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천호기자]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이 불법사찰 사건을 무마하는 데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가 쓰인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자금 전달에 관여한 국정원과 청와대 인사들이 검찰 조사에서 “지시를 받고 돈을 전달만 했을 뿐”이라고 진술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사건을 폭로했던 당시 장진수 주무관이 상관으로부터 입막음 대가로 5000만원을 받았다고도 공개한 바 있는데 검찰은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일부가 여기 쓰인 정황을 포착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에게 검찰의 조사가 집중됐다. 입막음용 자금 전달뿐 아니라 민간인 사찰 과정 등 이 사건 전체를 지휘한 ‘윗선’을 밝히는 데 검찰 수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이 세 번째 시도하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77)의 관여나 지시 여부 규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택 압수수색 뒤 곧바로 소환된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은 새벽까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김 전 비서관이 받았다는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이명박 정부 시절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전달된 돈인지 확인 중이다. 18일 검찰 등에 따르면 2011년 4월 민간인 불법사찰을 무마하기 위해 5000만원을 류충렬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통해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전달한 장석명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54·사진)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나는 지시를 받고 돈을 단순히 전달하기만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2012년 장 전 주무관이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을 때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일축했던 것과 달리 자금 전달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지시자가 있다고 한 것이다.
장 전 주무관은 앞서 입막음용으로 5000만원을 받았다고 폭로하며 이 돈의 사진도 공개했다. 장 전 주무관이 공개했던 사진을 보면 5000만원은 조폐공사에서 찍어낸 신권을 그대로 포장해 놓은 이른바 '관봉' 상태였다. 이 돈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목영만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통해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52·구속)에게 전달된 사실이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목 전 기조실장도 최근 검찰에서 자신은 단순 전달자에 불과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당시 돈의 출처를 추적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정원 직원이 김 전 비서관에게 돈을 건넸다는 시점과 장 전 주무관이 관봉을 받았다는 시점이 맞물리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게 국정원 자금 전달을 지시한 사람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당시 민간인 사찰 사건 전반을 총지휘한 이가 누구인지 규명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관봉된 5000만원이 국정원 특수활동비였던 것으로 밝혀진다면 이명박 정부가 민간인 사찰 폭로를 무마하기 위해 국정원 돈까지 동원해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으로 볼 수 있어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날 김진모 전 비서관을 지난 16일 구속 후 처음 소환해 누구의 지시를 받고 국정원 자금 전달에 관여했는지 추궁했다. 또한 검찰은 불법사찰 관련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2013년 유죄를 선고받았던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도 지난 17일 불러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