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기자]= 부인 김건희 씨가 허위 이력으로 2007년 시간강사로 수원여대 겸임교수에 임용된 것을 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관행이고 현실, 추천채용'이라는 식으로 둘러댔다. 이에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대표가 "말이 안된다"라고 받아쳤다.
임건택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대표는 15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 인터뷰에서 "2019년 8월 1일자로 강사법이 시행되기 이전엔 시간강사와 겸임교수는 추천 채용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추천 채용은 다른 전형 없이 서류만 갖고 심사하기 때문에 이력 위조는 엄격한 결격사유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당시 위조라는 게 밝혀졌다면 당연히 채용이 안됐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서 결격사유가 아니고, 위조가 됐다고 해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학교 측이 이 사실을 알고도 채용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추천 채용이라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주장 또한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임 대표는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학생들을 강의하기 때문에, 다른 임용 경쟁자가 없다고 해도 더 큰 범주에서 학교, 학생에게 피해를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 국가의 지도자가 될 사람이라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맞다"라며 "업무방해, 공·사문서 위조의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하더라도 도덕적인 책임은 분명하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건희씨의 경력, 이력 위조에 대한 질문을 받자 "시간강사는 전공을 봐서 공개 채용하는게 아니고 그냥 어디 석사과정에 있다 그러면 그냥 그냥 얘기를 하는거야 그냥...공채가 아니야...관행이라든가 이런것에 비춰가지고...무슨 뭐 채용 비리 뭐 이러는데 현실을 잘 보라고...저쪽 얘기만 듣지마라"고 도리어 발끈하고 나섰다.
여론이 악화되자 김건희씨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다”라고 밝혔다.
김씨의 사과 표시에 윤 후보는 서울 성동구 가온한부모복지협의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여권의 공세가 기획 공세고 아무리 부당하다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와 국민의 기대에서 봤을 때 조금이라도 미흡한 게 있다면 국민께는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라며 오전과 달리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법적 책임은 질 생각이 없고, 책임 추궁은 '기획 공세'라는 식의 책임 회피 역시 정말 대단하다'는 비판이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 이어지고 있다.
검찰총장 시절 표창장 위조 의혹으로 여중생 때의 일기장까지 뒤지던 윤 후보가 그보다 더 중한 부인의 학력과 경력을 위조한 혐의를 두고도 '여권의 기획 공세'로 철벽을 치는 모습에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얼마전 '전두환 옹호'를 두고 논란이 되자 '개 사과'에 이어 끝까지 반성은 없는 '억지 사과'라는 지적이다.
"윤석열 마지못해 사과..오만불손한 태도"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허위 학력과 경력 혐의가 제기된 김건희씨가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진정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국민께 사과하는데 일종에 간보기 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역대급으로 희한한 사과다. 사과면 사과지 사과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도대체 어디에 나오는 사과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이 없었다. 그리고 이번 사달이 기획된 것이다 라고 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것들은 이런 생각 자체가 국민들을 무시하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라고 힐난했다.
그는 특히 "이번 국면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김건희씨가 어떤 이에게 목덜미를 잡혀 가지고 카메라를 피해서 도망가는 듯한 모습이었다"라며 "해외토픽감이란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 정말 씁쓸했다. 대한민국 제1야당의 대선후보 배우자의 모습인가"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윤 후보와 김씨는) 반칙, 위선, 오만"이라며 "자기 경력을 부풀리고 심지어 조작까지 했다는 의혹은 한마디로 반칙을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 출신으로 공정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게 착각이었다"라고 비판했다.
박찬대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윤 후보가 잘못은 없지만 그래도 국민이 불편하다니 마지못해 사과는 한다는 오만불손한 태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김씨의 논란에 대한 윤 후보의 대응이 갈수록 황당하다"라면서 "윤 후보가 '결혼 전 사인 신분일지라도' '기획 공세가 부당해도'와 같은 궁색한 사족을 다 달았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윤 후보는 언론 보도 뒤 제기되는 정당한 여론 검증에 '우연이 아니다' '기획'이라며 겁박성 발언으로 일관한다"라면서 "어느 대목이 '기획'이고 '우연이 아닌지' 윤 후보는 명확히 밝혀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또 박 대변인은 "윤 후보가 온종일 언론의 김건희 씨 관련 질문에 '제대로 취재하라' '저쪽 얘기만 듣지말라'며 역정을 내더니 이젠 정당한 검증을 공작으로 몰아붙인다"라며 "사과는 겁박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경협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장관 후보 부인의 표창장 위조 의혹은 80번 압수수색 해 먼지떨이 수사하고, 대통령 후보 부인의 학력-경력-표창 위조는 사과로 끝내자는 거냐?"라면서 "이게 윤 후보의 공정한 나라냐?"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