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사기범 조희팔 '오른팔' 강태용(54)이 16일 김해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된다. 지난 10월 10일 강태용이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 한 아파트에서 잠복 중이던 중국 공안에 붙잡힌 지 두달 만이다. 강태용은 체포된 뒤 최근까지 우시시 공안국에서 구금 상태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팔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 검사 1명과 수사관 등 4명으로 구성된 검찰 송환팀은 이날 오후 12시 55분 장쑤성 난징(南京)을 출발해 오후 3시 50분 김해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들은 강태용의 신병을 인계받을 때 중국 당국이 확보한 자료 등도 함께 넘겨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강태용이 공항으로 들어오면 바로 대구지검으로 압송해 조사한 뒤 대구구치소에 수감할 계획이다. 이어 이르면 17일께 강태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기소 시점은 내년 1월 초가 될 전망이다.
검찰은 강태용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조희팔의 구체적인 도피 행각, 사망 여부, 은닉재산 규모, 검·경 및 정관계 등을 상대로 한 로비 의혹 등을 낱낱이 파헤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강태용이 조희팔 사건과 관련한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 채 끝까지 입을 다물면 수사가 난관에 부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현재 강태용을 사기, 뇌물 공여, 횡령, 범죄수익 은닉 규제법 위반 등 피의자로 특정한 것만 30여 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강태용 송환에 앞서 지난 두달 동안 수사를 확대한 검찰은 조희팔 다단계 조직의 실질적인 설계자 배상혁과 조희팔 아들 등 15명을 구속했다. 이와 함께 조희팔 조직 범죄수익금 은닉에 관여한 의혹이 있는 조희팔과 강태용 가족, 주변 인물 거주지, 사무실 등 3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10여명을 출국 금지했다.
또 이들이 조희팔과 강태용에게 받은 뇌물과 은닉재산 등 모두 110억 원 가량도 찾아냈다. 강태용 송환으로, 다단계 사건의 추가 비호세력과 은닉재산이 얼마나 더 밝혀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검·경은 거액의 범죄 수익금을 은닉한 정황이 드러난 강태용 부인을 지명수배하고, 아들의 소재도 추적하고 있다. 한편 2004∼2008년 조희팔 일당이 의료기기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끌어 모은 피해자 수는 2만 4599명이다. 공식 집계한 피해액은 약 2조 5620억원에 이른다. 조희팔, 강태용 등은 사기 행각이 조금씩 세상에 드러나자 2008년 말 국내 수사망을 피해 중국으로 달아났다.
경찰은 조희팔이 2011년 12월 19일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의 한 가라오케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나 목격설, 생존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은 강태용이 송환되면 조희팔의 생사 여부를 비롯해 정관계 로비 의혹과 은닉재산 등 조희팔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