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은 기자 ] = 대표적 '래디컬 페미니스트'로 꼽히는 신지예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2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대위 산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정의당보다 더 급진적인 녹색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옮겨갔다는 것은, 소위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으로 간 극적인 변신인 만큼 놀랍다는 반응도 있지만 그의 최근 전력을 보면 충분히 그럴만 하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신지예 부위원장이 선대위 합류 환영식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남긴 글이 구설수에 올랐다. 바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관한 글 때문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박원순·안희정·오거돈에 이르는 성착취로 또 여성청년들의 삶을 짓밟았다"고 적었다.
박원순 전 시장 건은 1년 넘게 지나도록, 어떠한 '성추행-성희롱' 증거조차 나오지 않았고 도리어 반대의 증거들이 나온 상황이다. 박원순 전 시장 유족을 대리하는 정철승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2020. 7. 8. 박원순 시장을 성추행 등의 혐의로 고소한 여비서가 주장했던 12가지 혐의사실들은 경찰에 의해서는 단 한 가지도 인정되지 않았다(증거가 없음)"고 지적했다.
정철승 변호사는 "형사사법기관도 아닌 국가인권위원회가 엉뚱하게 단 2가지는 인정된다고 발표했다(이는 명백한 월권이고 위법이다). 박 시장이 여비서에게 5년 동안 음란문자들을 발송했고, 여비서의 네일아트한 손과 손가락을 만졌다는 단 두 가지"라고 짚었다.
그러나 고소인 측은 여전히 문제의 음란문자 메시지를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그저 '텔레그램 문자를 보냈다'라고만 밝히고 있을 뿐이다. 즉 대화의 빈도나 내용, 목적이나 맥락 등을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소인측이 문제의 내용을 휴대폰에서 공개하면 간단한 일인데, 그마저도 안하며 의구심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또 '네일아트한 손을 만졌다'는 부분도 해당 사건을 상세히 취재한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의 저서 '비극의 탄생'에 나온 목격자(당시 서울시청 출입기자)의 진술에 따르면, 고소인이 박원순 전 시장에게 네일아트한 손을 보여주면서 재차 자랑하자 잠시 보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일뿐 쓰다듬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권위는 구체적인 아무 증거도 없이, 그저 고소인 진술만 받아들여 발표해 파장을 일으켰으며 게다가 결정을 내린 근거가 되는 자료제출조차 거부하고 있다.
고소인 측과 야당, 언론 등에서 대대적으로 발표하며 박원순 전 시장을 '파렴치한'으로 몰았던 '무릎 호' '무릎에 입술을 접촉' 부분에 대해선, 먼저 고소인이 박원순 전 시장에게 '저 다쳤다. 여기에다 호 해달라'고 했다는 것이 저서에 소개된 목격자 진술이며 고소인의 말을 뒷받침할만한 부분은 없다.
서울시 직원 등 수십명을 수개월간 조사한 경찰은 지난해 말 박원순 전 시장과 서울시 직원 등의 12가지 의혹에 대해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로 처분한 바 있다. 정철승 변호사는 "박원순 시장을 고소한 여비서가 주장했던 성추행 사실들은 단 한 가지도 확인되지 않았고 인정되기 어려운 것임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그럼에도 신지예 부위원장은 "박원순 전 시장이 성착취를 했다"고 강변한 것이다. 이에 정철승 변호사는 "박원순 시장님의 유가족과 신지예 대표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고소를 의논하겠다"고 법적 대응을 경고했다.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신지예 부위원장이 '박원순 더러워'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명을 받는 모습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박원순 더러워'라고 한 신지예, 윤석열에게 간 것이 놀랍지 않다"고 일갈했다.
이렇게 신지예 부위원장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다른 여성단체들과 마찬가지로 박원순 전 시장을 '부관참시'하는데 앞장서며 민주당 정치인들도 싸잡아 공격하던 전력이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나 법조인 등이 연루된 '성비위' 사건엔 다른 여성단체들과 마찬가지로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신지예 부위원장은 지난 1월 KBS '주진우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었을 때 다른 사람한테 왜 나무라지 않냐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그게 결국은 똥 묻은 개가 저기도 똥 묻었다고 계속 이야기하는 꼴이라, 선택적 침묵을 비판하기 전에 자기 똥부터 잘 닦아야 한다"며 질문의 본질을 회피하곤 했다.
신지예 부위원장의 이같은 전력 때문인지, 그가 이번에 윤석열 후보의 손을 잡은 것은 충분히 '그럴 만하다'는 반응도 적잖게 나올 법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