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게 인분을 먹이고 수년간 구타를 일삼다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이른바 ‘인분교수’ 장모(53)씨가 항소심에서 원심 처벌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김시철 부장판사) 심리로 20일 열린 장모 교수(53)와 제자 3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에서 장 교수 측은 항소이유서를 통해 "일부 폭행 혐의는 당시 사무실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공동정범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함께 범행을 저지른 제자 A(25)씨, B(30)씨, C(26·여)씨 등도 모두 양형부당을 항소사유로 들었다.
장씨 측은 기본적인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폭행 현장에 함께 있지 않았던 범행까지 공동정범으로 판단해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카카오톡 등을 통해 A·B씨에게 폭행지시만 한 범행에 대해서는 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장씨측 변호인은 "여제자 C씨 의 계좌에 돈을 넣은 것은 복리후생 및 장학금 차원이었고 범행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장씨측은 디자인협의회와 학회 등의 공금을 사적으로 쓴 것에 대해서는 ‘취득할 의사는 없었고 잠시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장씨 측은 C씨에게 등록금등을 준 것이 복리후생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장씨가 다른 직원들에게 이 같은 혜택을 제공했었다는 증거는 제출하지 않았다”며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 제출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들은 1심에서 공소사실을 자백하고 인정했었고, 항소이유서에는 기본적인 큰 틀은 인정하나 세부적인 부분은 부인하는 취지를 보였다"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장씨와 여제자 C씨 사이의 카카오톡 내용도 공개됐다. 이들은 서로에게 ‘뽀뽀’ 이모티콘을 보내고 장씨는 C씨를 ‘뿌나’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다음 재판은 3월 2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앞서 장 교수와 제자들은 2012년 말부터 지난해 5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디자인협의회 사무국 직원으로 인하던 제자 A씨(30)를 둔기로 폭행하고, 인분을 먹이거나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운 채 호신용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40여차례에 걸쳐 가혹행위를 한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로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2012~2014년 준공공기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 3300만원을 가로채고 디자인협의회 회비 1억110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횡령한 돈의 일부는 정씨의 대학 등록금과 오피스텔 임대료로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1심 재판부는 장 교수에게 검찰이 구형한 징역 10년보다 무거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권고 양형기준상 최고형인 징역 10년4개월보다도 높은 형이다. 김씨와 장씨는 각각 징역 6년을, 정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다음 재판은 3월 2일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