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통신넷=이천호 기자]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되는 달러화와 물품의 유입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고강도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을 드나드는 모든 화물의 검색을 의무화하고, 금지품목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항공기의 유엔 회원국 영공 통과를 불허하며, 주요 외화수입원인 북한의 광물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다.
안보리는 15개 이사국이 참석하는 전체회의에서 70여 년 유엔 역사에서 비(非)군사적으로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로 평가되는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통과시켰다.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로 명명된 이번 결의는 지난 1월 6일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2월 7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를 국제사회가 응징하는 성격으로, 핵실험 후 56일 만에 채택됐다. 이번 안보리 결의는 전문 12개 항, 본문 52개 항, 5개 부속서로 구성됐다.
과거 3차례의 북한 핵실험에 대응해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1718호(2006년), 1874호(2009년), 2094호(2013)에 이은 핵실험 관련 4번째 결의다. 새 대북 제재는 국방과학원, 청천강해운, 대동신용은행, 원자력공업성, 국가우주개발국, 군수공업부, 정찰총국, 39호실 등 12개 단체와 최춘식 제2자연과학원장, 리만건 군수공업부장 등 개인 16명을 자산동결과 여행금지 제재 대상으로 신규 지정했다.
안보리는 자산동결과 관련해 처음으로 북한 정부와 노동당이 제재 대상에 지정됐고, 북한의 외화·통치자금 관리를 총괄하는 '39호실'도 제재 명단에 올랐다. 또 유엔 회원국에서 영업하는 북한 은행의 지점을 90일 안에 폐쇄토록 하는 등 강력한 금융제재가 포함됐다. 또한 유엔 회원국의 금융기관이 북한에 지점·사무소·은행계좌를 개설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인도지원, 외교관 활동 등 예외를 제외하고는 90일 안에 WMD와 관련된 기존 사무소와 계좌를 폐쇄하도록 했다.
새 제재는 북한의 금지품목 거래를 봉쇄하기 위해 북한행(行) 또는 북한발(發) 화물이 육로·해로·항로로 회원국을 지나갈 경우, 화물에 대해 반드시 전수조사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로써 단체 32개와 개인 28명 등 총 60곳으로 제재 대상자가 확대됐다. 새 제재는 특히 WMD와 관련된 자산동결 조치를 취하면서 처음으로 북한 정부와 노동당을 공식으로 지정했다.
또 금지품목 적재가 의심되는 항공기의 회원국 이·착륙과 영공 통과를 불허하고, 불법활동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해서도 회원국 내 입항을 금지했다. 북한 해운업체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선박 31척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북한의 석탄·철·철광의 수출은 민생 목적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금지했으며, 금·바나듐광·티타늄광·희토류의 수출은 전면 금지했다. 로켓 연료를 포함한 대북 항공유의 판매·공급을 금지해 북한 전투기는 물론 민항기의 운항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여 북한산이 아닌 외국산 석탄이 북한 나진항을 통해 수출되는 것은 인정했고, 외국에서 북한으로 돌아가는 북한의 민항기에 한해 필요할 경우 재급유가 가능하도록 예외를 뒀다. 고급 시계, 수상 레크리에이션 장비, 스노모빌, 납 크리스털, 레크리에이션 스포츠장비 등 5개 품목의 북한 수입이 금지되면서 금수 대상 사치품 종류가 기존의 7개에서 12개로 늘어났다.
북한 외교관이 제재 위반·회피에 연루되면 외교특권을 적용하지 않고 추방토록 했으며, 이런 북한의 행위를 도운 외국인에 대해서도 추방을 의무화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어떠한 형태의 기술협력도 금지하는 동시에 회원국에 핵·탄도미사일 관련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했다. 북한이 '우주의 평화적 목적'을 내세워 외국으로부터 유·무형의 기술을 이전받는 것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새 제재는 이와 함께 전문에 "북한 주민이 처한 심각한 고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혀 대북 제재 가운데는 처음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