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대표적 '래디컬 페미니스트'로 꼽히는 신지예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2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손을 잡았다. 그는 정의당보다도 더 급진적인 녹색당의 핵심 당직자였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와 올봄 재보궐선거에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자처하며 출마한 전력이 있다. 

신지예 전 위원장은 이날 윤석열 선대위 산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그는 최근까지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직함을 갖고 있었으며, 선대위 합류로 해당 직을 내려놓았다고 한다. 

윤석열 후보는 신지예 부위원장에 대해 “상당히 진보적인 진영에서 활동을 해오셨는데 대화를 해보면 국민의힘에 계신 분들과 큰 차이가 없다”며 “오히려 국민의힘 안에 더 많은 생각의 차이가 있는 분들이 있다”고 추켜세웠다. 

신지예 부위원장은 이날 영입 환영식에서 "윤석열 후보님이 여성폭력을 해결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좌우를 넘어서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해주셔서 함께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환영식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저는 새시대를 꿈꾸고자 한다”며 선대위 합류 이유를 밝혔다. 다만 그는 정식으로 국민의힘 입당 절차를 밟진 않은 상태다.

녹색당 출신인 신지예 부위원장의 경우, 정의당 장혜영·류호정 의원보다도 더 급진적인 '페미적' 발언을 해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TV토론 등에서 젠더 이슈를 다룰 때마다 주로 '페미니즘측 대변인'으로 자주 출연한 바 있다. 

신지예 부위원장은 특히 지난 2018년 여름 혜화역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시위'에서 나온 '문재인 재기해(남성연대 대표 고 성재기씨의 죽음을 조롱하는 말)' 등 각종 혐오 발언이 쏟아진 데 대해 언론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당해 온 거에 비교해 큰 일 아니다"라며 두둔한 전력이 있다. 당시 이들 시위대는 '래디컬 페미니즘'의 진면목을 보여주면서, 현 정부에서 커진 '젠더 갈등'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 

앞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이수정 경기대 교수에 이어 신지예 부위원장의 선대위 영입은 청년층(특히 남성) 대거 이탈과 국민의힘 내부 갈등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인다. 

청년 남성들은 '여성 우월주의, 소수 기득권 여성의 밥그릇 할당 요구'로 비춰지는 현재의 페미니즘과 여성가족부에 대해 경멸 수준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성평등'을 추구하는 대다수 청년 여성들에게도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젠더 갈등, 페미 규탄'에 대한 수년 전부터 경고가 있었음에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과거의 잣대로 인식하며, 안이하게 대처하고 불통으로 일관하다 크게 매를 맞았는데 이번엔 윤석열 캠프가 전철을 그대로 밟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반페미니즘'을 내세우며 청년 남성들을 지지기반으로 삼은 이준석 대표와 하태경 의원 입장에선 결코 반길 수 없는 노릇이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젠더갈등은 촛불이 아니라 산불이다. 산불에 바람을 불어넣었으니 갈등은 꺼지지 않고 더 활활 타오를 것"이라며 "젠더갈등을 가볍게 보는 윤석열 선대위의 시선이 우려스럽다"라고 비판했다.

사실 신지예 부위원장이 키워준 대표적 정치인으로는 단연 이준석 대표를 꼽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방송에서 '젠더' 이슈를 다룰 때마다 '페미니즘' vs '반페미니즘' 패널로 줄곧 출연한 바 있다. 

이준석 대표가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반페미니즘'의 대표 주자로 포지셔닝되어 젊은 남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됐고, 결국 당대표라는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소위 '무선 중진'이라고 불리웠던 이준석 대표의 엄청난 정치적 성장에는, 신지예 부위원장이 엄청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