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전성남 선임기자] 여당 강세가 예상되는 지방선거에서 야당은 극심한 인물난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6·13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중 최소 9곳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설 연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6월 지방선거 레이스에 돌입한다.
각 정당별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곳이 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부산, 자유한국당은 강원도, 바른미래당은 서울을 전략 지역으로 꼽았다. 호남을 너머 영남으로 이른바 동진 전략이 더불어민주당의 목표이다. 특히 앞선 6차례 지방선거에서 모두 패한 부산을 거머쥐고 전국 정당화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각오이다. 자유한국당은 현상 유지에 더해 강원 탈환을 기대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남북 안보 상황에 따라 강원 민심이 현 정부에서 돌아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거대 양당에 맞선 바른미래당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방을 노린다. 당내 경선 후보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는 여당과는 상반된 풍경이다. 현재 여론조사 지표만 놓고 보면 13곳 이상도 가능하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야권의 묵시적 연대가 형성될 경우 1대1 구도로 변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김민석 원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선거는 사실상 1대1 구도로 치러질 것”이라며 “여전히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이외에는 여소야대라는 점에서 여러 환경들이 좋지 않기 때문에 맞춤 후보가 아니면 어렵다”고 전망했다. 자유한국당은 오는 25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 이후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18일 “다음 주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해 광역자치단체장과 우선추천(전략공천) 지역 후보 공천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후보군이다. 광역자치단체장별로 후보군이 거론되지만, 여권 후보를 압도할 만한 파괴력 있는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일단 지방선거 승패를 좌우할 서울시장에 내놓을 후보가 마땅치 않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의 경우 경선을 원칙으로 하되 국회의원 재·보선은 전략공천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의석수가 매우 중요한 게임이 될 것”이라며 “제1당 위치를 흔들 어떤 시도도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현역 의원 수를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역 의원이 출마하는 경우 해당 지역의 보궐선거 승산이 희박하면 도전 자체를 자제시키고, 국회의원 선거 공천은 당선을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설 연휴가 지나고 난 뒤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면서 “외부인사로 위주로 위원회를 구성해 ‘이우현 사태’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지난해 말부터 여러 인사를 접촉해 출마 의사를 타진했지만 대부분 고사했다고 한다. 다크호스로 물망에 올랐던 홍정욱 전 의원은 일찌감치 불출마 선언을 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김병준 국민대 교수 등도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호남 지역은 이름이 거론되는 광역단체장 후보조차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홍 대표는 설 연휴 중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치입문 이래 23년동안 계파정치를 배격해 왔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영남일대에서 친홍(친홍준표)계 운운하며 지방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를 이용해서 사익을 챙기려 하는 사람들에 불과하다. 그런 사칭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야당이 이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수당 간판으로 용기 있게 나설 후보 찾기가 쉽지 않다”며 “과거 여당 시절과 달리 어려운 선거에 나서는 사람에게 다른 자리를 약속할 수도 없어 설득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인재 영입난이 장기화되면서 당 일각에서는 홍 대표가 전담하고 있는 인재 영입 창구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아울러 정치신인 대신 전직 국회의원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을 선거에 차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올드 보이’들의 귀환 가능성이다. 이완구 전 총리와 이인제 전 의원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충남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홍 대표가 자신의 재신임까지 거론하며 총력전을 선언한 경남지사에는 홍 대표 측근인 윤한홍 의원 외에 박완수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한국당 우세지역인 TK(대구·경북)은 경선을 치르되 다른 지역에서는 전략공천을 행할 가능성이 있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새로운 후보가 나올 수 없다. 당 상황상 좋은 후보가 갑자기 나오긴 어렵다”며 “거론되고 있는 범위 내에서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지사 경선 역시 올드 보이 간의 경쟁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출마 의사를 밝힌 김영선·안홍준 전 의원 외에도 2004∼2010년 경남지사를 지낸 김태호 전 의원 이름도 나온다. 한국당 재선 의원은 “막연하게 신인 영입에 기대기보다는 당이 기존에 갖고 있던 인력풀에서 후보를 잘 찾아내 선거를 치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갓 창당한 바른미래당 역시 인물난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지난 13일 취임 일성으로 “전국 모든 광역·기초 지역에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적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 영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