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일제 잔재를 관광자원화하는 것이 적절한가 논란이 일었지만, 시는 사업을 강행했다. 인천시가 개항장을, 군산시가 미곡수탈창고가 있던 거리를 근대문화유산으로 개발하자 이를 따라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포항시는 관광자원과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거리가 완성되고서 2014년과 2015년 2년 동안 국내외 관광객은 불과 34만여명이었다.
구룡포 거리에서는 기모노와 유카타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들이 거의 매일 연출되고 있다. 한 카페에서는 기모노나 유카타 뿐만 아니라 한복을 1시간 동안 입을 수 있는 체험 행사를 벌였다. 이와 함께 일본, 한국 전통차를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근대문화역사거리라는 명칭이 당초 목적과 연결짓기 쉽지 않고 일본강점기를 생각하며 기모노나 유카타를 입고 다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포항시 홈페이지 내 관광안내에서는 구룡포 역사문화거리가 '체험마을'이 아닌 '문화·전통' 코너에 자리잡고 있으며, 내용 소개에서는 아예 식민치하 아픔의 현장이라는 설명조차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6일 포항시청에는 시민의 항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기모노·유카타 대여 사업은 민간사업으로 시가 직접 간섭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란으로 해당 까페 기모노 대여점 주인 박모(53·여)씨는 “기모노 실내 체험으로 바꾸려 한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반면 일제 침략의 역사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진 않다. 배용일 포항문화원장은 “근대역사문화거리에서 기모노 체험을 하는 것과 민족 자존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한 뒤 “구룡포 문화역사거리가 한·일 공동 발전에 도움이 되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포항 시민들만 이런 걸 두고 보는 걸까? 외부 관광객들도 좋아하나 보다”며 “지금 추세로 몇 년만 더 지나면 ‘만주군 장교복 대여업’도 성행할지 모른다”고 강하게 질타 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팀장은 이날 “포항시와 상인들이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통렬한 성찰과 반성이 없는 가운데 이를 단순히 흥미 위주로 상품화했다”고 비판하며 “특히 구룡포를 일본인들의 식민 통치 체험 장소로 전락시키는 큰 과오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