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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여성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약자를 위한 것,. ..
기획

페미니즘, 여성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약자를 위한 것,. 20만 넘긴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

문지혜 기자 입력 2018/02/16 10:20 수정 2018.02.16 10:27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내용 ⓒ뉴스프리존

[뉴스프리존=문지혜기자]당신은 ‘페미니즘’ 또는 ‘여성운동’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남자를 몰아내는 ‘반남성운동’이라 생각하지 않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페미니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페미니즘은 남성을 적으로 두고 여성의 이익만을 취하려는 ‘이기적’이념이 아니다.

지금까지 페미니즘을 ‘여성만을 위한것’으로 알았다면 이제 제대로 된 페미니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을 알아보자. 지난 2월 5일, '초·중·고 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21만3219명의 서명과 함께 마감됐다. 이로써 청원 추천인 20만 명을 넘겨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의 답변을 받는 목록에 오르게 되었다. 전체 청원 중에서는 11번째이고, 교육 분야의 청원 중에서는 최초다.

이는 성평등을 향해 점점 커져가는 한국 사회의 요구가 구체화된 결과이기에 매우 고무적이다. 학교에서 제대로 된 성평등 교육을 받지 못했던 경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공유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20만 돌파' 페미니즘 교육은 어때야 하나

페미니즘의 정의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페미니즘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내놓지만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은 같다. 성차별에 대응하고 억압 없는 사회를 만드는 운동 혹은 이념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흑인 페미니스트인 벨 혹스는 성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종식시키려는 운동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그 견해는 페미니즘 입문서라고도 불리는 『행복한 페미니즘(feminism is for everybody)』에 잘 저술돼있다.

페미니즘의 역사

페미니즘 운동은 1840년대를 시작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크게 제1차 여성주의 물결, 제2차 여성주의 물결, 제3물결 여성운동으로 나눌 수 있다. 제1차, 2차 여성주의 운동은 여성의 참정권 획득과 여성을 고려한 법 제정 등을 이끌어 냈다. 90년대 후반에 등장한 제3물결은 이를 반성하고 여성들 간에 존재하는 인종, 계급, 외모,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는 동시에 남성들과의 연대를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때문에 제3물결은 여성운동의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권리를 위해 노력한 여성운동은 1970년대가 돼서야 시작됐다. 70년대 이전에는 일제강점기, 독재 등을 거치는 등 정치적 상황에 대한 저항운동의 일부로 여성운동이 전개돼 왔다면, 70년대 이후에는 여성노동자의 문제가 제기되며 여성에 초점이 맞춰진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이는 여성주의에 대한 개념을 확산시키고 여성주의를 교육하게끔 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80년대에 급부상한 한국여성단체협의회과 한국여성단체연합 그리고 또 하나의 문화와 같은 여성주의 단체는 현재까지 정치, 문화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페미니즘을 오해하는 이유 페미니즘은 인종차별과 계급차별을 타파하기 위해 일어나는 운동과 마찬가지로 성차별을 해소시키자하는 운동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반남성주의와 반성차별주의는 다르다. 반남성주의가 남자를 적으로 생각하고 대항해야할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반성차별주의는 성에 따라 개인을 제약하는 차별과 억압의 요인들에 대항하는 것이다. 따라서 페미니즘에 반감을 갖고 있는 일부 학우들은 남성과 여성이 모두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페미니즘의 의도를 왜곡해 알고 있는 것이다.

페미니즘을 알아야 하는 이유

페미니즘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정, 일터, 교육, 정책 등 사회전반의 영역에서 느끼는 수많은 부당한 차별을 바로잡는 것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여성은 경제적 진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사노동과 육아를 전담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기혼가구의 특성별 가사분담형태를 조사한 결과 남녀 함께 맞벌이를 할 때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남성보다 더 많음이 나타났다.

이 외에도 사회적으로 남성에게는 혼전 성관계를 허용하지만 여성에게는 혼전 성적순결을 강요하는 이중적 성 잣대, 성폭력을 비롯한 각종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있을 수 밖에 없는 여성들 등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우리사회에서 차별받는 것들이 많다. 페미니즘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자각하고 해결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페미니스트들의 다양한 활동

페미니스트들은 성매매 여성에 관련된 운동부터 여성의 권리 향상을 위한 운동처럼 성차별에 대항하는 운동을 전개해 왔다. 스타 페미니스트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결혼 전에는 미스(Miss)로 불리우다 결혼과 함께 남자의 아내라는 뜻의 미시즈(Mrs)로 불리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여 1700년대까지 영어권에서 사용되다 사라진 용어미즈(Ms)를 결혼여부와 관계 없이 여성을 지칭하도록 되살려냈다. 최근에는 슬럿워크(Slut Walk)라는 새로운 여성운동도 생겨났다. 슬럿은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을 가르키는 비속어로 성폭행의 원인을 여성들의 노출의상이나 행동에서 찾는 것에 반발한 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여성주의 단체 잡년행동의 주최 아래 첫 번째 슬럿워크가 이뤄졌고 지난 8월에도 슬럿워크가 진행됐다. 또한 지난 15년 간 페미니스트 가수로 활동한 지현이 18명의 여성뮤지션들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한 컴필레이션 음반 <이야기해주세요>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의 활동이 꼭 성이라는 변수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젠더에 갇힌 삶』의 저자 줄리아 우드는 페미니즘을 삶을 존중하고 평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헌신하는 것 억압에 대한 저항으로 정의하기도 했다.성에서 한발자국 나아가 모든 차별과 폭력에 대항하는 것이다. 차별과 억압을 받는 존재들은 우리사회에서 약자, 소수자들로 구분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페미니즘은 사회의 모든 약자 , 소수자가 불합리한 이유로 억압받지 않고 평등한 삶을 살게끔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것이 바로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동성애자나 장애인의 삶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실제로 우리나라 여성주의 미디어공동체인 연분홍치마에 소속된 홍지유, 김일란 감독이 용산철거민을 소재 로 한 영화 <두개의 문>을 제작한 것과 레즈비언이나 성전환자들을 다룬 영화도 연출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제 페미니즘을 여성만을 위한 이념이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의 평등권리 확보를 위한 이념임을 인식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여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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