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오전 대구를 방문해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를 점검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연합통신넷=이천호 기자]박 대통령은 이날 방문에서 창업기업 보육 등 제조업 지원에 성과를 내고 있는 대구·경북혁신센터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창조경제를 더욱 확산시켜줄 것을 강조했다. 특히,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창업기업과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혁신센터를 지원하고 있는 대기업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상생협력의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센터가 대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open-innovation) (기업 내부뿐 아니라 외부로부터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회사를 혁신하는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솔티드벤처와 ㈜테크트랜스 등 상생협력사례를 점검했다.
박 대통령은 또, 대구·경북혁신센터가 지금까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고용존 및 전략산업 규제프리존 운영 본격화 등을 통해 청년일자리 창출과 대구, 경북 지역 경제활성화에 본격적으로 기여해줄 것을 당부했다.
상황인만큼 박 대통령의 이날 대구행은 이런 판세를 뒤집기 위한 암묵적 지원으로 새누리당에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구 동구갑’ 지역구에 위치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에 대한 심판”이라며 찍어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가 바로 옆인 ‘대구 동구을’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이 지역 방문이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친박계의 ‘공천 배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진박 후보인 이재만 전 동구청장에 힘을 실어주는 메시지로 지역민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게다가 동구갑에 도전장을 낸 진박 후보인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역인 류성걸 의원에 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 등 ‘완장 찬’ 친박들의 도넘은 공천 개입이 국민적 지탄을 부르는 상황임에도 박 대통령이 대구방문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비판 여론은 아랑곳없이 박 대통령이 여당 공천 등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유 전 원내대표를 직접 찍어낸 데 이어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길 부탁한다”며 새누리당 내 진박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새누리당에서도 “총선의 최종기획자는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온다. ‘경제와 안보의 동시위기’라며 쟁점법안 처리를 압박했던 박 대통령이 실제론 4월 총선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취임 3주년을 맞아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이후, 지난 8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창조경제 현장을 방문해서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10일 대구에서 5시간 동안 머무르며 동구와 북구, 수성구를 차례로 돌았다.
동구와 북구는 ‘진박’을 자처하는 인사들이 뛰어든 곳이고, 수성구는 대구의 강남으로 불릴 정도로 상징성이 크지만 새누리당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된 지역이다. 박 대통령에게 총선 승부처라 할 수 있는 지역들을 누빈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구에서 경제 행보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4ㆍ13 총선을 앞두고 대구의 세 지역이나 방문한 것 자체에 ‘대구가 나를 다시 한 번 도와 달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는 관측 무성하다.
박 대통령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동구의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였다. 동구는 새누리당 유승민(동을) 의원과 그의 측근인 류성걸(동갑) 의원의 지역구여서‘유승민 저격 행보’라는 해석을 불렀다. 모두 진박으로 분류되는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동을에,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동갑에 도전장을 냈다.
박 대통령은 센터를 돌아보는 내내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았다. 대구 센터가 2014년 9월 전국 17개 센터 중 처음으로 문을 연 뒤 거둔 성과와 계획을 보고 받고 “짧은 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 고무적”이라고 덕담을 건넨 것이 전부였다. 이어 박 대통령은 북구(갑)의 엑스코(EXCO)에서 열린 국제섬유박람회와 수성구(갑) 대구육상진흥센터에서 진행된 스포츠 문화ㆍ산업 비전보고대회에 참석했다. 북갑은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과 ‘진박’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이 맞붙은 곳이다. 수성갑은 이한구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나섰으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고전하는 지역이다.
박 대통령은 두 행사에서도 “섬유가 정보통신기술(IT)을 만나 완전히 날개를 달았다” “스포츠와 산업ㆍ기술을 연결해 새로운 융복합 문화를 만들겠다” 등 경제 발언만 이어갔다. 청와대는 대구에서 열린 행사에 총선 예비후보들이 참석하는 것을 막아 논란을 차단하려 애썼다.
박 대통령은 이후 경북 안동으로 이동해, 대구에서 안동으로 이전하는 경상북도 신청사 개청식에 참석했다. 개청식에는 경상북도가 초청한 대구ㆍ경북의 현역 의원과 예비후보 등 20여 명 참석해 ‘박심(朴心) 도장 찍기’에 나섰다. 최경환 서상기 조원진 등 친박계 의원들은 물론이고 유승민 류성걸 의원 등도 참석했다.
박 대통령의 대구ㆍ경북 방문의 정치적 논란을 차단하려는 청와대의 시도는 완전히 성공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개청식을 마치고 퇴장하기 직전 행사장 맨 앞줄에 앉은 내빈들과 악수하는 과정에서 정종섭 전 장관과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정 장관은 경북도가 준비한 의전에 따라 전임 행자부 장관 자격으로 내빈석에 앉은 것으로 알려졌다.