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현재 여성의 역할에 대해 '가정을 지켜나가는 역할'을 꼽았다. 여성의 정치·경제 활동을 더욱 장려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나, 현재 '맞벌이' 부부가 훨씬 많은 만큼 부부 간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 것은 당연한 추세이자 방향임에도 이를 '여성의 역할'로 규정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언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렌스센터에서 열린 국제여성교류협회 창립 5주년 기념식에서 "여성은 일반적으로 얘기할 때, 두 가지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편으론 자기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외부 활동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가정을 지켜나가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양성평등을 앞세우면서 (협회) 여러분들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와 더불어 여성의 두 가지 역할 중 가정을 지키는 역할을 앞으로 어떻게 병행해 나갈 것인가 이런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젊은 세대에게 많은 권고를 해주길 바란다"며 여성의 역할 중 하나가 '가정을 지키는 역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같은 김종인 위원장의 '가정을 지키는 일=여성의 몫'이라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도대체 왜 가정을 지키는 것은 여성들만의 일이어야 하는가"라며 "김종인 위원장님, 그래서 설거지는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지난 5월 아들을 출산한 용혜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여성들이 경험하는 차별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이 속한 국민의힘 당대표인 이준석 대표가 ‘엄마 세대의 일’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제 또래의 여성들에게 독박육아와 경력단절, 저임금 노동으로의 유입은 ‘엄마 세대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용혜인 의원이 직접 접하거나 혹은 맘카페를 통해 접한 사연에 따르면, 여전히 남편의 도움 없이 '독박육아'를 하거나 육아휴직 후 복직하지 못하는 엄마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설사 복직을 하더라도 육아와 집안일을 독박으로 해서, 제 때 쉬지 못하는 엄마들도 많다고 한다.
용혜인 의원은 이를 소개한 뒤 "이것도 부모세대의 사연같이 느껴지나"라며 "제가 독박육아하는 엄마, 워킹맘 엄마들과의 만남을 주선해드리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현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다. 어설프게 여성들의 어려움들에 대해 이해한다는 투로 아는 척하려니 이런 참사가 발생한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용혜인 의원은 "가정을 책임지는 일이 여성들만의 책임으로 남아있는 한 이 모든 것들은 '엄마 세대의 일'이 아니라 영원히 '지금 이 순간의 일'로 남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선대위원장 같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그리고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쉽게 바뀌기 힘든 현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2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내던 시기에도 소위 '미혼모'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그는 당시 미혼모 지원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 "내가 보기엔 (여기에) 정상적인 엄마는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미혼모는)정신적으로 굉장히 취약한 상태에 있어 잘 보육하기가 힘들지 않겠나"며 '미혼모'를 '비정상, 정신 취약한 사람'에 비유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에 미혼모나 한부모 가정도 상당히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을 절대 '편견'이나 '차별'의 시선으로 대해선 안 된다. 그런데 김종인 위원장은 그저 오래전 시각으로 '정상적이지 않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비춰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