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1일 강원도 1박2일 마지막 일정에서 강원도 18개 시·군 번영회장과의 간담회가 있었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서 윤석열 후보는 인사말 이후 기념사진만 찍고 자리를 떠나면서, 먼 곳을 달려오고도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한 번영회장들이 크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서로 의견을 나누는 간담회라면서 정작 이들 번영회장들에겐 발언권이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공개된 다음 일정이 없었음에도 행사 20분만에 자리를 뜬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11일 오후 4시 강원도 춘천시 세종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오늘 강원도 전체의 희망사항도 있겠지만, 각 시군의 희망사항들을 정책 제언들을 꼼꼼하게 제가 여러분들로부터 경청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윤석열 후보는 자신의 강원도에 관한 비전 제시에 대해 △토지이용에 대한 규제 철폐 △디지털-데이터화된 미래 신산업 구축 △도내와 타시·도로부터의 접근성 확대를 통한 관광-산업발전 기반 구축 등으로 요약했다.
윤석열 후보는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번영회장들로부터 다시 각 지역의 중요한 정책제언들을 꼼꼼하게 듣고, 정책 공약에도 반영하고 향후 집권시 면밀하게 챙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번영회 연합회는 춘천~철원, 속초~고성 고속도로, 원주~철원간 제천~삼척간, 평창~정선간 철도 건설 등과 함께 강원 해양레저휴양관광특구 조성, 산악관광 활성화 규제특례 법제화,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케이블) 설치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여기엔 최문순 강원지사가 추진했던 강원육아기본수당,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설치 등도 포함됐다.
윤석열 후보는 "강원도민의 바람을 적극 검토하고 수용하도록 하겠다"라고 했고, 이후 정책 과제 제안서를 전달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예정된 간담회는 진행되지 않았고,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황급히 자리를 빠져 나갔다. 준비된 인사말 그리고 사진촬영으로 행사가 끝나버린 셈이다.
허무하게 행사가 끝나버리자 일부 번영회장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회장은 "이러려고 오라고 했나? 순서를 바꿔서 얘기라도 한마디 들어야 될 거 아니냐"며 "지역현안을 들으러 왔으면 얘기를 들어야할 거 아니냐. 뭐하는 거야 지금"이라고 따져물었다.
다른 회장은 "간담회하러 왔는데 얘기를 묻고 뭐 어떻게 해야할 지를 답하고 해야 하는데, 사진 박으러 왔나"라며 "정신이 있는 사람들이냐"라고 일갈했다.
그는 "대표들이 전달사항을 얘기하고 의견을 들으러 왔는데 대통령 후보가 사진 판박이하러 여기까지 왔나"며 "시나리오 다 읽어주고 미리 정하고 시키는대로 다 따라해가지고 으쌰으쌰 사진찍고 가나. 다 바쁜 사람들 모아놓고 뭐하는 짓거리냐"라고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실제 일부에선 욕설까지도 나왔다.
분명 이 자리에 참석한 시·군 번영회장들은 대부분 춘천시까지 먼 거리를 달려왔다. 특히 춘천과 거리가 멀리 떨어진 삼척·동해·태백시 등에서 행사장까지 가려면 차로 세 시간 가량은 소요된다. 왕복이면 여섯 시간은 소요되는 것이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먼 길을 달려온 회장들이 대부분일텐데, 서로 소통하는 간담회라면서 발언권 하나 주어지지 않았고 후보는 사진만 찍고 가버렸으니 충분히 격노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의힘 중앙당 공식 일정표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의 이날 일정은 이 행사가 마지막이었다는 것이다. 다음 행사 시간 때문에 급히 이동한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렇게 먼 길을 달려온 이들을 존중·배려하는 마음조차 없었다는 것이 명백히 확인되는 부분이다.
당시 상황이 담긴 모습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에 빠르게 공유되면서 윤석열 후보의 '불통'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