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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가지가지뉴스] ‘올바른 국정화’가 만들어낸 ‘웃픈’ 장면 5가지

디지털뉴스부 기자 입력 2015/11/11 21:04
지난 4일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담화문’을 비판하면서 “민생은 파탄지경인데 이를 외면하고 선거만 고민하는 몰염치”라고 말했습니다. 집권여당의 대변인조차 현재 한국의 민생은 파탄 지경이라고 인정한 셈입니다.

그러나 정작 파탄난 민생에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반대 여론이 갈수록 높아져도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는 꺾일 줄 모릅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기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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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웃지 못할, 요즘 신조어로는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장면들이 자꾸 나타납니다. 더 많지만, 독자여러분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고려해 5가지만 꼽았습니다.


■‘그때 그때 달라요

 


▲ 김재춘 교육부 차관이 지난달 1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룸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발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앞장선 정부·여당 인사들이 과거에는 ‘국정교과서 반대론자’였다는 사실이 잇따라 확인됐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재춘 전 교육부 차관입니다. 영남대 교수로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 청와대 교육비서관을 지낸 그는 지난달 19일 갑자기 경질되기 전까지 ‘실세 차관’이었습니다.

김 전 차관은 세계교과서학회 아시아대표이사를 맡는 등 ‘교과서’ 분야 학계 권위자이기도 합니다. 김 전 차관은 2009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발간한 ‘교과서 검정체제 개선 방안 연구’에서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활용하여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과서를 개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정 체제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의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은 2006년 교과서 왜곡 문제에 관한 국민 대토론회’를 개최해 “국가의 강력한 통제가 민간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막고 있다”며 교과서 민간 발행 확대 주장을 폈습니다. 당시 토론자로 초빙돼 이같이 주장한 학자는 교학사 교과서 집필자 이명희 공주대 교수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격려사를, 여의도연구소장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인사말을, 여연 부소장이었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회를 맡아 이 교수 주장에 힘을 보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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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는 ‘후진국’이나 하는 것”

 



2015년 11월10일자 ‘김용민의 그림마당’

국무총리실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작성한 내부문건에서 국정교과서를 발행 중인 해외사례로 북한·스리랑카·몽골·베트남 등을 열거하면서 이들 나라를 ‘후진국’으로 규정했습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총리실의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문건은 국정교과서의 단점으로 ‘정부의 역사 해석권 독점 비판’ ‘교과서 개발단계의 정치 쟁점화 우려’ ‘학습자의 교과서 선택권 제한’ 등을 들었습니다. 검정교과서의 장점으로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과서 개발’ ‘시장 경쟁을 통한 교과서 질 제고’ ‘역사해석의 다양성 보장’ 등을 나열했습니다.

[단독]총리실, 작년 내부문건에선 “북한·몽골…국정화 나라들은 후진국”


■“기분좋게 술 마셨을 뿐”

 


국정 역사교과서 대표 필진으로 초빙된 최몽룡(고고미술사학과)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자택에서 교과서 집필 문제와 관련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역사 국정교과서 대표 집필진으로 초빙된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집필진 공개 이틀만에 사퇴했습니다. 최 교수는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술을 마시며 인터뷰를 하는 도중 여기자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발언과 행동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고 조선일보와 MBN 등이 보도했습니다. 최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전에 어디서 들은 (성적) 농담을 한 것은 맞다”면서도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해명했습니다. 최 교수의 사퇴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과서 집필진 선정은 더 힘들어졌습니다. 국사편찬위는 이후 집필진 지원 현황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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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빼달라, 참여한 적 없다”는 국정화 찬성 지식인 선언

 
지난달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하는 지식인 500인 선언’ 명단에 들어간 사람들 중 일부가 이틀 뒤인 21일 “(명단에서) 이름을 빼달라”며 경향신문사에 연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공동선언문에 이름을 올려달라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 주최 측에 명의를 도용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본인이 직접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해 “국정화 지지 성명에 이름이 오른지 전혀 몰랐다”고 연락해 온 사람이 15명이나 됐습니다. 경향신문은 한두 명의 이름이 잘못 실린 것이 아니라 명단 전체가 잘못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21일 오후 9시20분쯤 관련기사에 붙인 명단을 삭제했습니다. 이름이 올라가 있던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금시초문이다. (국정화 지지 선언에 관한)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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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질문은 ‘통편집’한 국정화 확정 고시 기자회견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 3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 확정 고시를 하고 역사교육 정상화를 주제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

황교안 국무총리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지난 3일 총리실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정홍보방송인 KTV를 ‘키(key)사’로 정해 기자단에는 “받아쓸지 알아서 결정하라”고 통보했습니다. 모든 방송 화면은 이날 황 총리가 프레젠테이션 스크린으로 고개를 돌릴 때마다 미리 준비된 정부 홍보 자료를 그대로 노출했습니다.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4일 “정부 제공 참고자료를 사용할지 여부는 각 방송사가 판단해 배치해온 관례를 깨뜨린 파격적 ‘동일 방송’ ”이라며 “불공정 편파방송 정도로는 부족하니 아예 대놓고 ‘대한늬우스’를 송출하라는 것”이라고 말습니다. 황 총리의 대국민담화가 끝나자마자 모든 방송사는 현장 중계를 중단했습니다. 정부를 질타하는 기자들의 질문은 단 한 문장도 방송을 타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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