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천호기자] 대검찰청이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의혹’ 폭로를 계기로 자체 성범죄 진상조사단을 꾸려 의혹 규명과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전체 여성 검사와 직원을 대상으로 사실상 전수조사를 벌여 검찰 내 성적 비위 실태 전반을 대대적으로 조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서지현(45·사법연수원 33기)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와 관련, 대검찰청이 조희진(56·사법연수원 19기·사진) 서울동부지검장을 단장으로 하는 ‘성추행 사건 진상 규명 및 피해 회복을 위한 조사단’을 전격 발족했다. 진상조사단은 다른 성범죄 피해를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전국 여자 검사·수사관들을 상대로 직장 내 성범죄 피해 사실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진상조사단은 제도 개선을 위해 조사단에 교수 등 외부 위원을 충원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은 31일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조사단장에는 ‘1호 여성 검사장’인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기용됐다. 조 검사장은 2010년 ‘스폰서 검사’ 파문 때도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부단장 역시 여성 부장검사를 임명하기로 했으며 각종 성폭력 사건 수사에서 전문성을 쌓은 검사, 수사관 등 10명 안팎의 규모로 꾸려질 예정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조사단 구성을 지시받은 조 지검장은 곧바로 인선작업에 들어갔다. 조 지검장은 ‘1호 여성 검사장’이다. 조 단장 아래 부단장은 여성 정책 부서 근무 경험이 있는 여성 부장검사가 맡는다. 조사단원 역시 여성 정책·성폭력 수사에 정통한 ‘공인전문검사’ 및 수사관들로 채워진다. 조사단은 진상조사와 제도개선 방안 마련 등 크게 두 갈래 방향으로 활동을 벌인다. 우선 서 검사와 관련한 △성추행 피해 △감찰 뭉개기 △인사 불이익 등을 집중 조사한다. 2010년 10월 성추행 현장에 있었던 검사, 2010년 12월 성추행 사건 감찰 시도 당시 법무부 감찰 부서에서 일한 검사, 2014년 4월 여주지청에 근무하던 서 검사에 대한 사무감사를 벌였던 서울고검 검사, 2015년 8월 서 검사를 통영지청으로 발령낸 인사에 관여했던 법무부 검사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가 예정돼 있다. 아울러 검찰 내 다른 성추행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작업도 병행된다.
조사 대상은 크게 △2010년 안태근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 장례식장에서 서 검사를 성추행했는지 △이후 최교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감찰조사 등 진상규명을 가로막았는지 △2015년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된 안태근 전 검사장이 서 검사를 부당하게 통영지청으로 전보했는지 등 3가지다. 조사단은 이와 함께 △성추행 피해자 피해 회복 방안 △검찰 조직 내 성추행 근절 방안 등 중장기 대책도 마련한다. 이를 위해 조사단에는 여성학, 성범죄 전공 교수가 들어온다. 조사·수사에는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지 않지만, 검찰 내 성범죄 근절 제도개선에는 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조 단장은 검찰 내부 ‘성·가족 범죄 여성 리더십 커뮤니티’의 교수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 단장은 “이미 여성계와 접촉 중이다”며 “대검과 협의해 제도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도 서 검사 사건을 긴급안건으로 선정해 논의한 뒤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 발족, 성폭력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이날 권고했다. 조사단에는 감찰 기능과 조사 기능이 모두 부여됐다. 일반인인 전직 검사에 대한 수사 착수가 언제든 가능하다는 얘기다. 조사단 조사 결과,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의 서 검사에 대한 감찰 뭉개기, 안태근 2015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의 부당 인사 정황이 확인되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다. 직권남용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다만, 안 전 검찰국장의 성추행 혐의는 이미 고소 기간(6개월)이 지나 형사 처벌이 어렵다. 물론, 조사 과정에서 서 검사의 피해와 관련한 별도 혐의가 포착되면, 그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다. 한편, 대검은 그간 연락이 닿지 않았던 서 검사와 30일 오후 통화했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 대검 검찰개혁위원회도 이날 검찰 내 성폭력과 관련해 전수조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검찰 조직 특성상 제보나 신고를 통한 사례 확인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이번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기 위해서는 검찰 내부 조사가 아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 검사는 이날 대리인으로 선임한 김재련 변호사를 통해 “사건의 본질은 제가 어떤 추행을 당했는지에 있는 것이 아니다”며 “무엇이 문제였으며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 검사의 동문인 이화여대 출신 법조인 및 법대 동창 294명은 서 검사에 대한 지지 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