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 규모 인사 단행... '변화'보다 '안정' 선택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에서 금융계열사 사장들은 연임됐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한 모습이다. 특히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의 사장들은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연임돼 실적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1일 삼성그룹이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 따르면 금융계열사 사장단 변동은 없었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모두 2013년 말 그룹인사에서 사장으로 임명됐다. 이들의 취임 후 2년에 대한 평가는 '고군분투'다. 세 회사 모두 최악의 시장환경과 여러 악조건 속에서 준수한 실적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유임 이유도 2년간 보여준 준수한 실적을 기반으로 각 회사의 '내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이재용의 남자'로 평가된다. 그는 1986년 삼성그룹 비서실 인사팀 담당 차장으로 이동해 1993년 물산으로 이동하기 전까지 이재용 부회장을 보좌한 이력이 있다. 김 사장은 이후 삼성물산에서 부사장을 역임한 뒤 삼성화재 대표이사를 거쳐 2014년 삼성생명 사장에 안착했다.
김 사장은 부임 후 1000명이 넘는 '인력감축'을 실시하면서 내실다지기에 집중했다. 그 결과 저금리의 악조건 속에서도 1조1776억원(올해 3분기 기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1조1987억원보다 1.76% 감소하는데 그쳤다. 다만 해외법인 성과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은 자산운용 부문에 손꼽히는 전문가다. 취임 후 안 사장은 '불완전 판매'와 악연이 깊다. 최근 카드슈랑스와 지난해 텔레마케팅(TM)으로 판매한 보험의 문제가 불거져 곤혹을 겪었다.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강점인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 했다.
실제 삼성화재의 올 1~3분기(1~9월) 순이익은 7430억원으로 전년 동기 7275억원에 비해 155억원(2.13%)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 3000억원이 넘는 보험영업손실을 기록하고도 1조3000억원에 육박하는 투자영업이익으로 손실을 메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춰볼 때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3년 이상 연임한 대표들이 많았다"며 "최악의 시장 상황이지만 잘 버틴다면 연임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금융경험이 전무한 상태로 삼성카드 대표로 발탁됐다. 그는 삼성전자 인사 분야에서 30년 동안 일해 온 '인사통'으로 '이재용 사람들'로 꼽히는 삼성전자 출신이다.
원 사장 또한 부임 후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삼성카드는 올해 1분기 연말정산과 전산 오류 등 사고가 터지며 소비자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또한 내년에 예정된 영세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와 인터넷은행과의 경쟁 등 난제도 많다. 여기에 최근 시장에서 '삼성카드 매각설'까지 나오면서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취임 1년이 안된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과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사장도 연임됐다. 올해 1월 취임한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35년간 삼성에 몸담아온 '정통 삼성맨'이다. 윤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고객 신뢰와 수익률 관리를 강조해 올해 삼성증권의 실적 개선을 이끌어냈다. 특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관련 '엘리엇 사태' 당시 삼성 그룹에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는 일에 힘썼다는 평가다.
삼성생명 출신의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사장은 윤용암 사장의 뒤를 이어 올해 초 삼성자산운용의 수장이 됐다. 조직 개편과 인력 통합을 무리없이 단행했고, 삼성자산운용의 글로벌 역량을 키우는 일에 주력했다. 이에 따라 해외 펀드 부문에서 양호한 성과를 내며 국내 운용사 중 돋보이는 순이익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