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내년 대선이 80여일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쏟아지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현재 접전 추세로 분석되고 있다. '골든크로스' 여부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정치 프레임이 바뀌는 유의미한 지표도 발견할 수 있다.
'SBS'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넥스트리서치가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16명을 대상으로 '내년 3월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물은 결과 이재명 후보 35.4%, 윤석열 후보 33.3%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이었다.
3주 전 같은 조사(11월 27∼28일)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34.4%, 이재명 후보가 32.7%를 기록했으나 윤석열 후보는 1.1%p 빠졌고 이재명 후보는 2.7%p가 올랐다. 이재명 후보의 완만한 상승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3.5%,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3.1%였다.
대선 관련 우선 검증 대상으로는 응답자 과반 이상인 52.9%가 국정 운영 능력을 꼽았고, 정책공약의 내용(20.1%), 후보 본인의 도덕성(19.9%), 가족 관련 의혹(2.8%)이 뒤를 이었다. 여기서 지지 후보별로 응답의 양상이 크게 갈리는 점이 주목된다.
이재명 후보 지지층에선 62.8%는 후보의 국정운영능력을 꼽았고, 도덕성을 꼽은 사람은 불과 8.7%에 그쳤다. 반면 윤석열 후보 지지층에선 후보의 도덕성을 30.9%, 국정운영능력을 43.5%로 꼽으면서 상대적으로 '도덕성'을 더 감안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자료를 보면 이재명 후보에 비해 윤석열 후보에게 더 '도덕성' 여부를 지지층이 더 묻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양당의 이미지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민주당 계열 정당은 '실력은 부족하나 도덕성이 상대적으로 낫고 민주주의를 추구한다'는 이미지가 강했고,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소위 '차떼기당'으로 불릴 정도로 부패하고 권위적인 이미지였으나 '실력은 낫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이명박씨를 들 수 있다. 이명박씨는 과거 '전과 14범'이라는 구설수에 휩싸일 정도로 부패한 이미지가 강했다. 당시 그가 부패하고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느끼고 있었으나, '경제를 살릴 유능한 후보'라는 이미지로 인해 여유 있게 대통령에 당선됐던 것이다. (이명박씨는 2018년 구속 이후 '전과 11회' 기록이 확인됐고, '다스 소송비 대납' 건으로 형이 확정되면서 전과가 하나 더 늘었다.)
그동안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게 '부패하지만 유능하다'는 이미지가 붙은 데는 '박정희가 독재는 했지만, 경제를 크게 발전시켜서 먹고 살게 해주지 않았냐'라는 크게 과장된 신화가 IMF 금융위기 이후 확산된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이재명 후보 지지층이 후보 지지 이유를 절대적으로 '실력'에서 꼽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이어져 오던 구도가 뒤집힌 셈이다. 실제 이재명 후보는 오랜 기간 '전과 4범' '형수 욕설' '배우 김부선과의 스캔들' '영화 아수라의 실제 모델' 등 온갖 가짜뉴스·마타도어로 지금까지 공격당했다.
이같은 집중 공격에 이재명 후보는 대중적 이미지에 있어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그는 경기지사 취임을 전후로 한 시기에 큰 정치적 위기를 맞기도 했으며, 지사직을 상실하고 정치생명이 끊길 위기에도 처했으나 결국 여당 대선후보 자리에까지 올라왔다. 그가 정치적 위기를 이겨내고 대선후보라는 자리까지 올라온 데는 '도덕적'이라는 이미지가 아닌, 높은 공약이행률과 추진력으로 보여준 '실력과 성과'라는 것이다.
반면 윤석열 후보에겐 이재명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덕성'을 더 보고 있다는 것이다. 즉 윤석열 후보가 박근혜 정부와도 정면으로 싸웠고, 문재인 정부와도 정면으로 싸웠다는 점에서 '정의롭고 공정하다'는 이미지를 얻었던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의 '본부장(본인 윤석열, 부인 김건희, 장모 최은순) 리스크'가 더욱 수면 위로 떠오르고 검증 대상에 오를수록,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의 '도덕성 검증' 리스크는 이미 오랫동안 집중공격을 당해온 이재명 후보에 비해 윤석열 후보가 훨씬 크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윤석열 후보에게 씌워진 '정의롭고 공정하다'는 이미지가 희미해질 경우, 약한 지지층부터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며 소위 '중도층'에게도 당연히 영향이 간다.
또 윤석열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수많은 허위 경력·이력 논란이 최근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도 엄청난 리스크라 할 수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그렇게 멸문지화가 될 정도로 들쑤셔놓고는, 자신 일가와 측근에게는 매우 관대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배우자의 경우에도 명백한 '영부인 후보'인만큼, 청와대에 입성할 시 수많은 국가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분명 우리의 막대한 세금과 조직이 투입되기에 영부인 후보도 '검증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지지 후보 교체의사가 있다고 답한 사람들 중 65.2%가 '배우자가 영향을 준다'고 답해, 윤석열 후보가 안고 있는 리스크가 더 크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조사는 유·무선 전화면접조사(무선 87%, 유선 13%)로 진행됐으며 응답율은 17.6%였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넥스트리서치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