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성·정림사지 등 등재한민족 관련 유산 15번째
한·일 양국의 합의로 일본의 메이지(明治) 산업시설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결정됐지만, 조선인 강제노동’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주장했다. 정부가 요구해온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이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등재 결정문이나 주석(foot note)에 직접 표현되지 않고 '주석의 레퍼런스'(참고)와 연계된 일본 측의 발언 형식으로 반영된 것과 맞물려 논란은 증폭될 전망이다.
[연합통신넷=이천호기자] 6일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사진) 일본 외무상은 메이지 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확정된 후인 5일 오후 도쿄(東京) 외무성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forced to work'는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일본 측 사토 구니(佐藤地) 대표는 한국 측이 요구해 온 '강제 노동'에 대해 영어로 'forced to work'란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이를 일본어로 '일하게 됐다(かされた)'고 번역했다. 한국은 세계유산위 회의에서의 입장 표명 기회에 ‘강제노동’의 의미를 명확히 담은 ‘forced labour’라는 표현을 쓰려 했으나 결국 한일간 절충에 따라 해당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결국 기시다 외무상의 발언은 한국이 그동안 요구했던 'forced labour' 표현을 완화해 합의해준 'forced to work' 표현의 뜻마저 뒤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형식 측면에서도 강제 노역 사실은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결정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주석을 통해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의 발표를 주목한다(take note)"고만 돼 있고, 일본 측의 발표 내용은 주석에 포함되지 않았다.
주석에 연계된 '레퍼런스'를 찾아야만, 일본 측 대표가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로 노역했다" 등의 발언 내용이 나온다.
한편, 공주·부여·익산의 백제시대를 대표하는 유산 8군데를 한데 묶은 '백제역사유적지구'(Baekje Historic Areas)가 한국으로서는 12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등재가 확정된 지역은 충남 공주 공산성과 송산리 고분군 2곳, 충남 부여 관북리 유적·부소산성과 능산리 고분군, 정림사지와 부여 나성 4곳, 전북 익산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 2곳 등이다. 2000년 경주역사유적지구, 2004년 고구려 고분군(북한)에 이어 백제역사유적지구까지 등재됨에 따라 한반도에 뿌리를 내렸던 고대 3국의 수도권 문화가 모두 세계유산이 됐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세계유산위원회가 내놓은 보존관리 전략을 따라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전반적인 관광 정비 계획을 세워 갈 예정이다. 특히 공주 송산리 고분과 부여 능산리 고분군의 무덤 벽화와 내부 환경 변화에 대한 정기 검사를 충실하게 지켜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