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있는 동안 같은 병원에서 학생들이 단체로 건강검진을 받아 온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교육 당국과 학부모들은 메르스 관련 병원 명단을 하루라도 빨리 공개했다면 애꿎은 학생들이 김염위험에 노출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연합통신넷=고성기기자] 9일 경기도교육청이 조사한 '메르스 확진환자가 있었던 의료기관에서 학생건강검진 실시현황' 자료에 따르면 5개 교육지원청 내 41개 초·중·고등학교 학생 726명(잠정집계)이 도내 5개 병원에서 지난달 건강검진을 받았다.
이번 건강검진은 도내 모든 초등학교 1·4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을 지난달 한달간 진행된 표본조사다. 학교마다 복수의 병원을 지정하면 학생들이 원하는 곳을 선택해 기간 내에 자율적으로 검진받는 식으로 진행됐다.지역별로는 평택이 490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천 160명, 안성 47명, 화성·오산 28명, 용인 1명 등이었다.
이들은 모두 메르스 확진환자가 입원한 기간 같은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은 평택성모병원, 평택굿모닝병원, 평택박애병원, 오산한국병원, 부천메디홀스의원 등 5곳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병원들이다. 이 중 부천메디홀스의원에서는 메르스 환자가 들렀던 병동에서 10개 학교 160명이 검진을 받았다. 나머지 병원들은 메르스 환자가 있었던 곳과는 다른 별관에서 검진이 이뤄졌다. 조대현 경기도교육청 대변인은 "현재까지는 이상 징후를 보인 학생은 없으나 계속 관찰 중이다. 정부가 사전에 병원 정보를 공개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뒤늦게 메르스 관련 병원 명단을 알게 된 학교들은 가정통신문을 보내 학부모에게 사실을 전달하고 즉각 휴업조치했으며 현재까지 학생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벌이고 있다.
학교 측은 당시 메르스 환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보건 당국이 관련 병원 명단을 공개한 지난 7일에서야 학생들이 감염위험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안성의 B초등학교 초등학생 1·4학년 130여명 중 20명 역시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평택굿모닝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B초교는 지난 1일 '해당 병원이 메르스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서야 건강검진을 잠정 중단했다.
다행히도 학생들이 검진받은 곳 대부분이 입원병동과 떨어진 별관이었기 때문에 감염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됐을 가능성은 작지만 교육 관계자와 학부모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한 학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전수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