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천호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지 약 1년 만에 풀려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433억 원의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부회장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지난해 2월 1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구속된 이래 353일 만에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져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의 최대 쟁점은 1심 재판부가 인정한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인정될지 여부였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오후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보다 대폭 감형된 형량다. 삼성의 명시적 청탁은 물론 묵시적 청탁도 없었다면서 삼성의 승계작업 조차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복 차림으로 법정에 나온 이 부회장은 서울구치소로 돌아가지 않고 곧장 법원 종합청사 내 구치감에서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 사복 차림으로 법정에 나온 이 부회장은 서울구치소로 돌아가지 않고 곧장 법원 종합청사 내 구치감에서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
석방 절차 등을 거쳐야 해서 실제 밖으로 나오기까진 최소 30분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월 12일 처음 박영수 특검팀에 피의자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후 나흘 뒤 특검팀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특검팀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한 차례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한 보강 수사를 거쳐 지난해 2월 14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고, 법원은 사흘 뒤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회장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져 6개월가량 1심 재판을 받았다.
판결 직후 주진우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재산 국외 도피 의사 없어, 단지 장소가 외국'. 법인지? 밥인지?, 말인지? 막걸리인지?, 천재인지? 쓰레기인지?"라는 글을 게재했다. 1심이 유죄로 인정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과 재산국외도피 부분이 무죄로 뒤집힌 부분을 비판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 측이 코어스포츠에 용역비로 보낸 36억 원은 뇌물로 준 돈일 뿐 이 부회장이 차후 사용하기 위해 국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게 아니라며 특경가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검팀과 변호인단은 삼성에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있었는지, 최씨 측에 제공한 승마 지원이 뇌물인지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와 법리를 두고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 양측이 워낙 치열하게 다퉈 선고 직전까지도 이 부회장의 유무죄 판단은 쉽게 점쳐지지 않았다. 이 부회장 본인은 1심 선고 당일 자신이 석방될 것으로 기대하며 구치소 측에 '작별 인사'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서 1심에서 재산국외도피죄가 인정됐던 코어스포츠 송금액 36억 원도 재산을 국외로 도피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고. 이재용 부회장의 국회 위증 혐의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최고 권력자가 삼성에 뇌물을 공여한 사건이라고 결론을 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승마 지원을 뇌물로 판단하는 등 그에게 적용된 5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1심 선고 결과에 큰 실망을 안은 채 다시 구치소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2심이 1심 선고 결과를 깨고 상당 부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반전'이 이뤄졌다.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과 기소된 전 미래전략실 실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2년에 3년, 황상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