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들이 큰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 때에 따라 여가활동이 가능한 실용성을 갖춘 SUV. 연비 좋은 디젤엔진 탑재로 유지비가 저렴한 차. 개성 넘치는 디자인.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것이 바로 컴팩트 SUV(또는 CUV)다. 이런 다재 다능한 성격 때문에 항상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인기가 끝없이 치솟고 있어 비슷한 신차가 출시돼도 상황은 언제나 마찬가지다. 컴팩트 SUV들의 인기요인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차량별 특징
국내 컴팩트 시장의 첫 시작을 알린 쉐보레 트랙스는 출시 초 예상보다 높은 가격과 가솔린 엔진만 탑재해 일부 수요층에서 실망감을 안고 돌아서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뛰어난 성능과 무난한 실 연비로 탄탄한 매니아 층을 형성하며 가장 안정적인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QM3는 해외생산 차량을 수입해서 판매되고 있지만 국산차라고 불리는 별종이다. 항상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 판매량은 불안정하지만 개성 있는 디자인과 뛰어난 연비, 합리적인 가격대를 강점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푸조 2008은 사전계약 당시 유럽연비가 무려 25km/l가 넘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정식출시 후 발표된 국내 인증연비는 17.4km/l까지 떨어졌지만 경쟁력 있는 가격대로 인기는 오히려 뜨거워졌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컴팩트 SUV가 인기다. 최근 소형차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벤츠의 GLA는 5천만 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대에 위치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프리미엄 시장에서 뛰어난 연비, 실용성을 겸비한 몇 안 되는 차량 중 하나다.
남성적이거나 개성 확실한 외관
네 차종 모두 도심형에 적합하게 설계되어 도시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구체적인 디자인 방향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쉐보레 트랙스는 면과 선을 통해 날을 세워 단순하고 강인한 모습을 보인다. 르노삼성 QM3는 투 톤 컬러를 사용해서 좀 더 젊고 개성 넘치는 분위기를 강조하며 곡선 위주의 디자인으로 여성적인 이미지가 짙다. 푸조의 앰블럼은 사자를 형상화한 것이다. 과거의 푸조 디자인은 고양이에 가까웠는데 이제는 다시 사자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다. 벤츠 GLA는 언뜻 보면 A클래스와 상당히 흡사해서 차량에 관심이 없다면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후드, 전면 그릴, 헤드램프 등을 통해 차별화를 두고 있다.
가장 큰 GLA, 가장 작은 2008
크기는 서로 비슷비슷하다. GLA는 비교차종 중 모든 부문에서 가장 크지만 전고는 가장 낮다. 가장 작은 차량은 2008로 전고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가장 작다. QM3는 2008과 크기가 비슷해 작은 편이고 트랙스는 모든 부분에 있어서 평균적인 수치를 갖고 있다. 공차중량은 크기에 비례해 GLA가 1,580kg으로 가장 무겁고 2008은 1,250kg으로 가장 가볍다. 트랙스와 QM3는 각각 1,370kg, 1,300kg이다.
비슷한 듯 다른 실내 디자인
트랙스의 실내는 고급스럽고 심플하게 꾸며져 있다. 모든 부분에 있어서 만족스러움 품질을 제공하지만 계기반 디자인은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QM3의 실내는 트랙스와 정반대로 하이그로시와 포인트 컬러를 사용해 톡톡 튀고 센스 있게 꾸며진다. 푸조 2008의 실내도 QM3와 흡사한 분위기다. 다만 스티어링 휠이 작고 계기반이 일반적인 차량보다 높게 배치되어있어 운전하는 즐거움이 다르다. 벤츠 GLA의 실내는 스포티하면서도 깔끔하게 디자인됐다. 다만 실내만 봐서는 A클래스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별성이 부족하다.
편의옵션은 벤츠가 가장 뛰어나
옵션은 단연 GLA가 압도적이다. 제논 헤드램프로 시작해서 라이트 패키지, 파노라마 썬루프, 하만카돈 오디오시스템 등이 탑재되고 평행과 직각주차 모두를 지원한다. 2008은 GLA만큼 화려한 옵션은 없지만 스탑&고 시스템이나 자동주차기능, 파노라마 썬루프 등이 준비된다. 트랙스는 운전석 6방향 전동시트와 220V 인버터, 마이링크, 보스오디오를 대표적인 편의사양으로 내세우고 있다. QM3는 전방 안개등 코너링 기능, 크루즈 컨트롤 등을 포함한다.
첨단 안전옵션보다 안전성으로 검증된 트랙스
안전장비 역시 GLA가 앞선다. GLA는 전방충돌방지, 사각지대 경고,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 등의 첨단 안전장비로 한 가득 채워진다. QM3와 트랙스, 2008는 GLA만큼의 옵션을 탑재하고 있지는 않지만 차체자세제어장치나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 같은 기본적인 안전옵션들은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 안에서도 차이는 존재한다. QM3의 에어백 개수는 총 4개로 커튼 에어백이 없어 동급차종 6개보다 적다. 반면 트랙스는 국내와 유럽 안전성 테스트에서 이미 최고등급을 받아 안전한 차로 인정받았다.
압도적인 연비를 자랑하는 QM3와 2008
1.4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을 탑재한 트랙스의 복합연비는 12.2km/l로 경쟁모델 중 가장 떨어진다. 반면 출력에서 아쉬움을 보였던 QM3는 리터당 18.5km로 경쟁 차종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8 역시 리터당 17.4km를 주행할 수 있어 트랙스의 연비를 크게 앞선다. 2.1리터 엔진을 탑재한 GLA는 리터당 16.2km를 주행할 수 있다.
대부분 합리적이지만 넘사벽 GLA
가격 순으로 나열하면 트랙스, QM3, 2008, GLA 순이다. 트랙스는 1,954~2,302만원. QM3는 2,250~2,450만원, 2008은 2,650~3,150만원, GLA는 4,900만원이다. 가격대는 다양하지만 트랙스의 주력모델은 2200만원 내외, QM3는 2400만원 내외, 2008은 3000천만원 내외로 형성되어있고 GLA는 단일라인업으로 4900만원이다. 특히 GLA의 가격은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판매량을 보면 벤츠의 다른 소형차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 프리미엄 시장 기준에서는 충분히 경쟁력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 별 특징과 장단점
쉐보레 트랙스는 무난한 성능과 뛰어난 안전성을 확보했지만 디젤엔진의 부재가 한계로 드러났다. 르노삼성의 QM3는 개성 있고 압도적인 연비를 확보했지만 물량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 푸조 2008은 가격대도 입문용 수입차로 적당하고 연비까지 뛰어나지만 A/S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부터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벤츠 GLA는 성능과 연비에서 균형적인 모습을 갖췄다. 그러나 젊은 층을 주 고객으로 하는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으로 인한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