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선대위는 예상대로 국민의힘판 '3김'이 요직을 맡았다. 홍준표 의원이 '잡탕밥'에 비유한 그들이다.
총괄선대위원장 자리에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또 바로 다음직책인 상임선대위원장에는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선대위 별도조직이자 대국민 화합 등을 담당하는 새시대준비위원장은 김한길 전 의원이 맡는다. 여기에 선대위 인재영입위원장으로는 김영환 전 의원이다.
이들 '4김'의 공통점은 김병준 위원장을 제외하곤 모두 금뱃지를 4~5번씩 단 중진 의원이었다는 점이며, 진영을 옮겨다닌 '정치 철새'라는 공통점도 있다는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1980년 전두환이 광주시민들을 학살하는 쿠데타를 저지른 뒤 만들어진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이후, 쿠데타 세력이 세운 민주정의당에 합류해 두 번(11~12대) 연속 전국구 의원(현재 비례대표)를 지냈다.
88년 13대 총선에선 서울 관악을 지역구에 민주정의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당시 평화민주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그 이후에 일절 지역구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았고 비례대표 의원만 세 번 더 지내며 비례로만 5번 국회의원을 하는 전후무후한 기록을 세웠다.
이 와중에도 양쪽 진영을 꾸준히 오갔다는 점이다. 92년 14대 총선에는 민주자유당, 2004년 17대 총선에선 새천년민주당, 2016년 20대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렇게 진영을 수시로 옮겨다니는데다 90년대 초반 노태우 정권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2억원 이상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수감됐던 명백한 비리 정치인이다. 30년전 2억원이면 지금으로 치면 최소 10억 이상은 된다. 그런 올드한 철새·비리 정치인을 여전히 정치계와 언론은 시대착오적으로 떠받드는 모습이다.
윤석열 후보의 '책사' 역할을 하는 걸로 언론에 보도되는 김한길 전 의원은 역대급 '당깨기 전문가' '정당 분쇄기' 등으로 불리는 최악의 철새 정치인이다. 그는 대부분을 민주당계 정당에 몸담았지만, 당을 분열시키는 데 있어 상당한 수완을 수없이 보여준 바 있다. 당내 본인의 계파를 형성한 뒤, 기존의 당 지도부를 사정없이 흔들고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당권을 차지하는데만 골몰해왔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당을 탈당해서 새로운 당을 창당하기까지 했다. 이는 지지층에게는 심각한 무기력함과 정치혐오증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김한길 전 의원은 자신의 계파 형성이나 당내 싸움에는 능할지 모르나, 정작 외부 선거에 있어선 매우 무능하기 짝이 없었다는 점이다.
특히 김한길 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신한 대표적 정치인으로도 꼽힌다. 2007년 참여정부 말기 자신을 따르던 의원들과 함께 6개월 사이에 탈당 2번과 창당 1번, 합당 1번을 통해 4개의 당적(열린우리당→중도개혁통합신당→중도통합민주당→대통합민주신당) 보유라는 전후무후한 기록을 세웠다.
김한길 전 의원이 민주당에서 요직을 맡고 있을 당시, 민주당은 선거마다 줄줄이 완패하는 등 최악의 암흑기를 겪었다. 그래서 민주당 지지층에선 그를 두고 '박근혜측이 보낸 첩자가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를 맡을 시에도 당을 사정없이 흔들다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손을 잡고 탈당했다.
김병준 위원장도 참여정부 시절 오랜 기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보좌했으며, 지난 2006년 여름엔 최고의 요직 중 하나였던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임명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김병준 위원장은 국민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자신이 심사한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거의 그대로 표절해 학술지에 게재하고, BK21 사업에 선정되어 연구비를 지원받은 후에 한 논문을 2개로 만들어 연구실적을 부풀려 보고한 '논문 표절, 중복 개제' 논란 때문에 취임 13일만에 자진사퇴했었다. 당시 김병준 위원장 낙마를 주도했던 것은 공교롭게도 국민의힘 전신 한나라당이다.
김병준 위원장은 박근혜 국정농단 파문이 터졌을 당시, 총리 후보자로 지명돼 내정자 사무실에 한 달 넘게 출근했으나 정작 인사청문회 등은 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었다. 그는 이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완전한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 됐고 지난해 총선에선 공천을 받아 세종시을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김영환 전 의원도 민주당에서 4선 의원과 함께 김대중 정부 시절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심한 대립관계에 있었으며, 당시 한나라당과 적극 공조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적극 주도한 핵심 인물이다.
김영환 전 의원은 민주당에 몸담으면서도 노무현-문재인 지지층과는 늘 대립관계에 있었다. 그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에는 자당 대선후보인 문재인 당시 후보를 격렬하게 비난, "나를 제명해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그해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패하자 '친노의 잔도를 불태워야 한다'며 당 내부를 비방한 바 있다.
김영환 전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따라 지난 2016년 초 옛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안철수계' 인사로 분류됐다. 그는 그해 총선에서 낙선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 후보로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했다. 그는 당시 선거운동 내내 후보로서의 정책·비전에 대한 홍보는 거의 하지 않았고, 이재명 당시 후보에 대한 비방전에만 힘을 쏟았었다.
지난해 총선에선 바른미래당 와해 직후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겨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올해 들어선 공개적으로 윤석열 후보의 최측근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윤석열 후보의 선대위는 '검찰' 출신들을 줄줄이 요직에 배치하며 제2의 '검찰당'을 연상시킨다는 표현과 함께, 이런 올드한 '정치 철새'들까지 핵심 얼굴로 배치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진영을 수시로 옮겨다니는 '철새 정치인'은 자신의 철학이 부재한 것은 물론 공공의 이익이 아닌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거나, 말을 수시로 뒤집고도 어떠한 해명이나 반성조차 하지 않는 이들이 대다수다.
윤석열 후보도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이라는 요직을 지내놓고는 언론의 전격적인 지원을 받아 결국 반대 당의 대선후보가 됐다. 결국 이들 '4김'을 윤석열 후보가 앞에 내세울 만한 이유가 분명해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