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다음달 5일 2차 ‘민중 총궐기’ 집회에 대한 금지통고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이 집회 강행 의사를 밝힌 가운데 경찰이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해 ‘유색 물감’을 뿌린 후 현장에서 검거하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30일 "4·16 세월호 1주기 집회와 5·1 노동절 집회,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 등 대규모 집회·시위에서 차벽이 파손되고 경찰관이 쇠파이프 등으로 폭행당하는 등 묵과할 수 없는 불법 폭력시위가 발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준법 집회에 대해서는 공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주는 등 최대한 협조하겠지만, 대규모 시위대가 폴리스라인을 침범하고 도로를 불법 점거하며 행진하거나 시위가 과격·폭력 양상을 띠면 차벽을 설치해 막을 계획이라고 했다.
아울러 폭력 시위자에 대한 현장 검거도 강화할 계획이다. 차벽을 무차별 훼손하거나 경찰관을 폭행하고, 복면을 쓴 채 폭력을 행사하는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유색 물감을 뿌려 불법행위자를 특정한 뒤 경찰관을 투입해 현장에서 즉시 검거하기로 했다. 폭력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한 채 행진하거나 연좌시위하는 행위 역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행위는 집시법 위반이자 형법상 일반교통방해 등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라며 "해산 경고 등 절차를 거쳐 현장 검거하는 등 엄정히 대응해 불법 상태를 신속히 해소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광화문 광장과 그 북쪽 지역에서의 대규모 집회시위는 기존 방침대로 금지한다는 입장이다.
광화문 광장은 '서울시 광화문 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시민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하게 돼 있어 집회·시위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내자로터리∼적선로터리∼동십자각로터리로 연결되는 광화문 광장 북쪽 지역은 도로가 좁고 학교와 외교기관이 밀집한 데다 주택가여서 집회·시위가 금지 또는 제한되고, 경호구역에도 포함돼 그간 시위대 이동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앞으로 집회 주최 측과 대화를 통해 평화적이고 법 규정을 지키는 집회는 적극 보호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준법 집회·시위 문화 정착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민단체 측에서는 복면 착용을 이유로 특정 참가자를 색출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은 법적 근거도 없는 조치이며 심각한 정치 탄압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전농은 내달 5일 서울광장에서 1만명이 참가하는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살인진압 규탄·공안탄압 중단·노동개악 중단 민중 총궐기'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으나 경찰은 불법·폭력시위가 우려된다며 금지를 통고했다. 이에 맞서 민주노총과 전농 등 진보 성향 단체들로 이뤄진 '백남기 범국민대책위원회'는 내달 5일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예정되로 2차 서울광장에서 종로를 거쳐 대학로까지 총궐기 행진을 하겠다는 신고서를 29일 경찰에 낸 상태다.또 다른 충돌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