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대표측이 문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사실상의 '선전포고'로 간주한 가운데 "더이상 철수는 없다"며 '강철수'(강한 안철수)로의 변모를 보여온 안 전 대표가 어떤 식으로 일전에 나설지 주목된다. 그의 선택지에 따라 총선을 앞두고 당내 세력구도, 나아가 야권 전체의 지형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인다.
안 전 대표측 인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실망과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통합을 외치면서 다른 세력을 죄다 적으로 몰면 당을 깨자는 것"이라며 (기존 입장에서) 후퇴는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문 대표가 일말의 기대를 짓밟았다"며 "문 대표가 당을 분열시키는 것이야말로 해당행위"라고 성토했다.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사실상 루비콘의 강을 건넌 회복불능의 사이가 되면서 안 전 대표로선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실제 안 전 대표는 이날 문 대표의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 트위터글을 통해 "문 대표 주위에서 대표의 눈과 귀를 막고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낡은 진보청산과 부패 척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골단'(骨斷·상대의 뼈를 끊음)이라 할 수 있는 '비주류 물갈이'가 아니라 '문제있는 주변인사'들을 쳐내는 '육참'(肉斬·자신의 살을 베어줌)이라는 압박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안 전 대표쪽에서는 최근 '혼수발언'으로 도마위에 오른 최재성 총무본부장에 더해 "혁신전대 제안은 분열과 대결로 가는 길"이라고 공개적 발언을 쏟아낸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안 전 대표의 선택은 크게 당내 투쟁과 탈당 등 두가지로 좁혀진다.
새정치연합의 공동창업주로서 당 밖으로 뛰쳐나가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기 보다는 반문(반문재인) 진영의 구심점을 자임, 당내에서 제대로 된 혁신과 통합을 깃발로 문 대표와 정면대결을 펼치며 세확산을 시도해가는 경우의 수이다. '한집안 두가족'식의 내전을 이어가기 보다는 아예 탈당해 '새 집'을 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벌써부터 당내 비주류 진영 사이에서는 "안 전 대표가 결심만 하면 함께 나갈 사람이 20명은 될 것"이라는 '미확인 리스트'까지 나돌아 다니는 실정이다.
천정배 세력과 '결합'하든 합리적 보수까지 끌어안는 새로운 대안세력을 자임하든 안 전 대표가 결행할 경우 야권 빅뱅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안 전 대표는 전날 신당파인 무소속 박주선 의원과 만나 신당 참여 권유에 "깊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고 박 의원이 전했다.
또한 안 전 대표는 그동안 "'문안박'보다 혁신전대 지지여론이 훨씬 높은 만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며, 적어도 역제안을 할 것"이라며 문 대표의 전면 거부를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안 전 대표는 당 내외 인사들과 접촉을 이어가며 향후 행보에 대해 '숙고모드'에 돌입했다.일각에서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고민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