 대표에 대한 더 많은 호응을 보였고, 윤석열 후보는 줄곧 그의 뒤에 서 있는 모습이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나 혹은 SNS 등지에서 당시 상황을 캡쳐한 장면들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준석 대표는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지지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반면 윤석열 후보는 그의 뒤에서 '수행원'처럼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경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5일 페이스북에 해당 사진을 공유하며 “대선 후보가 누구래요? 이준석, 다 계획이 있었구나. 본인 정치 잘하네”라고 적었다.
황교익 맛칼럼리스트도 페이스북에 “윤석열이 주인공이니 자신에게 사인을 부탁해도 완곡하게 물려야 한다. 사진을 찍을 때는 윤석열 뒤에 서야 한다”며 “이준석이 이를 모르지 않을 터인데 윤석열을 불러다가 확실히 물 먹이는 것일까”라고 추측했다.
상당수 언론에선 양측이 '극적 화해'에 이르며 갈등을 '봉합'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지만 얼마든지 내분 요소는 쌓여 있다. 이준석 대표도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정체불명의 '윤핵관(윤석열측 핵심 관계자)' 논란은 언제든 갈등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이준석 대표를 '30대 아들'에 비유하기까지 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공동선대위원장 임명도 그대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알려졌다시피 양측은 반페미 vs 페미를 자신의 대표 키워드이자 기반으로 삼는, 일종의 상극 관계라 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